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아지트.ⓒ시사IN 조남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아지트.ⓒ시사IN 조남진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1일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거라…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한다.” 대통령의 이 발언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의혹을 들여다보는 중에 나온 발언이다. 분식회계란 경영 성과가 실제보다 좋게 보이도록 회계장부를 거짓으로 꾸미는 일을 말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시장에서 점유율 94%가 넘는 앱 ‘카카오T’를 운영한다. 수요자인 승객과 공급자인 택시 기사를 연결해주는 디지털 네트워크, 즉 플랫폼이다. 그런데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서비스 ‘카카오T블루(이하 T블루)’도 운영한다. 일반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르면 기사가 콜을 골라잡을 수 있지만, T블루로 부르면 거의 무조건 택시가 온다. 사실상 강제 배차다. 전국의 T블루 가맹 택시는 약 5만 대다.

문제는 T블루에 가입한 법인택시 회사나 개인택시 기사가 내는 수수료다. 택시 운임의 20%를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에 낸다(가맹 계약). 수수료율이 20%라니 폭리 아닐까? 그러나 이는 실질 수수료와 차이가 크다. 가맹 택시들이 운행 데이터를 제공하고 T블루 광고를 해주는 데 대한 대가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운임의 15~17%를 가맹 택시에 지급하기 때문이다(업무제휴 계약). 가맹 택시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수수료는 3~5% 수준이다.

금감원은 이런 이중계약이 회계 기준 위반이라고 본다.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제1115호는 복수의 계약이 상호의존적이면 ‘순액’으로 수익(매출액)을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 이 사안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T블루 가맹 택시가 케이엠솔루션, 카카오모빌리티와 따로따로 계약을 했다. 각각의 회사 입장에서는 고객과 ‘복수의 계약’이 아니라 하나의 계약을 맺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이런 점을 들어 두 계약이 별개라고 항변한다. 가맹 택시가 제공한 데이터를 T블루만이 아니라 광범위한 사업에 활용하고 있으므로 그 대가를 지불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광고 참여의 대가는 택시 운임에 연동되지 않고 정해진 금액으로 준다는 점도 강조한다.

11월2일 카카오T블루 택시가 서울 서부역 택시승강장을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11월2일 카카오T블루 택시가 서울 서부역 택시승강장을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더라도, 가맹 계약을 맺지 않고 제휴 계약만 맺는 건 불가능하다(즉 돈을 내지 않고 받기만 하기로 계약하는 택시는 없다). 그 반대 사례, 즉 가맹 계약만 맺고 제휴 계약을 안 맺은 사례도 없다(데이터 등에 대한 대가를 거절할 택시는 없다). 이런 경우에는 사실상 한 회사가 고객과 복수의 계약을 맺은 것이고 두 계약이 상호 의존적이므로, 실질 수수료인 택시 운임의 3~5%만 매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 논리다. 이우종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회계학)는 “고객과 계약한 주체가 두 회사로 분리되어 있어서 형식적으로는 1115호 적용이 어려울 수 있으나, 금감원에서 두 계약이 실질적으로 의존성이 강한 계약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1115호를 적용할 여지도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T블루의 이중계약 문제는 2021년과 202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특히 개인택시 기사들의 원성이 높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데이터 제공 등의 명목으로 T블루 가맹 택시에 지급하는(사실상 돌려주는) 택시 운임의 15~17%가 ‘매출’로 잡히면서 자영업자인 개인택시 기사들의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연 매출 8000만원이 넘으면 간이과세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왜 이런 이중계약을 고수했을까? 수수료 인상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있다. 예컨대 수수료를 3.3%라고 못 박아두면, 강력하게 조직되고 여론을 동원할 수 있는 택시 기사들이 반대할 경우 수수료를 추가로 올리기 어렵다. 반면 운임의 20%를 떼어가고 15~17%를 돌려주는 복잡한 구조를 취하면, 향후 가맹 택시에 돌려주는 몫을 줄여 수익성을 높일 길이 열린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을 위해 이중계약을 취했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질타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하고 택시단체들과 면담을 했다. 실질 수수료도 기존 최대 5%에서 3%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택시 수수료 체계를 어떻게 바꾸든, 카카오의 위기가 쉬이 지나갈 것 같지는 않다. 사실 택시 수수료를 둘러싸고 제기된 갈등은 카카오가 지금 정부나 업계, 시민들로부터 받는 많은 비판과 공격 중 일부일 뿐이다. SM 주가 시세조종 의혹, 모·자회사 이중상장 리스크, 스톡옵션 ‘먹튀’,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 최근 카카오는 여러 지점에서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SM 시세조종 의혹, 김범수를 조준하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등 핵심 경영진은 지금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다. H.O.T.로 대표되는 초창기 아이돌을 시작으로 보아·동방신기·소녀시대·NCT·에스파 등의 아이돌을 배출한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누가 인수하느냐는 올해 상반기 최대 뉴스 중 하나였다. SM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SM 매출의 일정 비율을 20년 넘게 받아가고 프로듀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에 대해 SM 소액주주들을 대변하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이 지난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SM 경영진은 올해 2월3일 이수만씨를 음반 제작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SM 3.0’ 계획을 발표했고, 2월7일 카카오가 SM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여기에 반발한 이수만씨가 2월9일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에 자신의 SM 지분 14.8%를 넘기기로 하면서 ‘카카오와 SM 현 경영진’ 대 ‘하이브와 SM 창업자 이수만씨’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졌다.

