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논객

서현 지음, 효형출판 펴냄

“도시를 들여다보는 것은 그것이 담고 있는 사회를 해석한다는 의미다.”

세상에는 수많은 도시가 있지만 저마다의 모습과 현상은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사회는 어떨까? 건축가이자 건축 비평가인 저자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도시 풍경 속 부조리와 불협화음을 관찰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맥락을 해학적으로, 때로는 치밀하게 풀어내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계급의 상징물이 된 ‘아파트’부터 꿈과 야심이 부재한 ‘용산 대통령실’까지. 정치·역사·권력·주거 등 10개 주제를 따라가다 보면 불신과 불평등, 불합리로 뒤얽힌 대한민국의 모습이 그려진다.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읽었다.

화장실 전쟁

알렉산더 K. 데이비스 지음, 조고은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미국에서 공중화장실은 거의 두 세기 동안 문화 갈등의 오랜 피뢰침이었다.”

명문대 나와서 할 일이 화장실 연구밖에 없었냐는 비아냥도 들었다. 그만큼 화장실은 사소하고 일상적 공간으로 여겨진다. 젠더 사회학자인 저자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일부 산업현장엔 여자 화장실이 없어 문제가 되고,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둘러싸고 거센 논쟁이 붙는다. 2015년 백악관이 ‘성중립 화장실’을 도입했을 땐 트랜스젠더 인권의 중요한 진전이란 평가가 쏟아졌다. 이 책은 공중화장실 변천사부터 성중립 화장실을 건축해온 시도들을 탐구하며 ‘정말 남녀 화장실이 신체적 성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인지 집요하게 질문한다. 특정 존재를 배제하고 성별 질서를 강화하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화장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 101

조셉 왕 지음, 존 최 옮김, 비즈니스101 펴냄

“주식시장이 (연준의) 정책 도구로 등장한 것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워 보이는 금융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중앙은행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에서 시작되는 흐름이라고 해도 좋을 화폐와 통화 같은 개념, 중앙은행 계정의 준비금(reserve)과 시중은행 그리고 오버나이트 시장과 기준금리 사이의 관계를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알아내는 순간, 금융에 대한 당신의 이해도는 차원을 달리하게 된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체계적인 중앙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돈의 세계’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수년 동안 연준의 통화정책 수단인 공개시장 조작의 현장에서 트레이더로 일했다.

삶을 위한 혁명

에바 폰 레데커 지음, 임보라 옮김, 민음사 펴냄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정복하지 않고 가꿀 수 있다.”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 사전적 정의로서의 ‘혁명’은 마치 대단한 결심이나 준비 없이 절대 시도해볼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할 엄중한 ‘의식’처럼 보인다. 철학자인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삶과 혁명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지 않다고 말한다. 여성운동·동물권 운동·퀴어 퍼레이드·기후정의 행진 등의 움직임은 ‘노동자의 봉기’에 국한하던 혁명이 마침내 일상의 경험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자본주의를 폐지해야 한다는 전제는 다소 급진적이지만, 삶을 위한 저항으로서의 혁명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공동체와 연대 의식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도 뜻깊다.

조릿대 베개

마루야 사이이치 지음, 김명순 옮김, 톰캣 펴냄

“부의금은 어느 정도 하는 게 좋을까?”

이제는 부의금 따위 ‘평범한’ 고민을 하며 사는 주인공 하마다 쇼키치는 병역 거부자였다. 일본에 징병제도가 있던 1940~1945년, 징병을 피하기 위해 도망 다니며 다른 사람으로 살았다. 싸워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였다. 도피 과정은 대담하고 때로 흥미진진하다. 일본이 패전하면서 하마다의 병역 거부도 성공한다. 그러나 여전히 현상수배 전단의 흉악범 얼굴에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을 포개며 몸을 떤다. 그들 역시 자신처럼 ‘쫓기는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남겨진 가족이 견뎌야 할 삶의 비참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전쟁과 국가라는 소설의 묵직한 질문이 오늘날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 서늘하다.

모두를 위한 녹색정치

김인건 외 지음, 열매하나 펴냄

“독일 정치의 주역으로 성장한 지금의 녹색당 뒤에는 부침을 거듭하며 발전해온 40여 년의 역사가 있다.”

독일 녹색당은 2021년 총선에서 14.8%를 득표해 연방의회 의석 118석을 얻었다. 사민당·자민당과 구성한 연립정부에서 16개 부처 가운데 기후·경제, 외교, 농업, 환경, 가족 등 5개 부처 장관을 녹색당 정치인이 맡고 있다. 1980년 창당 당시 제도권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녹색당은 어떻게 독일 의회정치의 주요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기후위기는 한국도 예외가 아닌 전 지구적 문제이지만 한국의 기후정치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독일에서 정치·경제·환경 분야를 연구하며 한국 사회에 대한 고민을 이어온 저자들이 ‘녹색당’이라는 렌즈로 독일 정치가 개혁 과제들을 수행해온 과정을 풀어낸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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