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하나가 화제다. 제목은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원제도 같다. ‘더 그레이티스트 나이트 인 팝(The Greatest Night in Pop’)이다. 이 다큐멘터리가 다루는 내용은 1985년 발매된 자선 싱글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 제작기다. 이 기획이 누구로부터 비롯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는지 보여준다. 한데 내가 항상 강조하듯이 “공부하면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아니, 공부까지 갈 것도 없다. 밑에 쓴 디테일만 챙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제리 모스(왼쪽)와 허브 앨퍼트.ⓒMICHAEL PUTLAND
제리 모스(왼쪽)와 허브 앨퍼트.ⓒMICHAEL PUTLAND

해리 벨라폰테 & Day-O(더 바나나 보트 송, 1956)

해리 벨라폰테가 누군지도 모르고 이 다큐멘터리 정주행을 시작한다면 약간 당황할 수 있다. 바로 ‘위 아 더 월드’ 프로젝트를 처음 떠올린 인물인 까닭이다. 다큐멘터리에서 해리 벨라폰테는 “할리우드의 왕족”으로 묘사된다. 실제로도 그랬다. 카리브해에서 탄생한 ‘칼립소’라는 장르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는다.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던 그는 음악을 넘어선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2023년 사망했다. 다큐멘터리에는 그의 노래 하나가 총 두 번 나온다. 영상 초반에 한 번, 이후 가수들이 그를 앞에 두고 합창하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그 곡이 바로 ‘데이-오(Day-O)’, 일명 ‘더 바나나 보트 송(The Banana Boat Song)’이다.


A&M 레코드 & 스튜디오

‘위 아 더 월드’를 녹음한 역사적 장소가 바로 이곳, A&M 레코드사 소유의 스튜디오다. A&M 레코드사는 음악 비즈니스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회사다. 뮤지션 허브 앨퍼트와 홍보 담당자 출신 제리 모스의 이름을 따서 A&M이 되었다. 둘이 설립한 A&M 레코드는 승승장구했다. 회사 창립 불과 4년 만인 1966년에는 1300만 장을 판매하면서 명실상부 팝계를 대표하는 레코드사가 됐다. 이는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비틀스를 뛰어넘는 실적이었다. 제리 모스는 무엇보다 성공에 엄청나게 집착하던 인물이었다. 허브 앨퍼트에게 이렇게까지 말했다고 한다. “잠자는 동안에도 돈을 벌 수 있어야 해요. 나온 지 6개월 지났어도 상관없어요. 라디오에 계속 알려야 해요. 이게 핫한 거라고 말이죠.”

캐나다판 ‘위 아 더 월드’

싱글 아닌 ‘앨범’을 보면 ‘위 아 더 월드’ 외에 다른 여러 곡도 실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곡 하나만 꼽으라면 LP 기준 B면 1번에 위치한 ‘티어스 아 낫 이너프(Tears Are Not Enough)’다. 이 곡은 이를테면 캐나다판 ‘위 아 더 월드’다. ‘위 아 더 월드’에 미국 가수들이 참여했다면 이 곡에는 캐나다의 전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조니 미첼, 닐 영, 브라이언 애덤스 등등. 프로듀서 및 작곡은 마찬가지로 캐나다 출신 레전드 데이비드 포스터가 맡았다. 이 곡도 감상해보길 권한다. 유튜브에 있다.

알 재로(Al Jarreau)

알 재로의 솔로 파트 녹음에서 그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나머지 자꾸 실수를 하자 뮤지션들이 다들 놀란다. 이유가 있다. 아무리 과음을 했어도 알 재로인 까닭이다. 그는 컴퓨터처럼 정확한 음정 처리로 세상을 놀라게 한 가수다. 즉, “그런 알 재로가 자꾸 실수를?” 싶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위 아 더 월드’를 향해 찬사를 보낸 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요약하면 이렇다. 아프리카를 착취해온 국가에서 누릴 건 다 누린 사람들이 기획한 위선적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다. 이 관점도 의미는 있다고 본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가 보여줬듯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발성에 불과할 자선이 아니라 지속적인 수평의 연대일 테니까. 물론 그것이 아무리 위선이라 해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관점 역시 존중받아야 할 터이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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