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의 대화 시사IN 편집국 3월30일 〈시사IN〉 유튜브 첫 공개방송을 앞두고 편집국에 개나리, 벚꽃, 갯무꽃, 유채꽃 등 갖가지 야생화로 꾸며진 꽃바구니가 하나 도착했다.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못하는 사실을 끈기 있게 발굴하여 성실하게 조명하는 〈시사IN〉과 〈시사IN〉 유튜브 제작팀 첫 공개방송을 이 봄날 축하하고 응원합니다.” 독자 양 아무개씨(유튜브 닉네임 ‘sj양’)가 꽃바구니와 함께 보낸 메시지였다. 쿰쿰하던 편집국 공기가 한동안 꽃향기로 상큼해졌다.양씨는 〈시사IN〉 종이책 구독자이기도, 〈시사IN〉 유튜브 채널 구독자이기도, 〈시사IN〉 기자 ‘미래’에 대해 아직 나누지 못한 것들 장정일 (소설가)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서해문집, 2024)은 30대 기자이자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서해문집, 2021)을 쓴 저자이기도 한 전혜원과 연금·재정을 오랫동안 연구한 60대 사회학자 오건호의 대담집이다. 국민연금은 1986년 국민연금법이 공포된 이후, 2006년부터 전 국민에게 의무 가입이 적용되었다.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이 끊긴 노동자들의 노후를 위한 국가정책으로, 개개의 시민에게 민간 보험사보다는 국가가 좀 더 보편적인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2023년 11월 기준으로 남성 노령연금 ‘계단뿌셔클럽’의 명랑 계단 정복기 김영화 기자 맛집을 갈 땐 1층인지, 아니면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인지부터 확인한다. 혹여 건물 앞에 5㎝ 문턱이라도 있다면 갈 수 없다. ‘핫플’로 불리는 동네였지만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식당 찾는 게 늘 일이었다. IT 회사에서 일하던 박수빈씨(35·오른쪽)와 이대호씨(34)는 점심을 먹으며 자주 푸념했다. “앱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대인데, 왜 도대체 이런 서비스는 없는 걸까요?” 지도 앱에 올라와 있는 맛집 리뷰처럼 계단 정보도 알 수 있으면 했다. 기획력 좋은 박수빈씨의 제안에 “한번 사이드 프로젝트로 해보자”라며 이대호씨가 화답했 북한은 왜 일본이 아니라 중국을 택했을까 남문희 편집위원 지난 3월20일 아시아축구협회(AFC)는 북한축구협회로부터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3월26일 평양에서 열기로 한 2026 북중미월드컵 일본과의 예선전 경기를 중립국 경기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말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최근 일본에서 감염자가 늘고 있는 ‘연쇄상구균독성쇼크증후군(STSS)’ 유입을 우려해서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일본 측은 회의적이었다. 일본 외무성은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기를 원치 않는 것 같다”라고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었다. 더 나은 돌봄을 위하여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대기업 임원으로 정년퇴직한 선배는 요양보호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두어 해 전 자격증을 딴 뒤 거의 쉬지 않고 방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데, 자격증을 따는 이는 많아도 이렇게 -더구나 남성이- 열심인 경우는 많지 않아서 센터에서도 놀란다고 한다.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일하는 선배를 보면 든든하다. 선배 같은 이가 많으면 내가 늙고 병들었을 때 집에서 편히 말년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그렇다고 내가 요양병원 같은 시설엔 절대 가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늙으면 여기저기 탈이 나고 병원 신 제주 세월호 생존자들이 국가에 던지는 질문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파란 바지’의 의인,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는 10년 전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국가 구조 기능이 마비됐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을 구해 우리 사회 의인으로 등극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4년 전이다. 김씨는 국회 앞 시위 도중 자해로 이송된 병원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6년 만에 그는 의인에서 피고인이 되었고, 나는 그의 변호인이 되었다.의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부심과 행복은 고사하고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던 그를 변호하기 위해 제주를 오가며 나는 제주 세월호 생존자 23명의 17년 차 MVP의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 김다은 기자 김단비 선수(아산 우리은행 우리WON)는 올해 은퇴할 생각이었다. 