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공간 활’의 기선 상임활동가. ⓒ시사IN 신선영
‘인권운동공간 활’의 기선 상임활동가. ⓒ시사IN 신선영

‘인권운동공간 활’의 기선 상임활동가는 참사 직후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소속 ‘존엄안전위원회’ 평등팀에서 활동했다. 4·16인권실태조사단이 꾸려진 뒤에는 유족, 생존자, 잠수사, 진도 어민 등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피해자’의 범위와 슬픔의 위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이후 재난과 참사에 관한 인권활동을 이어왔다.

“인권활동을 하다 보면, 어디서든 ‘쉽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세월호 참사는 저에게 애도와 기억에 관한 과제를 준 것 같아요. 참사를 겪을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세월호 이후에 안전과 존엄, 평등의 감각이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은 것이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태원 참사로 그 모든 게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죠. 세월호참사 ‘존엄안전위원회’처럼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에도 ‘피해자권리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생존자와 구조자를 만나는 ‘곁 프로젝트’ 활동을 하고 있어요. 또 시민들의 애도나 연대의 메시지를 보존하는 작업도 하고 있어요. 이 두 가지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사이에 코로나19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시기에 평등과 존엄에 대한 인식이 후퇴한 것 같아요. 감염을 개인의 책임으로 낙인찍고 혐오가 난무했죠. 작년에 나온 공식 집계로 돌아가신 분이 3만6000여 명이에요. 이 정도면 대참사인데, 아무런 공적인 추모가 없었죠. 코로나19 유가족과 그 시기 과로사로 희생된 분들을 위해 2월20일 세 번째 추모 문화제를 열 계획이에요.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상처에 더해 공동체로부터 받은 상처가 컸을 거라 생각돼요. 슬픔이 쏟아질 것 같지만, 한편으로 너무 단단한 사람들이에요. 재난 참사가 있을 때 달려가는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고, 산재사고가 나면 달려가는 분이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예요. 피해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분들에게 우리는 빚진 게 많아요.”

기선 활동가는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추모의 벽에 붙은 메시지를 정기적으로 정리하고 보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기선 활동가는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추모의 벽에 붙은 메시지를 정기적으로 정리하고 보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기자명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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