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공간 이웃’ 이영하 전 대표. ⓒ시사IN 신선영
‘치유공간 이웃’ 이영하 전 대표. ⓒ시사IN 신선영

2014년 9월 정신과 의사 정혜신·심리기획자 이명수 부부의 제안으로 안산에 ‘치유공간 이웃(이웃)’이 문을 열었다. 20년 차 시민단체 활동가이던 이영하 전 대표(50)는 유가족이 마음껏 와서 울고, 편하게 밥을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에 주저없이 실무를 맡았다. 2021년 2월, 6년 5개월여 만에 이웃은 문을 닫았다. 실무자에서 대표로, 이웃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그는 1년 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책 〈밥은 먹었어요?〉를 펴냈다. 현재는 안산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안산 지역 활동가로 굉장히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세월호 참사를 보며 제 삶이 어디에 처박히는 느낌이었어요. 나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죠. 그래서 이웃을 만든다고 했을 때 바로 하겠다는 말이 나왔던 것 같아요.

유가족들은 먹는 걸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하지만 먹고사는 일은 피할 수 없잖아요. 밥을 먹는 게 일상이고, 유족들이 계속 그 일상을 이어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했어요. 이웃에서 밥 먹는 일은 1순위였어요. 대접받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소박한 밥상을 차렸죠. 입소문이 나면서 40평대 마루가 꽉 찰 정도였어요.

자원활동가들도 정말 기억에 남아요. 하루에 쉰 명 이상 밥을 짓는데, 자원활동가들이 3교대로 도와줬어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문을 열었어요. 희생된 아이의 생일에는 가족과 친구를 불러 ‘생일 모임’을 하기도 했어요. 상근활동가 3명을 제외하고 전부 자원활동가였는데 모집이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절망감으로 이웃을 시작했지만 운영을 하면서 희망을 봤어요. 치유가 대단한 것이 아니에요. 옆에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고, 밥 먹었는지 물어봐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웃의 형태를 공공기관이 받아서 이어가길 바랐지만 어려웠죠. 문 닫을 때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참 많았어요.

세월호는 ‘절망과 희망의 교차점’ 같아요. 절망스럽지만, 희망적인 에너지가 공존했음을 느껴요. 저는 세월호 엄마 아빠들이 행복한 순간이 오면 마음껏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그런 감정 앞에서 멈칫할 것 같거든요. 형제자매들도 마찬가지고요. 그 순간만은 만끽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2017년 2월 ‘치유공간 이웃’에서 밥을 먹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 ⓒ시사IN 신선영
2017년 2월 ‘치유공간 이웃’에서 밥을 먹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 ⓒ시사IN 신선영

 

기자명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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