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그린 벽화 앞에 앉은 2학년 4반 정차웅 학생 엄마 김연실씨. ⓒ시사IN 신선영
직접 그린 벽화 앞에 앉은 2학년 4반 정차웅 학생 엄마 김연실씨. ⓒ시사IN 신선영

김연실씨(55)는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에서 활동했다. 회원 조직 사업을 했고, 팀장을 맡은 적도 있다. 혼자 나서는 일은 어려웠지만, 같은 경험을 한 유가족들과 함께하는 일은 가능할 것 같았다. 현재는 4·16합창단, 꽃마중(꽃 누르미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참사 이후 첫째에게 말했어요. 그동안 너의 이름이 붙은 엄마 아빠로 살았는데, 앞으로 20년은 네 동생 차웅이의 엄마 아빠로 살게. 그렇게 불려도 괜찮겠지? 저는 첫째가 당연히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진상규명 활동으로 뉴스에 나오는 것도요. 첫째도 단원고를 졸업했어요. 대학생이 되고 참사가 났는데, 저희가 아픈 것만 생각하느라 동생을 잃은 그 아이의 아픔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더라고요. 10년을 돌아봤을 때 그게 제일 미안해요.

12월이 생일인 차웅이가 수학여행 가기 전에 미리 생일 선물로 큐브를 사달라고 졸랐어요. 남편이 그걸 못 사준 게 마음에 걸렸나 봐요. 지금은 차웅이 아빠가 큐브 달인이 되었어요. 청와대 주변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 농성장이 차려진 날, 밤에 비가 왔어요. 비닐로 비를 막았는데 그게 슬프기도 하고 막 웃기기도 했어요. 부모들끼리 있으면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많이 웃기도 해요. 남들이 보면 저희가 웃을 일이 뭐가 있느냐고 하겠지만, 저희도 웃을 일이 많아요.

세월호는 저에게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숙제를 내준 것 같아요. 6주기 때 한 생존 학생이 차웅이의 마지막 말을 전해줬어요. ‘엄마 아빠한테 돌아가려고 무진장 애를 썼지만 못 갈 것 같으니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는 말이었어요. 저희가 충격받을까 봐 기다리다가 너무 늦게 왔다며 죄송하다고 했어요. 그 아이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진짜 잘못한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왜 남은 아이들이 미안해야 하는지 화가 났어요. 그 아이들이 죄책감 없이 편안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잘못한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저희는 그 숙제를 다 마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일본의 열차 사고 유가족을 만났을 때 위로의 선물로 받은 목걸이. 양쪽에 두 아들 사진이 들어 있다. ⓒ시사IN 신선영
일본의 열차 사고 유가족을 만났을 때 위로의 선물로 받은 목걸이. 양쪽에 두 아들 사진이 들어 있다. ⓒ시사IN 신선영

 

기자명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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