2월28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이날 SM 주가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2월28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이날 SM 주가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하이브가 확보한 지분 14.8%로는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하이브는 기간을 정해놓고 SM 주식을 공개적으로 사들이기로 한다(이를 ‘공개매수’라고 한다).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때 많이 쓰는 방식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불러서 대주주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하이브는 2월10일에서 2월28일까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해 SM 지분 25%를 추가로 사들이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사들인 지분은 0.98%에 그쳤다. 공개매수 기간에 SM 주가가 하이브가 제시한 가격인 12만원을 웃돌면서, 투자자들이 하이브에 주식을 팔지 않은 것이다.

공개매수에 실패한 하이브는 2월 말 “특정 세력이 SM 주식을 비정상적으로 매입해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했다”라는 취지로 금감원에 진정을 넣었다. 수사 결과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기간에 해당하는 2월16∼17일과 2월27∼28일, 카카오 측이 합계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 주가를 주당 12만원보다 높게 끌어올렸다고 금감원은 의심하고 있다. 특히 SM 주가가 13만9000원으로 크게 오른 2월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대량의 주식 매입이 이뤄졌는데, 과거 카카오 측과 수차례 거래했던 사모펀드 회사 원아시아파트너스 측이 사들인 것이었다. 금감원은 이 거래에 카카오 경영진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날 원아시아파트너스 측과 공모해 주가를 12만원 위로 끌어올린 뒤,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2월28일 또다시 SM 주식을 대거 사들여 주가를 12만원 위로 유지시켰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제176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주식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매매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착각을 주거나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 행위, 주식 시세를 고정시키거나 안정시킬 목적의 매매 행위 등을 할 수 없다. 금감원과 검찰은 카카오 경영진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본다. 반면 카카오 측은 원아시아파트너스 쪽 거래는 자신들과 무관하며, 자신들은 오직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SM 주식을 사들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주식을 높은 가격에 사들이는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관건은 카카오 측에 주가를 주당 12만원보다 높게 조종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 금감원과 검찰이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모·자회사 이중상장이라는 ‘전략’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리며 특수통 검찰 출신으로는 처음 금감원장에 임명된 이복현 원장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검찰에 넘겨진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11월13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카카오 법인도 함께 기소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11월15일 김범수 센터장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설령 재판 결과 무죄가 나더라도 이미 사법 리스크는 현실화했다. 금감원 특사경은 마치 검찰 수사하듯 김 센터장을 ‘포토라인’에 세우기도 했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카카오를 공개 질타하면서 카카오 내외부에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카카오의 위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10월23일 금융감독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10월23일 금융감독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위기의 직접적 계기가 된 두 회사(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상장을 목표로 하는 카카오의 자회사라는 점이다. 상장이란 회사의 주식을 일반인들도 살 수 있도록 코스피나 코스닥 같은 주식시장에 올려놓는 것을 말한다. 상장하려면 기업의 주요 정보를 공개하는 절차(기업공개)를 거쳐야 하는데,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IPO(Initial Public Offering)라고 한다.

상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숙원사업이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19년부터 상장을 추진해왔으나 우선순위에서 다른 계열사에 밀렸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2021년과 2022년 상장을 위한 IPO 절차를 시도한 바 있다. 이미 상장을 완료한 카카오 계열사도 있다. 2020년 카카오게임즈, 2021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상장했다. 카카오의 또 다른 자회사나 손자회사도 줄줄이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모회사인 카카오는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를 또다시 상장하는 것을 ‘모·자회사 이중상장’이라고 한다. 사실, 외국에서는 한국처럼 모·자회사 이중상장이 흔하지 않다. 대표적으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구글, 유튜브 등 자회사 100여 개를 가지고 있지만 상장사는 알파벳 하나다. 애플도 수많은 사업을 전개하면서도 애플 하나만 상장했다. 카카오의 경쟁사로 꼽히는 네이버도 2023년 6월 기준 계열사 49개가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에는 네이버 한 곳만 상장했다. 그런데도 카카오는 왜 자꾸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것일까?

