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 대입 개편안이 발표된 지난해 12월27일, 한 대형서점에 비치된 수학 문제집.ⓒ연합뉴스
2028 대입 개편안이 발표된 지난해 12월27일, 한 대형서점에 비치된 수학 문제집.ⓒ연합뉴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들부터는 제2외국어 과목만 제외하고 모두 같은 시험지로 수능을 치르게 된다. 국어·수학 선택과목은 없어진다. 사회·과학 17개 과목 중 최대 두 개를 택하는 현행 제도가 문·이과 구분 없는 ‘공통사회’와 ‘공통과학’ 응시로 바뀐다. 2023년 12월27일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의 골자다.

가장 주목받는 과목은 수학이다. 지난해 10월10일 대입 개편안 시안에서 언급된 ‘심화수학’이 최종안에서는 빠졌다. 심화수학은 미적분II와 기하 과목을 뜻한다. 시안 발표 때 교육부는 ‘절대평가 방식의 심화수학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12월22일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의결한 부정적 의견에 따라 수능 과목에 포함하지 않았다. 국교위는 권고안에서 “공정하고 단순한 수능을 지향하는 통합형 수능의 취지와 학생의 학습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1월3일 보도자료에서 교육부는 이번 개편에 대한 몇 가지 ‘오해’에 해명을 했다. 우선 ‘고등학교에서 미적분과 기하를 배우지 않는다’는 우려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수능에 출제되는 ‘미적분I’에도 미분계수·도함수·부정적분·정적분 등 미적분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공통수학’에서 도형의 방정식 등 기하 관련 기본 개념을 학습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이 시험범위 ‘축소’가 아니라는 말을 덧붙였다. 현행 수능 수학 영역은 공통 과목(수학I+수학II)에 확률과 통계·미적분·기하 중 선택 한 과목을 더해 치른다. 대체로 문과는 확률과 통계, 이과는 미적분이나 기하를 택한다. 개편안은 선택과목을 없애는 대신 대수, 미적분I, 확률과 통계 세 과목을 모두 똑같이 치른다. 말하자면 심화수학 신설은 기존 이과 선택과목 두 개를 필수과목으로 만드는 격이라 학습 부담이 늘어난다는 게 교육부 논리다.

27년간 수학 교사로 일한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 센터장은 개편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미적분II와 기하는 수학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이다. 이 내용들이 수능에 포함되면 학습 부담이 두 배로 늘어난다”라고 말했다. 사교육 수학 선행학습의 근원이 너무 많은 학습 내용에 있다고 최 센터장은 말했다. 수학 교사 출신인 김상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 연구원은 이번 개편이 수능시험 난이도와 별개로 수학이란 과목에 대한 ‘체감’을 바꿀 수 있다고 내다본다. “수학 학습에 대한 호감과 동기부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학교에서 이 정도만 배우면 내가 수능을 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후 대학에 가서 필요한 만큼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면 된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 센터장은 “수능 중심 수학 교육이 암기력만 키운다”라고 말한다. ⓒ시사IN 신선영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 센터장은 “수능 중심 수학 교육이 암기력만 키운다”라고 말한다. ⓒ시사IN 신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능 심화수학이 ‘이공계 인재 육성’이라는 효과를 낼지도 의심한다. 변별이 최우선인 수능과 그에 최적화된 초·중·고교 수학 교육 때문이다. 최수일 센터장의 말이다. “심화수학 내용은 대부분 공식이다. 수학자들은 문제 풀이에 논리적 추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추론마저 외우게 만드는 게 수능이다. 초보운전자와 달리 숙련된 운전자는 생각하면서 차를 몰지 않는다. 암기력을 평가하는 현재의 시험제도는 ‘자동 운전자’만 키운다. 이공계 교육이 위기라면 시험범위가 줄어서가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암기만 강조하는 교육제도 탓이다.”

수학 문턱 낮출까, 수준 저하 부를까

수학자 단체인 대한수학회는 반발했다. 지난해 12월30일 대한수학회는 입장문에서 이번 개편안이 ‘명백한 수학 교육 약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공계열 대학생들의 학력 약화다. “이공계열 학과의 학습에 필요한 미적분 기본 개념은 미적분II까지 배워야 형성된다”라는 것이다. ‘미적분 기본 개념’을 대학이 아닌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이유를 묻자 대한수학회는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미적분II와 기하의 개념을 통합해 다변수함수의 미적분을 이해하는 게 이공계 1학년 수학의 핵심이다. 전 세계 과학기술 분야 인재 중 미적분II와 기하에 해당하는 지식 없이 대학 수업을 시작한 예는 찾기 어렵다.” 대한수학회는 높은 사교육비 역시 수학 시험범위가 아니라 “평균이 높으면서도 변별력을 갖추기를 요구받는” 수능 수학 시스템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여론은 심화수학 신설 반대에 기운다. 지난해 10월25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학부모 정책 모니터단 1294명 중 과반수(54.5%)가 심화수학 신설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26.8%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권고까지 감안하면 이번 개편이 교육부의 독단적 결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한수학회 회장을 지낸 금종해 석학교수(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는 이 문제가 여론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국민들의 착각”과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정부의 포퓰리즘”이 이공계 교육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 수학의 시험범위는 계속 줄어왔다. 그렇다고 문제가 쉬워지지는 않았다. 수학·과학 교육만 엉망진창이 됐을 뿐이다. 만약 출제 범위가 ‘구구단’으로 줄어든다면 수능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금 교수는 이번 개편 결과 사교육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자가 될 사람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수학을 좋아하기에 어차피 혼자서라도 공부한다. 국가경쟁력을 책임질 이공계 인력이 문제다. 미적분학은 이공계 학생들에게는 구구단이나 마찬가지인 기초 소양이다. 고등학교에서 충실히 다루지 않으면 학습할 기회가 없다.”

수월성 추구나 이공계 인재 육성의 관점 외에 비판도 있다.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교육제도 개편 과정으로만 봐도 문제라고 말했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는 표준점수제를 바꾸면 된다. 수능에 문제가 있다면 아예 논술이나 다른 평가 방식으로 대체해야지, 이렇게 훼손해선 안 된다. 고등학교 후반기에 배우는 내용 전부를 대입 시험에서 배제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현행 수능의 뼈대를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결론이 꼬였다는 뜻이다. 이범씨는 이번 개편안 발표를 2018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와 비교했다. “‘수능 100% 정시’는 당시 떠들썩했던 2018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끝에 안착한 결론이었다. 이런 정시는 이번에 없어졌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대학은 절대 수능만으로 입학생을 뽑지 않을 것이다. 교육 엘리트들이 어떤 사회적 논의도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제도를 뒤집었다.”

지난해 12월28일 이주호 사회부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수학 교육 약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심화수학 내신 활용’을 언급했다. “이공계 갈 아이들은 (심화수학 과목을) 거의 다 들어야 한다. 대학은 수업에서의 평가를 통해 학생이 미적분II와 기하를 어떻게 공부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수업에서의 평가’가 이수 여부를 뜻한다면 대학은 그 변별 효과에 만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한수학회는 서면 인터뷰에서 심화수학 수강 여부만 확인하면 “‘입시의 공정성 훼손’과 ‘이공계열 학력 약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심화수학 내신으로 줄 세우기’를 의미한다면?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전형 요소가 늘어 대입제도가 복잡해지면 사교육비는 늘어난다. 수능·내신·논술 모두 준비하느라 사교육비가 폭증했던 15년 전 제도가 입증한다(이범).”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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