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요조 씨(42)는 ‘잊지 않겠다’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 기억에도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력도 약해져간다는 걸 느낀다. 그래도 매일 조금씩 노력한다. 고3이던 동생을 사고로 잃은 이후, 잊지 않기 위해 새기기 시작한 타투처럼, 자신만큼이나 아픈 상처를 가진 세월호 가족들을 잊지 않기 위해 ‘연대’라는 알람을 꺼놓지 않으려 한다.
“세월호 가족분들의 초청을 받아 안산 행사에 갔어요. 제가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다른 가족분이 오셔서 담당자분에게 “누구셔?“라고 묻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 요조라는 가수분이야.’ 그런데 그 질문은 누구냐고 묻는 게 아니었어요. 가족들과의 관계를 묻는 거였죠. 그때 담당자분이 그러셨어요. ’우리랑 같은 아픔이 있는 분이야’라고.
사실은 제가 너무 잘 울어가지고 내레이션을 부탁받았을 때나 노래를 부탁받았을 때 고민하게 돼요.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눈물이 자꾸 날 것 같으니까… 그 슬픔에 온전히 빠지지 않고 노래하려고 해요. 그래서 제 순서가 올 때까지 웃긴 영상을 보고 그래요, 울지 않으려고. 눈물이 나오기 전에 얼른 노래를 부르고 나와요. 다른 분들을 보면 슬픔은 슬픔대로 두고 노래는 노래대로 굉장히 잘 부르시고, 또 말로 그분들을 위로하고 공감을 나눠주시는데, 저는 뭐만 하려고 하면 눈물이 나니까. 나는 이 슬픔을 왜 이렇게 잘 못 다룰까? 가수로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죠.
그러다 4·16합창단의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북콘서트가 제주 삼달다방에서 열렸어요. 그때는 노래 요청을 정중히 사양하고 청중으로 갔거든요. 처음으로 겉도는 느낌을 안 받았어요. 4·16합창단 분들 노래하는 거 듣고 같이 이야기도 나눴는데, 그분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간 뭔가 좀 겉돌고 온전히 슬퍼하지 못한 채 혼자 힘들어했던 시간들이 다 괜찮아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건 좀 웃기는 얘기인데, 제가 다른 초대 가수의 기타를 빼앗아서 시키지도 않은 노래를 했어요(웃음). 그게 저에겐 너무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죠.
저는 책방(무사)도 하고 제주에 오래 있다 보니 4·3 관련해 많이 듣고 이야기하거든요. 4·3이 어떻게 기억되고 어떻게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소중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나누어요. 저랑 친한 수산리 삼촌도 술만 마시면 4·3 이야기를 해요. 너무나 빨리 잊혀지는 세상이 되어서 그게 제일 안타까워요. 잊혀지는 게 싫으니까, 계속 술 마시면 얘기하고 관광객 오면 얘기하고 툭하면 얘기하거든요. 세월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지겨워하고 이제 충분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잘 기억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해요. 저는 그냥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잘 기억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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