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감사원은 힘이 세다. 헌법은 감사원에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감찰 권한을 부여했다(제97조). 특히 직무감찰은 그 범위가 넓다. 정량적 성격이 강한 회계검사와 달리, ‘법령상, 제도상 또는 행정상의 모순과 문제점을 적출하여 시정, 개선하기 위한 행정사무 감찰’과 ‘공무원 등의 위법·부당행위를 적발하여 바로잡기 위한 대인 감찰’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공무원의 부패·비리와 같은 위법행위뿐 아니라 예산운용 실태 전반, 인력이나 조직 운영, 사업 및 정책의 추진 실태도 모두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주요 외국에서는 회계검사 기능과 직무감찰 기능이 분리되어 별개의 독립적 기관을 통해 수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감사원은 ‘회계검사’와 ‘직무감찰’ 두 가지 기능을 모두 수행한다. 더구나 감사원의 감사는 대상자의 형사책임을 묻는 형사절차로 전환될 가능성이 항상 잠재되어 있다.
감사원법은 감사를 받는 자가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아니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제51조 제1항 제1호), 감사 대상자는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할 수도 없다.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에 따라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감사원장은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도 수사를 요청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할 수도 있다. 감사원이 공직사회의 저승사자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문민정부 때 개정된 감사원법
감사원은 언제부터 이렇게 힘이 센 조직이 되었을까? 1948년 대한민국의 감사기관은 국가의 회계에 대한 검사업무를 하는 ‘심계원’과 공무원의 비위 등을 감찰하는 ‘감찰위원회’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1963년 1월 국가재건비상조치법에서 두 기관의 기능을 통합하여 감사원을 설치했다.
당시에도 이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감사원이 1998년 발간한 ‘감사 50년사’에 따르면, 1962년 헌법심의위원회는 감사원을 헌법상 기관으로 두지 않고, 심계원을 국회 소속기관으로, 감찰위원회는 정부조직법상 독립기관으로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회계검사권과 감찰권을 한 기관에서 장악할 경우 권력의 비대가 우려된다”라는 것이었다. 또한 당시 “자유중국(타이완)을 제외한 모든 입헌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는 회계검사 기관에 감찰권을 부여한 입법례가 없다”는 점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국가재건최고회의 본회의는 헌법심의위원회 결정을 뒤집고 감찰위원회와 심계원을 통합한 감사원의 설치안을 부활했다. 감사 대상자가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하면 형사처벌하는 조항도 1973년 1월 ‘비상국무회의’에서 도입했다. 감사원 사무처의 막강한 권한은 대통령의 절대권력을 보장하고자 한 군사정부 체제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감사원법은 20여 년 만에 개정되었다. 종래 감사원법은 감사원을 ‘감사위원회’와 ‘사무처’의 이원화된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개정 감사원법은 ‘감사원은 감사원장을 포함한 7인의 감사위원으로 구성한다’고 하여, 감사원이 ‘감사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관’임을 명백히 했다. ‘감사원의 감사정책 및 주요 감사계획에 관한 사항’을 감사위원회 의결 사항으로 추가하는 등 감사위원회의의 지위도 강화했다.
최근 감사원 홍보담당관실은 감사원의 ‘권익위 감사’에 대한 공수처 수사와 관련해, “변호인단은 감사원이 감사원법 및 감사원 개원 이래 75년간의 운영 기조를 기반으로 정당하게 감사를 실시하였다고 보고 있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감사원 감사의 적법성은 수사를 통해 규명될 일이므로 이 글에서 논할 능력이 없다. 다만 “75년간의 운영 기조”보다는 “감사원은 원장을 포함한 5인 이상 11인 이하의 감사위원으로 구성한다”라는 현행 헌법 제98조 제1항이 최우선 기준으로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감사원 사무처 운영 방식에 대해 건설적인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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