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정말 특별한가? 이번 기고 글에서 김상욱 물리학자가 묻는다. 뜻밖의 사유가 누군가의 갑갑한 설 연휴를 버티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것 말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독자들에게 과학자, SF 작가, 〈시사IN〉 기자들이 명절에 즐길 만한 콘텐츠를 엄선했다. 설날과 까치에게 유쾌한 질문을 던지는 김상욱 물리학자, 박진영 공룡학자의 과학 이야기는 ‘읽는 재미’를 보여주고, 듀나 SF 작가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큐멘터리를 흥미롭게 조명한다. 남다른 취향을 가진 〈시사IN〉 기자들의 추천작들에서 “올해를 버티게 해줄”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순간을 만날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하지 않은 설을 조금이나마 의미 있게 채워줄 수 있기를 바라며, 아래 여섯 편을 싣는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비하인드 어트랙션〉의 한 장면.ⓒ디즈니플러스 갈무리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비하인드 어트랙션〉의 한 장면.ⓒ디즈니플러스 갈무리

지금까지 디즈니플러스 코리아의 서비스는 기대 이하다. 마블이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팬들에게 신작을 제공해준다는 기능만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이랄까. 지금까지 디즈니가 쌓은 수많은 고전 콘텐츠는 다 어디로 갔는가. 디즈니플러스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 나는 당연히 ‘디즈니랜드’에서 보았던 수많은 옛 영화들을 챙겨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 기대는 여전히 기대로만 남아 있다(없는 건 아니다. 열심히 찾으면 한 줌 정도는 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래도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로 재미있는 콘텐츠가 걸리기도 한다. 상당수는 자사 콘텐츠를 활용한 다큐멘터리나 예능이다. 오늘 소개할 〈비하인드 어트랙션〉도 그중 하나. 얼마 전에 시즌 2가 나왔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디즈니랜드다. 에피소드마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디즈니랜드에 있는 놀이기구를 하나씩 잡고 이것들이 어떻게 구상되고 어떻게 만들어졌고 각 디즈니랜드에서 어떻게 변주하고 있는지 꼼꼼히 설명한다. 그리고 각 에피소드는 넝쿨처럼 얽히면서 디즈니사의 역사와 월트 디즈니라는 남자의 전기를 형성한다.

일단 경고. 〈비하인드 어트랙션〉이 자사 홍보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건 이 시리즈가 기본적으로 월트 디즈니 용비어천가라는 뜻이다. 내레이터가 월트 디즈니라는 남자의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예찬할 때, 그 정보를 그냥 꿀꺽꿀꺽 삼켜서는 안 된다. 그 뒤에는 이 창의적인 남자가 저지른 노조 탄압, 성차별, 인종차별 기타 등등이 숨어 있다. 그것까지 솔직하게 드러냈다면 더 멋진 시리즈가 나왔겠지만 어쩌랴. 그건 우리가 각자 알아서 챙겨야 한다.

그래도 남은 덩어리는 충분히 재미있다. 여러분이 디즈니랜드 놀이기구에 대해 잘 몰라도 괜찮다. 이미 일부는 〈캐리비안의 해적〉 〈헌티드 맨션〉 〈정글 크루즈〉 같은 놀이기구 원작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그래도 감이 안 온다면 유튜브를 뒤지면 된다. 온갖 탑승 영상이 나온다. 그것들이 여러분에겐 그렇게 재미있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유튜브가 제공하는 간접체험에는 한계가 있고, 아무래도 디즈니랜드 놀이기구에 대한 평판 상당수는 몇십 년 동안 쌓인 미국인들의 향수에 기반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심지어 그렇다고 해도 이 시리즈의 매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시리즈는 이매지니어(Imagineer)라는 멋진 직업을 소개한다. ‘상상하다(Imagine)’와 ‘엔지니어(Engineer)’를 합쳐 만든 말인데, 한마디로 놀이기구를 설계하고 만드는 사람들이다. 로봇공학·건축·미술·음악·물리학과 같은 온갖 분야의 전문지식이 총동원되어 관객들에게 몇 분의 즐거움을 제공해주는 엉뚱한 기계로 결실을 맺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 농담조의 밝고 경쾌한 시리즈가 거의 장엄한 대성당처럼 느껴진다.

시리즈의 두 시즌을 관통했는데, 아직 이매지니어라는 직업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 그러면 역시 디즈니플러스에 있는 〈이매지니어링 스토리〉를 보면 된다. 조금 진지한 어조의 다큐멘터리로 〈비하인드 어트랙션〉의 호들갑을 따라가다 놓쳤을 수 있는 정보 구멍을 채워준다. 조금 오래된 책이지만 이들이 쓴 〈파란 코끼리를 꿈꾸라〉(이상원 옮김, 용오름 펴냄)라는 책도 있으니 확인해보시길.

기자명 듀나 (SF 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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