단적으로 말하면,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무료 서비스다. 카카오 본사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5803억원이다. 검색과 전자상거래에서 안정적 수익을 거두는 네이버의 영업이익이 1조3047억원인 것과 대비된다. 네이버는 자사의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서 라인이나 네이버웹툰, 스노우 등 자회사에 자금을 조달해줄 여력이 있었고 그렇게 해왔다. 카카오는 다른 전략을 택했다. 신사업 부문을 일찌감치 분사해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아 사업 확장의 지렛대(레버리지)로 썼다. 카카오가 모회사나 지배주주의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모빌리티 등 신사업에 도전하면서 빠르게 규모를 키워온 배경이다.

투자자들은 수년 내에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 시세차익을 누리길 원한다(엑시트). 이때 자회사들을 상장시켜 조달한 돈으로 투자금을 돌려주는 게 카카오의 경영 전략이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약 1조2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만한 투자금을 돌려주려면 상장 시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아야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다수 지식재산권(IP, 저작권·상표권 등을 통칭)을 가진 SM 인수에 사활을 건 이유다.

7월26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카카오 노동조합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7월26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카카오 노동조합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출범 이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에서 6000억원 이상을 투자받았다. 역시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도 2200억원을 투자했다. 이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상장을 하든지 매각을 하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매각을 추진하다가 노동조합의 반대로 불발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 시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받기 위해 수수료 이중계약을 맺어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심이 있다. 결국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 욕심’이 카카오그룹 전체의 발목을 잡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모·자회사 이중상장이라는 카카오의 기존 전략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사실 모·자회사 이중상장은 한국 재벌 대기업이 익히 취해온 전략이다. SK와 CJ가 대표적이다. 그동안은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별로 없었다. 2020년 12월 LG화학이 상장을 전제로 배터리 사업 부문을 쪼개(물적분할)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고 기존 LG화학 주주들이 반발하면서 이중상장이 사실상 처음 문제로 떠올랐다. LG화학 주주들은 배터리 사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는데, LG화학에서 핵심 부문인 배터리가 떨어져나가면 모회사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이유에서다. 2017~2022년 5월까지 국내 증시에 모·자회사가 모두 상장되어 있는 총 42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모회사의 소액주주들이 자회사 공모주식을 배정받지 못해 입은 손실은 32개사에서 4조~7조원대로 추정됐다(이은정, ‘이중상장 현황 및 규제 시 고려사항’, 2022).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모·자회사 이중상장은 여러 이해관계자 간 충돌을 양산하면서도 그 책임소재는 불분명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원래는 모회사가 자본을 조달해서 계열사에 ‘쏴줘야’ 하는데, 이러면 모회사의 지배주주 지분이 줄어든다. 반면에 자회사를 상장시키면 지배주주는 모회사 지분을 유지하고도 외부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상장한 자회사가 경영이 어려워졌을 때 여러 방법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 이는 모회사 지배주주에겐 유리하지만 모회사 일반주주나 자회사 일반주주에겐 불리할 수 있다. 게다가 상장 자회사를 일종의 전초기지로 삼아 지속적 M&A로 계열사를 늘려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수의 이종 산업에 걸쳐 모회사-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를 보유하는 것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일으키려는 지주회사의 접근법이라기보다는, 인수·합병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펀드의 접근법에 가깝다. 카카오가 이런 경영 모델을 계속 가져갈지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

“‘100인의 자본가’만 키웠다”

또 한번 카카오가 크게 욕먹은 사건이 있다. 스톡옵션 ‘먹튀’ 논란이다. ‘스톡옵션’은 미리 정해둔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재 주가가 올랐어도 계약 당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2021년 11월3일 카카오페이가 상장하고 한 달이 지나지 않은 11월24일,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카카오페이 주식 약 44만 주를 취득했다. 그런데 이들은 불과 16일 만인 2021년 12월10일 동시에 주식 44만 주 전량을 시장에 매각한다. 매각 가격이 취득 가격의 40.8배였고, 이들이 얻은 차익은 총 877억6000만원, 1인당 평균 109억7000만원에 이르렀다. 경영진이 주식을 전량 매각하자 시장은 해당 시점이 고점이라 받아들였고 카카오페이 주가는 폭락했다. 스톡옵션은 경영진이 주가를 올리기 위해 애쓰도록 만들어 경영진의 이해와 주주의 이해를 일치시키려는 제도인데,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과연 주주의 이해를 고려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던지게 만든 사건이었다.