서른네 살. 2007년 프로 데뷔 후 지금까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서 뛰고 있다. “계속 농구를 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도 욕심 아닐까, 후배들이 더 잘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고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은퇴 시기를 저울질해왔다. 그게 올해였다.‘오래 뛴’ 선수인 건 맞다. 한국 여자 농구의 새로운 장을 연 WKBL은 1998년 7월 여름에 개막했다. 올해로 리그가 26년이 됐으니 17년 차인 그는 한국 여자 프로농구 역사의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컬트맥스 커틀러·케빈 콘리 지음, 박중서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내 느낌에는 그가 조만간 거물이 되려는 시도를 할 것만 같다.”한국 사이비 종교의 민낯을 다룬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배경을 미국으로 옮겨온 책이다. 인생의 절반을 교도소에서 보낸 찰스 맨슨은 심리적 조작을 통해 자신을 따르게 된 ‘패밀리(추종자)’와 함께 살인·강도 등 각종 기행을 벌였다. 놀랍게도 이들의 강력한 결속력은 오직 맨슨의 말과 행동, 그릇된 믿음에서 자라났다. 마셜 허프 애플화이트는 신생 종교인 ‘천국문’을 만들었는데, 신도들은 전용 숙소에서 기거하 김제동은 다시 닿을 수 있을까 이상원 기자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김제동씨는 평소 이미지와 달랐다. 예의 ‘사이다’는 없었다. 자꾸 단어를 고르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게 10분쯤 부연하고 나서도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 이렇게 말하면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려나… 모르겠네요, 알아서 잘 써주시겠지.” 말과 달리 얼굴은 불안한 기색이었다.그는 여러 차례 ‘두렵다’고 했다. 말과 행동의 뉘앙스가 자꾸 곡해된다는 것이다. 최근 신간 출판기념회에 대한 보도조차 진의와 다르다고 했다. ‘김제동씨가 과거의 사회적 발언을 후회한다’는 보도에 대해서 ‘사람들과 장벽 없이 대화하고 “이것도 인권이야?” 가장 먼저 답하는 곳 김은지 기자 ‘공감’이 20년을 맞이했다. 국내 최초로 공익 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비영리 변호사 단체다. 4명으로 시작한 공감은 현재 박영아(50)·김지림(35)·장서연(46)·조미연(35)·황필규(56) 변호사(왼쪽부터) 등 12명이 함께하고 있다. 첫발을 디딘 2004년은 다양한 인권 이슈가 태동하던 때였다. 장애·이주·성소수자 등 당시만 하더라도 인권 담론에 잘 들어오지 않던 사건에 공감이 나섰다.산업연수생 개념에 머물던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게 대표적이다. 2007년 여수 외국인보호소에서 불이 나 구금돼 있던 이주민 10명이 숙의 민주주의 끝에 다가온 존엄사의 길 파리∙이유경 통신원 3월1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조력사망법에 대한 계획을 밝혀 프랑스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법안에는 스스로 판단이 가능한 18세 이상 성인이 중단기 사망선고를 받고 만성통증이 있는 불치병에 걸린 경우 ‘조력 사망’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초 신청 이후 이틀간 재고 기간을 둔 뒤 의료진의 공동 합의를 거쳐 조력 사망을 승인하는 식이다. 의료진은 양심의 자유에 따라 조력 사망 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고, 환자는 절차 중 통증완화제 투여를 받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마 시사IN 제865호 - 세월호, 10년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와의 대화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이오성 기자 기자들의 시선/김동인 기자COVER STORY IN열 번째 봄에 전하는 우리들의 이야기2014년 당시 팽목항에서 카메라를 들었던 〈시사IN〉 사진팀 기자들은 10년 후 다시 세월호의 기억을 기록하기로 했다. 100명의 이야기를 모았다. 그 가운데 22명을 추려 지면에 담았다.- 2학년 6반 남윤철 교사 부모 남수현씨, 송경옥씨- 세월호 잠수사 황병주씨- 단원고 스쿨닥터 김은지 원장- 2학년 4반 김건우 학생의 누나 김송이씨 - 세월호 참사 희생자 상식과 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노동 사건을 하다 보면 ‘회사가 참 너무했다’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특히 오랜 시간 제 몸 상해가며 헌신적으로 일해온 노동자를 회사가 함부로 대할 때, 회사의 그러한 태도가 ‘부당하다’를 넘어 ‘불법’이라는 판단을 받아내는 것에 어떤 사명감을 느낀다. 수의사 A 사건도 그랬다.A는 어느 지역 축협에 전문 계약직으로 고용되었다. 축협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며 조합원 농가에 출장도 다녀야 했다. 특히 출장 업무가 힘들었다고 한다. 1400여 곳 축사에서 키우는 소 5200여 마리를 살폈다. 거세 시술이나 임신 진단을 할 때는 “하고 싶은 거 꼭 하면서 살려고요” 박미소 기자 한혜진씨(26)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민지 학생과 생존자 장애진씨의 중학교 친구다.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후, 민지씨의 생일이 다가올 때면 애진씨와 함께 민지씨를 만나러 간다.“금요일을 좋아하고 퇴근을 좋아해요. 곧 퇴사하는데, 3·5·8월에 여행을 가요. 제 좌우명이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면서 살겠다’는 거예요. 