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권(정치철학자)
"우리는 양당제를 ‘정당이 두 개 있다’라는 뜻으로 흔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양당제는 정당 수와 상관없이 권력 교체가 가능한 정당이 두 개라는 의미입니다. 권력 교체가 가능할 정도의 규모와 영향력, 조직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양당제의 가장 큰 단점이 뭘까요? ‘너 아니면 나’입니다. 상대가 못하면 내가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뭘 잘해서 권력 교체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심판 정치’를 하게 됩니다.

양당제가 다당제보다 효율적이지 않냐고 하지만, 문제는 양당이 각을 세우기 시작하면 정치가 교착 상태에 빠집니다. 싸우는 ‘동물 국회’만큼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식물 국회’도 나쁩니다. 대화, 합의, 조율 같은 정치의 주요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거죠. 이를 극복하겠다는 명분으로 역대 총선 때마다 ‘제3세력’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한 양당 제도를 벗어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소선거구제하에서 이긴 정당은 과다 대표되고, 진 정당은 과소 대표됩니다. 제도 자체가 제3지대 등장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공한’ 제3지대라고 하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도 결국 실패했습니다. 너무 다른 세력이 결합하면서 개인은 합리적으로 행동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되지 않는 경우, 이런 걸 우리가 ‘구성의 오류’라고 부릅니다. 개혁신당 역시 이 구성의 오류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개혁신당이 어떤 큰 뜻을 가지고 제3지대를 꾸린 게 아니라 배지를 달고 싶어서 합친 거잖아요. 개혁신당 이름으로 합당했다는 것 자체가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사실상 ‘흡수’한 거고요. 구성원들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그들이 정말 ‘개혁적’이어서 기존 정당에서 밀려났나요?

DJP 연합은 합쳤다가 깨졌을 때도 각자가 큰 타격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개혁신당은 그럴 수 있을까요? 가장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DJP 연합은 자기 정당을 유지한 채 연합했습니다. 그래서 헤어져도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고, 충분히 정치적 영향력도 가질 수 있었어요. 충청과 호남이라는 탄탄한 지역 기반도 있었고요. 모두 개혁신당에 없는 것들이죠. 또 하나 성공 키워드 중 하나가 대선주자급이 얼마나 있느냐는 부분입니다. 그게 다 갖춰져 있어도 이런 연합은 역사적으로도 아무리 길어봤자 유효기간이 최대 2년입니다."


전체 방송 내용은 시사IN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작진
책임총괄: 장일호 기자
프로듀서 : 최한솔 PD, 김세욱·이한울 PD
진행: 장일호 기자
출연: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이한울 PD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