
〈시사IN〉은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윤석열의 통화 기록을 전체 입수했다. 윤석열 개인 명의 휴대전화(2024년 3월1일부터 2024년 12월12일까지)와 대통령경호처 명의 비화폰(2024년 11월8일부터 2024년 12월18일까지) 통화 내역, 두 가지다. 두 전화의 통화 내역을 분석해, 윤석열과 계엄 세력의 행적을 추적했다.
윤석열은 12·3 쿠데타 이후에도, 떳떳하다는 듯이 굴었다. 비상계엄 선포는 사면권 행사 같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닌 ‘경고성·평화적 계엄’이라는 궤변을 반복했다.
그러나 〈시사IN〉이 입수한 2024년 12월 윤석열 통화 내역은 그의 호언장담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윤석열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부터 수사에 대비해 검사 선후배, 변호사들과 분주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자신의 편에서 스피커가 되어줄 극우 유튜버, ‘친윤계’ 국민의힘 의원들과 부지런히 접촉했다. 특정 시기 집중적으로 통화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윤석열이 비상계엄 이후 나름의 ‘살 궁리’를 한 정황을 살펴보았다.
■ 12월4일/ 김주현 민정수석,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12·3 비상계엄 다음 날인 2024년 12월4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은 윤석열 사퇴와 내란죄 수사를 촉구하고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그날 윤석열은 법률가 출신 측근들부터 찾았다. 12월4일 오전 11시18분,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뒤 오후 1시6분과 오후 1시45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하 당시 직위)과도 통화가 오갔다. 윤석열이 “유혈 충돌 없이 잘 끝난 거고 잘했다” “정말 절박했다. 탄핵 때문에 도저히 해볼 도리가 없다”라고 통화에서 말했다고, 이상민 장관은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자신은 윤석열의 “격려”와 “소회”를 “듣고만 있었다”고도 했다.
‘격려와 소회를 들었을 뿐’인데 이상민 장관은 윤석열과의 통화를 전후해, 그날 저녁 법조인 출신 4인방 모임을 추진했다. 장소는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 참석자는 본인을 포함해 김주현 민정수석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평소에도 윤석열과 자주 통화하던 최측근들이다. 추후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이 자리에서 비상계엄 후속 대책을 논의하거나 제2계엄을 모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네 사람은 “연말 모임 정도”였다고 해명했다. 윤석열은 이날 밤 10시43분 김주현 수석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안가 4인 회동’ 결과가 윤석열에게 공유됐을 거라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 12월5일/ 하태원 해외홍보비서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에 대해 헌법주의자이자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누구보다 숭배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단 (···)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볼모로 법률안과 예산안을 방해하고, 타협할 수 없는 국가안보를 훼손한 세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처.” 2024년 12월5일, 12·3 비상계엄 대국민 담화와 유사한 내용의 대통령실 PG(Press Guidance·언론 대응을 위한 입장문)가 외신기자들에게 전파됐다.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은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에서 PG를 받아 조태열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일부 외신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이러한 ‘12·3 비상계엄 옹호 작업’에 윤석열이 직접 관여한 정황도 윤석열 통화 내역에서 포착됐다. 윤석열은 2024년 12월4일 오후 12시24분 이도운 홍보수석을 거치지 않고 하태원 해외홍보비서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다음 날인 12월5일 오전 10시4분과 오후 3시에도 두 차례 하 비서관과 연락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부터 경찰이 윤석열 통화 내역을 확보한 2024년 12월18일까지, 윤석열이 하태원 비서관과 통화한 건 이때가 유일하다. 바로 그날 해외홍보비서관실에서 작성된 PG가 외신기자들에게 배포됐다.
■ 12월6일/ 추경호, 김재원, 한덕수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24년 12월6일, “탄핵은 막겠다”라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입장을 급선회했다. 이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윤석열에게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체포 명단에는 한동훈 대표도 포함돼 있었다. 국민의힘에서 탄핵 찬성 기류가 증폭하자, 윤석열은 오후 1시경 급히 한동훈 대표를 대통령 관저로 불렀다.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한 대표는 회동 직후 “윤 대통령에게 판단을 뒤집을 만한 말을 듣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윤석열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롯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통화 상대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윤석열은 한동훈 대표와 회동이 종료된 직후인 2024년 12월6일 오후 1시55분 추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 오후 2시16분과 오후 5시55분에는 추 원내대표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아, 이날 하루 세 차례 약 20분간 그와 통화했다. 추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이 국회에 도착하기 30분 전 윤석열의 전화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이때 윤석열이 “미리 이야기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며 짧게 통화가 끝났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윤석열은 12월6일 김재원 전 최고위원(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비서실장)과 두 차례(총 10분30초), 한덕수 국무총리와 두 차례(총 9분20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 차례(7분) 통화했다.
