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AP Photo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AP Photo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JFK)은 1963년 11월22일 암살당했다. 올해 60주년을 맞은 그의 추도일에 유독 많이 거론된 현직 정치인이 있다. JFK의 조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FK 주니어·69)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실시 중인 여론조사에서, 그는 20%를 약간 웃도는 지지율로 30%대 중반인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짝 쫓고 있다.

RFK 주니어는 변호사 출신의 환경운동가다. 미국 민주당 주류와 마찬가지로 친환경주의자이며 중산층 육성과 부자 증세를 강조한다. RFK 주니어는 친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이 질색할 이력도 가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슷한 음모론자다. RFK 주니어는 자신의 부친(JFK의 동생인 로버트 F. 케네디. 1968년에 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로 선거운동 중 암살)과 JFK가 둘 다 미국중앙정보국(CIA)에 살해당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백신접종 자체를 반대한다. 그 흐름 속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대 기업과 권력자들이 조장한 위기라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왔다. 미국의 해외 군사 개입을 반대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선 러시아를 옹호해왔다.

지난 4월 RFK 주니어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트럼프주의자들과 음모론자들의 열광적 환호를 이끌어냈다. 트럼프 측근인 우파 급진주의자 스티브 배넌이 ‘트럼프가 그를 부통령으로 삼아야 한다’고 발언할 정도였다. RFK 주니어는 “트럼프가 나를 좋아해서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월9일, 그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다. 그가 바이든은 물론 트럼프의 지지율까지 가로채면서 양자 구도로 굳어지는 듯했던 2014년 미국 대선 구도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RFK 주니어는 무소속 출마 선언 이후 “나와 다른 의견을 새로운 귀로 들어야 한다”라고 했으나 사실은 ‘오른쪽’으로 성큼 나아갔다. 총기협회를 편들며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심지어 미국-멕시코 국경 폐쇄에 반발하지 않게 되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도덕성을 촉구하던 RFK 주니어는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죽음을 두고 다음과 같은 발언(〈뉴욕매거진〉, 11월22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누가 어린이들의 죽음을 달가워하겠어? 우리가 2차 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으로 들어갔을 때도 수많은 시민들이 죽었지. 그러나 우리는 히틀러를 잡아야 했거든.”

9월7일 〈이코노미스트〉는 카를 마르크스의 유명한 문장을 약간 변형해 RFK 주니어와 그의 아버지(1968년 암살)를 비교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1968년의 비극으로, 다른 한 번은 (RFK 주니어의) 소극(笑劇)으로.”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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