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에서 소개한 노래 몇 곡을 골라봤다. 신곡 하나와 구곡 두 개, 장르로는 재즈와 최신 팝이다. 한 곡 정도는 당신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 / 짐 홀 (1975)

힙합 뮤지션 잭 할로.ⓒAP Photo
힙합 뮤지션 잭 할로.ⓒAP Photo

대학 시절 결심했다. “록·메탈만 듣지 말고 재즈를 들어봐야지.” 이유는 모른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 곡은 그런 나에게 충격을 줬던 재즈 연주곡 중 하나다. 참여한 뮤지션부터 살벌하다. 기타의 거장 짐 홀을 중심으로 ‘테이크 파이브(Take Five)’라는 명곡을 작곡한 폴 데스몬드(색소폰), 쳇 베이커(트럼펫), 스티브 겟(드럼), 론 카터(베이스)가 모였다. 가히 재즈계의 갈락티코스(슈퍼스타 팀)라고 볼 수 있는 라인업이다. 모든 연주가 빼어나지만 색소폰과 트럼펫이 그중에서도 압권이다. 1943년 콜 포터가 작곡해 이후 수많은 뮤지션·연주자가 커버한 고전이기도 하다.

Dua Lipa / 잭 할로 (2022)

잭 할로라는 힙합 뮤지션이 있다. 대표곡으로는 다음 두 노래가 꼽힌다. 2022년에 발표한 ‘퍼스트 클래스(First Class)’와 작년 11월에 발매된 ‘러빙 온 미(Lovin On Me)’다. 이 둘은 글을 쓰고 있는 시점 동일한 기록을 세운 싱글이기도 하다. 모두 빌보드에서 3주간 1위에 올랐다. 요컨대 현재 가장 핫한 뮤지션인 셈이다. 잭 할로의 곡 중 흥미로운 제목의 노래가 하나 있다. ‘두아 리파’다. 맞다. 제목 그대로 이 곡은 뮤지션 두아 리파에게 보내는 헌사다. 내용은 예상 그대로다. “두아 리파랑 작업하고 싶다”라는 거다. 한데 주목해야 할 건 조금 뒤에 나오는 가사다. 할로는 “내 고향은 제2의 한국인 것처럼 잘나가지”라고 노래한다. 진짜다. 일본 아니다. 신주쿠도 아니다. 상하이는 더더욱 아니다. 나는 과한 국가주의를 대체로 경계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여러분은 토트넘 팬 아니에요. 손흥민 팬이에요”라는 유행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 이 지울 수 없는 국뽕의 찌꺼기여~. 세계인이 되기에는 아무래도 글렀다.

Köln, January 24, 1975, Pt. II C (Live) / 키스 재럿 (1975)

이 곡이 실린 앨범 〈더 쾰른 콘서트(The Köln Concert)〉의 정수는 기실 1번 ‘Part I’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맹점이 있다. 러닝타임만 26분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차선으로 마지막에 실린 이 곡을 골랐다. 재즈 팬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이 라이브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키스 재럿이 예정대로 쾰른의 오페라하우스에 도착했을 때 준비된 피아노에 문제가 있었다. 그가 원한 피아노가 아닌 ‘연습용’ 피아노가 놓여 있었던 것.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는 시작조차 불가능했다. 재럿은 “할 수 없다”라고 했지만 공연 프로모터가 끝까지 매달렸다고 한다. “악기 대여하는 측에서 실수가 있었다. 그런데 표가 다 팔렸다. 부탁한다.”

그의 열정에 마음이 기운 키스 재럿은 묘수를 생각해냈다. 요약하면 연습용 피아노로도 공연장 뒤쪽까지 소리가 닿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는 낮은 음은 반복적인 리듬 위주로 강하게 치고 고음부는 최대한 연주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하나 더 있다. 타건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일어서서 연주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뜨거운 반응 속에 마무리된 이 공연은 이후 앨범으로 발매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재즈 솔로 피아노 역사상 이보다 더 많이 팔린 음반은 지금까지도 없다. 과연 그렇다. 무한한 자유가 반드시 최대치의 창조력을 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은 탓에 자칫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는 까닭이다. 때로는 어떤 한계에 봉착했을 때 인간의 창조력은 도리어 폭발하고는 한다. 이 음반이 그 증거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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