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장악’ 시간표가 빠르게 흘러간다. 11월13일 박민 사장 취임 이후부터다. 같은 날 〈뉴스9〉 이소정 앵커가 교체됐다.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를 진행하던 주진우 기자가 일방적으로 하차 통보를 받고,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는 방송 당일 결방됐다. 마지막 인사를 할 틈도 없었다.
최경영 전 KBS 기자(53)는 조금 일찍 KBS를 떠났다. 10월2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하차하며 “하고 싶은 말로 끝낼 수 있는 것도 얼마나 큰 행운이냐”라고 했다. 그런 그가 현 상황을 지켜보며 “(방송 장악 과정에서) 법도 절차도 관행도 무시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고, 예상을 비껴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KBS를 위기로 내몰았다.” 최경영 기자의 평가다.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언론노조가 “말도 안 되는 허위 보도를 일삼고, 국민을 속이고 거짓 공작으로 세뇌해왔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14일 권성동 당시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KBS를 비롯해 MBC 다 언론노조가 다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니냐.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라고 말했다.
여당을 중심으로 KBS가 ‘편파 보도’를 한다는 공세가 이어졌다. 〈최경영의 최강시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경영 기자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질문을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국 언론과 영미 언론의 가장 큰 차이다. 한국 언론은 정치인이 두루뭉술하게 정치적 수사로 이야기하면 그대로 받아쓴다. 그걸 검증해서 구체적으로 숫자로 이야기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국회의 결정이) 누구에게 이익으로 돌아가는지 짚어야 한다.”
양심에 따라 보도한다고 자부했지만 ‘편파 방송’이라는 공격에 자주 움츠러들었다. 하고 싶은 질문을 하려다가도 멈칫하게 됐다. “숨이 막혀 죽지 않기 위해, 살기 위해” KBS를 나왔다. 그리고 12월4일 개국을 목표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튜브 채널 ‘최경영의 평평한 운동장’을 준비 중이다.
최경영 기자가 지금껏 진행했던 ‘경제쇼’ ‘최강시사’ ‘이슈 오도독’ ‘저널리즘 토크쇼 J’를 합쳐놓은 듯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표다. “‘디벙커(debunker, 비정상적인 논리를 검증)’ 역할을 하고 싶다. 벙커에 빠진 골프공을 잔디 위로 빼내듯 잘못된 이념이나 정책, 왜곡된 사실을 ‘팩트’로 보여주려고 한다.”
왜 ‘평평한 운동장’일까? “올바른 투자와 올바른 투표는 다르지 않다.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언론의 제1 사명이다. 그 정보는 투명하고 평등한 정보, 고급 정보여야 한다. 그래야 평평한 운동장에서 투표와 투자를 할 수 있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더 성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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