‘먹튀 논란’으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카카오 대표로 내정되었다가 사퇴했다. 그러나 이후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남궁훈 전 대표도 비슷한 논란을 일으켰다. 내정 당시인 지난해 2월10일 그는 “(카카오가) 대표이사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면 그 행사가는 15만원 아래로 설정하지 않도록 (회사에) 요청드렸다”라고 밝혔다. 당시 카카오 주가가 8만7300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를 때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 대표 이전 시절에 받은 스톡옵션을 주당 1만7000원대에 행사해 약 94억원을 챙겼다. 그런가 하면 김기홍 전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법인카드로 1억원어치 게임 아이템을 결제했다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서승욱 지회장은 “김범수 센터장은 평소 ‘100인의 CEO’를 키우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100인의 자본가’만 키운 것 같다. 회사의 빠른 변화가 과연 혁신을 위한 게 맞는지 의문이었는데, 일련의 사태로 혁신이 아니라 경영진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음이 명백해졌다. 사모펀드 같은 투자자들이 기술 혁신을 추구하는 건 아니잖나. 너무 많은 사업을 벌이다 보니 본질에서 멀어지고, 점점 내부 통제조차 안 되는 지경에 왔다고 보인다”라고 말했다. 오치문 카카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계열사를 엄청나게 흡수하는 것도 결국 상장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 아닌가. 경영진은 오로지 2~3년 바짝 해서 회사를 상장시키고 스톡옵션 받는 게 목표인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카카오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먹고사는 IT 회사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올해 6월 기준 삼성 국내 계열사가 63곳이다. 2014년 36개이던 카카오의 계열사는 올해 6월 기준 총 146개다. 10년간 4배 이상 늘었다. 이 중에서 웹툰 스튜디오, 영상 제작사, 연예기획사 등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회사가 40곳을 넘는다. 최근 수년간 관련 회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해온 탓이다. 카카오게임즈 산하 게임 제작사도 17곳이다(올해 3월 기준).

카카오의 많은 계열사 수는 지식재산권(IP)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그룹의 비전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골목상권 침해’로 인식되는 업종도 여전히 영위 중이다. 카카오VX의 스크린골프와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사업이 대표적다. 이 사업들은 각 사에서 매출 규모가 상당해 철수가 쉽지 않다고 전해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에 꽃·간식·샐러드 배달 기능을 넣었다가 논란이 일자 2021년 8월 해당 기능을 없앴다. 카카오헤어샵 역시 여러 미용실을 비교하고 연결해주는 플랫폼이었는데, 철수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계열사로 가지고 있던 문구·장난감 관련 회사는 매각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화물 중개 서비스 ‘카카오T 트럭커’, 카카오헬스케어, 카카오VX는 각각 기술 도용 주장이 제기되어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2010년 3월 메신저 ‘카카오톡’이 출시된 지 12년 만인 2022년에 카카오는 재계 15위에 올랐다. 카카오의 성장에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이 결정적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카카오는 무료 메신저인 카카오톡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광고를 실어주거나, ‘카카오톡 선물하기’ 수수료를 9.4%(2021년 기준) 받는 식이다. 사업 영역도 넓혀갔다. 특히 택시와 관련해 호출 플랫폼인 카카오T를 운영하면서 직접 택시 가맹사업인 T블루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T블루 기사들에게 콜을 몰아줬다며 2월14일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다. 2021년 6월25일 역대 최고가 17만3000원을 찍은 카카오 주가가 현재 4만원대에 거래되는 것은 코로나19 시기 최고조였던 유동성이 빠진 측면도 있지만, 앞서 이야기한 여러 논란들로 인해 카카오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원인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에 대응해 법을 만들고 행정규제를 하는 데 비해, 윤석열 정부는 ‘자율 규제’를 표방하며 제도적으로 정리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겁주는’ 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서버 화재 사태로 ‘공적 인프라’로 인식되기 시작한 카카오가 그에 걸맞은 경영 모델을 만들어갈지도 관심사다. 이창민 교수는 “준법과 신뢰 위원회나 경영쇄신위원회 같은 임시적 기구 이전에, 기업 의사결정의 핵심은 이사회다. 카카오 각 계열사의 지배구조가 좋아지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회사 정관을 통해 ‘3% 룰’을 적용할 수 있다.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독립적인 감사위원을 선임하고 계열사 상장과 임원 스톡옵션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범수 센터장은 카카오에 대한 직접 지분(13.30%)뿐 아니라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 지분(10.41%)을 통해 카카오를 지배하고 있는데, ‘옥상옥 지주회사’ 같은 이런 구조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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