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이즈 하드

키어런 세티야 지음, 연아람 옮김, 민음사 펴냄

“눈을 뜬다는 것은 질병, 외로움, 상실의 슬픔, 실패, 불공정과 같은 고통을 직면하는 것이다.”

책의 제목은 일종의 선언처럼 들린다. 삶은 희망이 아니라 고된 것이라고, 그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스물일곱 살부터 만성통증에 시달려온 철학과 교수가 삶의 시련을 마주하는 법에 관해 썼다. 그의 통찰 중에 ‘행복하다’와 ‘잘 산다’가 동의어가 아니라는 지점이 인상적이다. 시련을 곱씹는 일은 행복과 거리가 멀지만, 잘 산다는 것은 삶이 고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잘 대처하는 것이다. 삶은 감정이나 기분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역경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일지 모른다. 긍정과 낙관이 아니라 절망과 슬픔의 힘을 깨닫게 한다. 철학이 줄 수 있는 위로가 아닐까.

 

수리남 곤충의 변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지음, 금경숙 옮김, 나무연필 펴냄

“메리안은 이 세계에 머무르지 않고 저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자였다.”

싱그러운 과일과 꽃, 나무 주변으로 곤충들이 한 폭에 어우러져 있다. 세밀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동판화 그림이다. 그리는 대상을 무척 아끼는 게 느껴진다. 1647년 독일 태생의 곤충 연구자이자 화가인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그림과 글을 새롭게 엮었다. 어린 시절부터 곤충 연구에 매진했던 메리안은 쉰두 살에 둘째 딸과 함께 머나먼 남아메리카의 수리남으로 떠난다. 열대우림의 곤충을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남긴 과학적 지성과 예술적 미학은 자연주의 삽화가뿐만 아니라 후대 생물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시대적 한계 속에서도 모험을 감행한 한 여성 과학자의 기록이기도 하다.

 

오늘도 당신이 궁금합니다

장은교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한 사람이 품고 있는 이야기, 그가 지나온 시간, 그를 만든 선택들, 그 사람이 품고 있는 빛과 그림자.”

17년간 기자로 일해온 저자의 에세이. 현장에서 수집한 ‘보통의 사람들’에 관한 인터뷰집이면서 기자의 일과 삶에 관한 통찰이 담긴 산문집이다. 조직이나 무리로 뭉뚱그린 말이 아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과 일상이 궁금했다는 그는 저마다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펼쳐내는 인터뷰어다. 오랜 고민이 묻어 있는 통찰이 진솔하고 깊다. ‘세상에 100명의 기자가 있다면, 100명의 저널리즘이 있는 것’이란 문장도, ‘소수자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제안도. 성공적인 인터뷰는 인터뷰 전과 후의 삶이 조금 달라지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인터뷰가 그저 운이 아니라 고민과 분투가 담긴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좋은 대화’를 하려는 이들에게 권한다.

 

옥스퍼드 초엘리트

사이먼 쿠퍼 지음, 김양욱·최형우 옮김, 글항아리 펴냄

“나는 국가가 한두 곳의 명문 대학을 중심으로 뭉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1940부터 2024년까지 영국 총리직에 올랐던 17명 중 13명이 옥스퍼드 대학 출신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이자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옥스퍼드 대학은 말 그대로 영국 사회를 ‘지배’한다. 이 대학을 졸업한 저자가 이곳에서 어떻게 권력이 창출되고 끊임없이 재생산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읽다 보면 영국의 현대사를 읽는 것인지 헷갈릴 만큼 굵직한 이름들이 쏟아진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듯 ‘정말 이런 세계가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저자는 말한다. “이것이 영국이 수 세기 동안 운영해온 방식이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우리 아이 첫 반려동물

이원영 지음, 창비 펴냄

“반려동물은 시간 때우기용 오락거리가 아니니까요.”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하는 부모라면 반드시 먼저 체크해봐야 하는 부분을 현직 수의사가 알려준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 아이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 전체의 삶이 풍부해지지만 그만큼의 돈과 시간,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설혹 불편하고 귀찮아져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다짐, 그리고 그것을 핑계로 상대에게 뭔가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성숙함이 필요합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로 결정한 이들에게는 입양 절차와 필요한 물품, 간단한 의료적 지식까지 알려준다. 집에 무조건 ‘동물은 안 돼’라고 말하는 어른이나 무작정 ‘한 마리만 사줘’라고 조르는 아이가 있다면, 함께 차분히 이 책을 읽어보자.

 

간신: 간신전

김영수 엮음, 창해 펴냄

“간신은 이렇게 무서운 존재다.”

30여 년 동안 사마천을 연구해온 역사학자가 ‘간신’을 주제로 3부작을 엮었다. 1부는 이론으로 살펴본 ‘간신론’, 2부는 악랄하기로 유명했던 간신들을 살펴보는 ‘간신전’, 3부는 간신의 수법을 모은 ‘간신학’이다. 저자는 ‘간신’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이렇게 짚는다. “간신의 온상은 권력자 자신이다. 특히 권력에 대한 깊이 있는 의식과 심각한 통찰 없이 그저 내 손에 쥐어진 힘 있고 잘 드는 칼 정도로만 생각하는 천박한 권력자야말로 간신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절대 온상이 된다.” 2부인 이 책에는 어린 황제에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던 ‘지록위마’의 간신 조고를 포함해 18명의 행적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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