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 낭독회의 오랜 일꾼들. 왼쪽부터 권창섭, 유현아 시인, 김태선 문학평론가. ⓒ시사IN 박미소
304 낭독회의 오랜 일꾼들. 왼쪽부터 권창섭·유현아 시인, 김태선 문학평론가. ⓒ시사IN 박미소

304 낭독회는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304명을 기억하기 위해 시민과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모임이다. 2014년 9월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작했다. ‘낭독’회에서 참석자들은 참사와 관련된 글을 소리내어 읽고, 귀로 들으며, 세월호를 기억한다. 낭독‘회’는 한 장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집회처럼 이어져왔다. 저마다 조금씩 차이 나는 기억과 감정을 각자의 내면에 가둬두지 않고 타인들에게 풀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기억과 참사, 그리고 안전에 대한 의미를 매번 새로이 정립한다. 낭독회의 오랜 일꾼인 유현아(53)·권창섭(43) 시인과 김태선 문학평론가(42)를 만났다.

“희생된 304명의 이름을 다 부른 적 있어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울었어요. 304명 모두가 한 명 한 명의 사람이었다는 것, 한 명 한 명이 죽었는데 그게 304명이나 된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는 순간이었죠. 세월호 참사는 상징화가 되어가고 있어요. 어떤 거대한 참사의 상징이자, 시민 주도로 이룬 정권교체의 상징이 되었죠.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전 그게 좀 아쉽게도 느껴집니다. 상징으로만 참사를 가둬두지 말고, 이름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계속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창섭 시인)

“저희가 다 같이 글을 읽은 후에 ‘이렇게 읽는다고 뭐가 달라지나’ 종종 말할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계속 이어간다는 것이 스스로 기억하기 위한 하나의 마지막 방어기제라고 생각해요. 유가족분 중에 가끔, 조용히 왔다 가시는 경우도 있어요. 다른 곳에서 만났을 때 ‘거기 가본 적이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그제야 그 사실을 알아요. 기억한다는 것은 조용히 누군가의 곁에서 동행을 이어가는 일 같아요. 낭독회의 마지막에 ‘끝날 때까지 끝내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을 다 함께 다짐하듯 읽어요. ‘끝이 났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가해자들이 아니라 당사자들뿐이에요. 그들이 ‘이제 됐어, 그만해도 돼’ 하고 얘기할 때까지, 우리가 읽는 말들이 공중에서 빙빙 돌아 공허할지라도 이어가려고 합니다.” (유현아 시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첫 번째 낭독회가 강렬해요. 참사 직후에는 쓰는 사람들이 무엇을 써야 할지 갈피를 못 잡던 시기였죠. 그래서 저마다 세월호에 대해 쓴 문장을 하나씩 들고 유가족들이 있는 광장에 모였어요. 작가들이 친구들을 부르고, 그 친구들이 지나가던 시민들을 불러 둘러섰어요. 사람들이 더 모일 때마다 동그란 원은 더욱 커져갔죠. 우리는 천천히 차례대로 한 문장 한 문장 읽었습니다. 사람의 말을 이어가는 낭독회는 듣는 자리이기도 하고 또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이 말할 수 있게 마음을 열어주는 자리이기도 해요. 304 낭독회는 언제 찾아와도, 누군가 환대해줄 거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공간이에요.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도, 한 번쯤 찾아와서 말을 나누고, 기억을 이어간다면 좋겠습니다.” (김태선 문학평론가)

2월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112번째 304 낭독회가 진행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2월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112번째 304 낭독회가 진행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기자명 박미소 기자 다른기사 보기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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