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정말 특별한가? 이번 기고 글에서 김상욱 물리학자가 묻는다. 뜻밖의 사유가 누군가의 갑갑한 설 연휴를 버티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것 말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독자들에게 과학자, SF 작가, 〈시사IN〉 기자들이 명절에 즐길 만한 콘텐츠를 엄선했다. 설날과 까치에게 유쾌한 질문을 던지는 김상욱 물리학자, 박진영 공룡학자의 과학 이야기는 ‘읽는 재미’를 보여주고, 듀나 SF 작가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큐멘터리를 흥미롭게 조명한다. 남다른 취향을 가진 〈시사IN〉 기자들의 추천작들에서 “올해를 버티게 해줄”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순간을 만날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하지 않은 설을 조금이나마 의미 있게 채워줄 수 있기를 바라며, 아래 여섯 편을 싣는다.

2023년 글래스톤버리 실황 장면. 영국 아티스트 레이(Raye)가 무대에 섰다.ⓒbbc music 유튜브 갈무리
2023년 글래스톤버리 실황 장면. 영국 아티스트 레이(Raye)가 무대에 섰다.ⓒbbc music 유튜브 갈무리

관객과 호흡하는 라이브 음악은 스튜디오에서 정제된 음원과 듣는 맛이 다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라이브 음악을 랜선으로 접하기는 쉽지 않다. 유튜브에 올라온 수많은 ‘직캠’은 뭐냐고? 현장감 넘치는 화면과 달리, ‘직캠’에 담긴 사운드는 대부분 조악하다. 그래서 관객의 환호성이 적당히 담긴, 그러면서도 연주와 보컬을 현장에서 제대로 믹싱(Mixing)한 라이브 영상은 귀하다. 세계적인 페스티벌 영상도 마찬가지다.

랜선으로 페스티벌을 즐길 때면 영국인들에게 자주 감사하게 된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이 분야에서 가장 질 좋은 영상을 많이 남겨뒀기 때문이다. BBC는 영국 최대 페스티벌인 ‘글래스톤버리’와 ‘레딩 앤드 리즈’의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하며 라이브 영상을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BBC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이플레이어(iPlayer)’에 대다수 영상이 올라와 있지만 한국에서 이용하기는 어렵다. 대신 BBC 뮤직이라는 유튜브 채널(@bbcmusic)에 각 페스티벌 대표 라이브 영상을 선별해 올리고 있으니 찾아가 보자. 비록 ‘찍먹’이긴 하지만, 공연 클립 하나하나가 워낙 고퀄리티라 보는 맛이 남다르다. BBC가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2023년 글래스톤버리’ 영상에서는 레이 같은 2020년대 톱스타부터 건스 앤 로지스 같은 전설들의 최근 무대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유튜브가 사랑하는 페스티벌, 미국 ‘코첼라(Coachella)’도 라이브 클립을 정주행하기 적당한 페스티벌이다. 매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첼라 밸리에서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유튜브가 라이브 실황을 생중계할 만큼 가장 영향력 있는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인들에게는 2023년 블랙핑크가 헤드라이너(페스티벌에서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가장 긴 시간 공연하는 아티스트)로 초청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코첼라는 과거 라이브 생중계를 다시보기 할 수 없다. 그러나 유튜브가 제작한 특별 다큐멘터리 ‘코첼라: 사막에서의 20년’과 여기 등장하는 일부 아티스트의 공연은 유튜브 채널(@coachella)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빌리 아일리시의 2019년 공연, 라디오헤드의 2012년 공연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클립은 아케이드 파이어의 2011년 영상이다.

한국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덴마크 로스킬데(Roskilde), 독일 록암링(Rock am Ring), 스페인 프리마베라 사운드(Primavera Sound)도 랜선 페스티벌을 맛보기에 적당한 현장들이다.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세 페스티벌 모두 유튜브 채널에 라이브 클립을 일부 공개하고 있다. EDM 장르를 좋아한다면 벨기에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EDM 페스티벌 ‘투모로랜드(Tomorrowland)’ 유튜브 채널을 방문해보자. 구독자 수만 1090만명일 만큼 유튜브 채널 운영에 진심이다.

페스티벌 공식 유튜브 채널마다 올려두는 ‘애프터 무비(After movie)’를 쭉 훑어보는 것도 랜선으로 페스티벌을 즐기는 방법이다. 일종의 ‘페스티벌 결산 영상’인데, 대다수 페스티벌이 다음 연도 페스티벌 모객을 위해서라도 이 결산 영상 제작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 펜타포트도 ‘애프터 무비’만은 기가 막히게 뽑아낸다. 영상에 등장하는 관객들 표정에서 현장의 환희와 흥분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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