민지 장례식 때, 민지 아버지께서 안아주시면서 ‘너희는 하고 싶은 거 꼭 하면서 자라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때부터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좀 더 고민하고, 정말로 그렇게 살아요.사실 가끔씩은 민지를 약간 원망했어요. “피해자가 나서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신선영 기자 세월호 참사 생존자 장애진씨(27)는 참사 이후 진로가 바뀌었다.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응급구조학과를 선택했다. 대학 졸업 후 안산의 종합병원 응급실 두 곳에서 3년 가까이 응급구조사로 일했다. 현재 그는 현장 초기대응 역할을 하는 구급대원이 되기 위해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생존자라는 말이 불편하진 않아요. 다른 말로 대체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니까요. 참사가 일어난 것이 저에게 불편한 것이지, 생존자라는 말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생존자로서 공개 활동이나 언론 인터뷰를 했던 이유는, 당사자와 유가족 그리고 2014년 4월16일 그날을 기억하는 당신께 [프리스타일] 김은지 기자 10년이다. 감히 그 앞에 수식어를 붙일 수가 없다. ‘벌써’ ‘아직’과 같은 부사 그 어느 것도 2014년 4월16일을 지나온 우리의 시간을 형언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그날이 기어코 오고 있다. 2024년 4월16일, 세월호 10주기를 앞두고 있다.〈시사IN〉 사진팀 조남진·이명익·신선영·박미소 기자가 지난 1월7일부터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 시리즈 온라인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4월16일을 역산해 그날까지 ‘세월호 사람들’ 100명을 만나는 기획이다. 단원고 희생자 가족만이 아니라, 일반인 희생자·생존 떠나는 윤석희 인권위원의 경고, “인권위를 감시하라” 이은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법규집’ 등 한아름 들고 온 자료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2021년 2월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임기를 시작한 윤석희 변호사가 ‘인권위와 함께한 3년’은 자료와 고군분투한 시간이기도 했다. 많을 땐 한 주에 1000쪽이 넘는 기록을 읽었다. 인권위 업무에 전념하는 상임위원과 달리, 비상임위원은 전업이 따로 있다. 윤석희 인권위원은 주경야독하는 심정으로 낮엔 본업을 하고 밤엔 기록을 살폈다. 토요일, 일요일 중 하루는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인권위원은 윤석희 변호사가 하고 싶었던 일이다. 1994년 변호사가 된 세월호 생존자 장애진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82] 신선영 기자 세월호 참사 생존자 장애진씨(27)는 참사 이후 진로가 바뀌었다.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응급구조학과를 선택했다. 대학 졸업 후 안산의 종합병원 응급실 두 곳에서 3년 가까이 응급구조사로 일했다. 현재 그는 현장 초기대응 역할을 하는 구급대원이 되기 위해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생존자라는 말이 불편하진 않아요. 다른 말로 대체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니까요. 참사가 일어난 것이 저에게 불편한 것이지, 생존자라는 말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생존자로서 공개 활동이나 언론 인터뷰를 했던 이유는, 당사자와 유가족 그리고 “온몸에 멍이 드는데 10일 뒤 혈소판 예약도 막혀” [의료대란 속 환자들 이야기] 김연희 기자 ※환자와 보호자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3월11일 빅5 대학병원 중 한 곳에서 만난 정선화씨(64)는 4기 암환자다. 2011년 수술을 받았던 암이 2021년 재발했다. 유방에서 시작된 종양이 몸 여기저기로 퍼졌다. 지금은 자궁, 골반, 간에도 암 덩어리가 있다. 이 병원으로 외래 진료를 다니며 몇 년째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토요일이던 3월9일 새벽, 정씨는 급하게 응급실을 찾았다. 웬만한 통증에는 이골이 났고, 오랜 투병 생활을 통해 응급실에 가도 고생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지만 “까무러치게 아픈 복통”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 한 이주민 전문기자가 만들어낸 변화 [미디어 리터러시] 김보현 (〈뉴스민〉 기자) 내가 다니는 대구·경북 독립언론 〈뉴스민〉에는 이주민 전문기자가 있다. 박중엽 기자다. 박 기자는 최근에 통근버스를 운행하던 중에,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나온 법무부 공무원 11명을 다치게 한 한국인 운전기사 김민수씨(가명) 이야기를 썼다.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출근길에 갑자기 추방될 위기에 처한 이주노동자들은 운전기사에게 한국어로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하고 외쳤고, 김씨는 순간적으로 액셀러레이터을 밟았다. 차량을 충돌해 틈을 만들고 차 문을 열었다. 운전기사 김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징역 3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