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3명이 모욕죄에 위헌 의견을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2022년 5월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3명이 모욕죄에 위헌 의견을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기소될 수 있을까요?” “재판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수사와 재판 결과를 묻는 질문은 언제나 난감하다. ‘모욕죄’와 관련한 사건은 더욱 그렇다. 승패를 정확히 전망할 수 있어야 유능한 변호사라 하겠지만,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 그럴 때마다 내가 무능한 탓이 아니라 법이 원래 모호하다고 변명해본다.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모욕적 표현이라도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일 때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어떤 표현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인지,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표현인지 일치된 평가를 내리기란 대법관들도 어렵지 않을까.

최근 단체 채팅방에서 특정 부사관을 지칭해 ‘ㅁㅊㄴ’이라는 표현을 쓴 병사가 상관모욕죄로 기소되었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어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ㅁㅊㄴ’도 여러 번 사용하거나 다른 모욕적 표현과 함께 쓰는 경우에는 모욕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판례가 있으니, 기사 제목만 보고 ‘ㅁㅊㄴ은 써도 괜찮구나’ 생각하면 오산이다.

‘ㅁㅊㄴ’과 ‘ㄱㅐㅈㅅ’은 모욕적 표현일까

이처럼 이미 충분히 복잡한 모욕의 세계에 초성과 신조어가 가세하면서 그 범위는 더욱 넓고 모호해졌다. 대법원은 “표현이 다의적이거나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신조어인 경우 표현 경위, 동기, 의도, 표현의 구체적 내용과 맥락을 고려하여 용어의 의미를 확정한 후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ㄱㅐㅈㅅ’이 ‘개자식’이 아니라 ‘개진심’이라고 주장하거나 ‘ㅂㅈ’는 여성의 성기를 비하한 표현이 아니라 ‘박쥐’라고 썼다거나 ‘ㅂㅅ’은 ‘병신’이 아니라 ‘박사’라는 뜻이라고 주장하면, 맥락과 취지를 고려해 표현의 의미부터 확정해야 한다.

어떤 표현이 처벌 대상이 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면 애초에 법이 잘못된 것 아닐까? 실제로 모욕죄는 이미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그때마다 다수의견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해왔다.

그럼에도 2022년 5월 재판관 9명 중 3명이 위헌 의견을 밝힌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모욕죄에 대한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헌 의견은 “현재의 모욕죄 조항으로는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 외에도 타인에 대한 비판, 풍자·해학을 담은 문학적 표현, 인터넷상 널리 쓰이는 다소 거친 신조어 등도 처벌될 수 있는데, 구체적인 사회적 해악을 발생시키거나 개인의 명예 감정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표현을 넘어서 단순히 부정적·비판적 내용이 담긴 판단과 감정 표현까지 규제하는 것은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라고 봤다.

모욕죄가 여전히 합헌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법원이 모욕적 표현은 비교적 넓게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사안에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판시들을 해오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기레기’나 ‘극우 부패 세력’과 같은 표현에 대해 1심과 항소심은 벌금형을 선고하였지만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한 사건도 그러한 맥락에 있다.

모욕 사건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기소되는 사건의 상당수가 약식으로 처리되고 있어서 법률적 쟁점이 다투어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AI라도 정답을 내놓기는 어렵지 않을까. 다만 “공인에 대한 비판이니 이 정도 표현은 괜찮다”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도록 판례들이 좀 더 축적되면 좋겠다.

기자명 이혜온 (변호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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