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영(37·오른쪽)·채준우(36)씨는 11년 된 커플이다. 최근 함께 쓴 책에서 스스로 “둘 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박윤영씨는 골형성부전증이라는 장애가 있다. 재채기만 해도 뼈가 부러질 정도로 약해 휠체어를 탄다. 이들이 지난 10월 펴낸 책 제목은 〈장애인이 더 많은 세상이라면〉이다.
채준우 작가는 박윤영 작가를 만나기 전 “비장애인이라는 정체성 같은 건 없었다”라고 말했다. 혼자 다니는 채 작가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이는 지금도 없다. 하지만 박 작가와 함께 다니면 단지 비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착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두 사람의 모습이 ‘아름답다’며 사진을 찍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채 작가는 자신들의 관계가 “‘장애가 있음에도 사랑을 하는 특별함’으로 포장되는 게 싫다”라고 말했다.
두 작가는 책에서 휠체어 사용을 당연시해 의자를 놓지 않는 사무실, 비장애인의 업무 능력을 의심하는 채용 담당자 등 현실과 정반대인 풍자적 일화를 넣었다. 책 제목이 여기서 나왔다. 박윤영 작가는 이 대목을 쓰면서 ‘약간의 통쾌함’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누구도 소수로 차별받거나 억압받아서는 안 된다. 굳이 이렇게 역지사지하지 않아도 서로의 존재가 아무렇지 않게 인정되는 순간이 오길 원한다.”
아무렇지 않은 인정이란 무엇일까. 두 사람은 2015년 45일간 유럽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한국에서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대우를 받았다.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도 무관심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럼에도 배려가 필요한 순간에는 어김없이 당연하다는 듯 도움을 주었다. 출퇴근 시간 버스 기사는 고장 난 리프트를 느긋하게 빼주고, 수천 년 된 유적지에도 장애인 시설이 있어 관광을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한번 환영을 받고 나니 겁이 안 나더라. 반대로 부정적 반응을 마주하면 이후에도 계속 위축된다”라고 입을 모았다.
박 작가가 말하는 환영은 이런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휠체어를 가리키며 ‘이것 때문에 못 탄다’며 불평하는 노인을 마주할 때, 박윤영 작가는 ‘내 존재가 전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구청에서 경사로 설치를 지원한 식당의 주인이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말할 때, 어느 날 단지에 좁은 가림막이 생겨 휠체어가 통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도 그렇다. “윤영을 만나지 않았다면 정말 몰랐을 만한 일들”을 채준우 작가는 11년간 배우고 있다. “장애인이 얼마나 힘든지 다 안다는 착각과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깨고, 이 문제를 더 낯설게 보면 좋겠다(박윤영 작가).” “이 책이 개인의 삶에서 모두의 삶으로 확장하는 전환 스위치가 되길 바란다(채준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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