■ 12월6~12일/ 유튜버 고성국과 윤상현, 김기현, 김문수, 나경원
12월6일 윤석열은 극우 유튜버인 고성국씨(‘고성국TV’ 채널 운영자)에게도 연달아 다섯 번(오후 4시37분, 오후 4시42분, 오후 4시42분, 오후 4시43분, 오후 4시44분) 전화를 걸었다. 고성국씨는 같은 날 오후 8시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할 수 없이 한동훈 불러서 좌파들이 던진 낚싯밥(정치인 체포 지시)의 낚시를 빼준 것 같다. (···) 대통령이 (윤석열과 한동훈 긴급 회동에서) 체포 지시를 직접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동훈 대표가) 워낙 팔팔팔팔 뛰어놔서 쪽팔리니까 입장 표명을 바로 바꾸지를 못했다”라며, 윤석열 입장에서 한동훈 대표를 맹비난했다.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의 ‘셀프 구명’ 작전은 일견 성공한 듯 보였다. 2024년 12월7일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 본회의에 앞서 국민의힘은 탄핵안 부결뿐 아니라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탄핵안 의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200명)가 되지 않아, 이날 밤 9시25분경 투표가 ‘불성립’됐다. 투표 불성립 12분 후인 오후 9시37분 윤석열은 추경호 원내대표에게 문자메시지를 한 통 보냈다. 2분 뒤인 오후 9시39분에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화해 1분간 통화했다. 이후에도 윤석열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12월8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2월9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12월12일) 등 ‘친윤계’ 인사들과 통화했다. 이들은 탄핵 국면 내내 앞장서 윤석열을 비호했다.
■ 12월 내내/ 전현직 검사·변호사
‘법률 전문가’를 자처하던 윤석열은 변호사들과 밤낮없이 연락하며 수사에 대비했다. 검찰이 처음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낸 2024년 12월11일, 윤석열은 오전 0시5분부터 권 아무개 변호사와 네 차례 문자를 주고받았다. 오전 8시3분과 오전 10시7분에는 각각 배진한 변호사, 윤갑근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 모두 윤석열 탄핵심판에 이어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에서도 주도적으로 윤석열을 변호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에 가로막혔다. 윤석열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12월6일), 송 아무개 변호사(12월10일, 12월17일), 박성재 장관(12월15일), 박 아무개 변호사(12월15일), 손 아무개 변호사(12월17일) 등과도 연락을 주고받았다. 손준성 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검찰이 고발을 사주해 2020년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당사자다.
이 시기 윤석열이 자주 연락한 인물 중 하나는 검찰동우회장을 맡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다. 윤석열은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24년 12월6일 오후 5시17분, 한상대 전 총장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10분30초간 통화했다. 그 후 12월10일, 12월12일, 12월15일 두 사람은 수차례 문자를 주고받았다. 한 전 총장은 윤석열 구속 취소 청원을 독려하고 탄핵 반대를 주장한 인물이다. 3월8일 검찰동우회가 “회원들의 도움과 협조로 윤 대통령이 석방됐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검찰과의 연루 의혹이 일자, 심우정 검찰총장은 3월10일 “검찰동우회는 퇴직자들 모임이고 검찰과는 관계없다”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이후 수사와 탄핵심판 국면에서 윤석열은 검사 선후배, 변호사들과 바삐 연락을 주고받으며 ‘법 기술’을 총동원하고 나섰다. 법의 빈틈을 파고들면서 헌정 질서 파괴와 내란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동시에, 방어 논리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윤석열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서류 수취를 거부하고 대리인단을 선임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고,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서고, 구속기간 산정 오류와 공수처 수사권 문제를 주장하며 구속 취소를 신청했다. 3월7일 법원이 윤석열 구속 취소를 결정하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5월22일 현재 윤석열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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