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8일 서울 시내버스에서 탑승객이 교통카드로 승차 요금을 내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8월18일 서울 시내버스에서 탑승객이 교통카드로 승차 요금을 내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전국 곳곳에서 대중교통 요금이 오르고 있다. 서울은 8월12일부터 버스 요금이 1회 승차당 300~700원 올랐다. 오는 10월7일부터는 지하철 기본요금도 150원 오른다. 인천은 10월7일부터 버스 요금이 250~400원 오르고 지하철 요금도 150원 인상될 예정이다. 부산도 10월6일부터 버스 350원, 도시철도 150원씩 요금 인상이 확정되었다. 울산 역시 8월1일부로 버스비가 100~250원 올랐다. 광역시만이 아니다. 강원, 전북, 제주도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이미 시행되었거나 예정되어 있다. 대전, 충북, 대구는 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단계다(〈그림 1〉 참조).

서울시는 올해 1월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예고하면서 알림글 제목에 ‘부득이하게’라는 표현을 붙였다. 그 부득이성을 '크게 적자, 이용객 감소,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으로 설명했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지난해 적자 규모만 지하철 1조2000억원, 버스 6600억원까지 늘어나는 등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으며 “서울 인구 감소, 고령사회 진입으로 (유료 운임) 이용객이 감소해 대중교통의 안정적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인 데다 “국내 타 시·도,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서울 대중교통 요금 수준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슷한 요금 인상 근거를 댄다.

노동자 단체와 소비자·시민 단체 등은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일단 인상의 근거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 대중교통 요금이 매우 싼 편이다’라는 명제에서부터 의견이 갈린다. 이 말은 1회권을 기준으로 비교할 때는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할인과 정기권 정책을 도입한 해외 사례를 고려하면 어떨 때는 거짓말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독일 베를린에서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1회 탑승권을 사면 3.2유로(약 4600원)가 든다. 1500원 정도인 서울 요금의 세 배가 넘는다. 하지만 독일에서 한 달 동안 전국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정기권(독일 티켓) 가격은 49유로(약 7만1000원)다. 서울에서 주 5일 출근하며 왕복으로 광역버스(3000원)를 타면 요금은 한 달 총 12만원(3000원×2회×20일)이 나온다.

적자에 대해서도 해석이 다르다. 특히 버스 적자에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 2021년 5월 감사원에서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버스업체는 2019년까지 매년 700억원 수준의 당기 순이익을 남겨왔다. 미처분 이익잉여금 누계액도 2019년 4487억원에 달했다. 최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 사모펀드 운용사는 2019년부터 지자체 보조금을 받는 서울·인천·대전의 시내버스 회사 17개를 사들였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투자자인 금융회사·대기업 등과 함께 ‘배당금 잔치’를 벌였다. 지자체에서 버스업체에 얼마나 어떻게 보조금을 지급하는지, 업체에서 그 보조금을 어디에 사용하고 무엇 때문에 적자와 이익이 발생하는지 알 수 있는 공개된 회계 자료도 없다.

5월1일 한 시민이 49유로 티켓 광고가 보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앙 기차역을 지나고 있다. ⓒAP Photo
5월1일 한 시민이 49유로 티켓 광고가 보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앙 기차역을 지나고 있다. ⓒAP Photo

요금 인상의 가장 큰 피해자 ‘여성 청년’

해외에서는 거꾸로 대중교통 지출액을 내려주기 위한 지원 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인한 이용객 감소와 유가·물가 상승을 인상의 근거로 댔지만, 해외 선진국들은 바로 그 이유로 오히려 대중교통 요금을 깎거나 통제했다. 독일의 9유로 티켓과 49유로 티켓이 대표적이다. 독일 정부는 물가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 감소와 에너지소비 감축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월 9유로(약 1만3000원)로 지역 간 고속열차를 제외한 모든 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9유로 티켓’을 판매했다. 총 5200만 장이 팔리는 등 호응이 이어지자, 지난 5월부터 월 49유로(약 7만1000원)의 무제한 대중교통 티켓 정책을 도입해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독일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국영철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고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대중교통 월간 패스 가격을 절반으로 내렸다. 영국은 올해 1월부터 버스 요금을 2파운드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요금 상한 정책(2파운드 캡)을 폈다. 뉴질랜드도 지난해 4월부터 대중교통 요금 반값 정책을 시행했고 미국 워싱턴 DC, 뉴욕시 등에서도 일부 또는 전면 무상버스 도입이 예고되어 있다. 룩셈부르크는 2020년 1월부터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정책을 시행했고 오스트리아는 2021년 10월 전국의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연간 대중교통 이용권인 ‘기후 티켓’을 도입했다.

해외 국가와 도시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아낌없이 퍼주는 복지, 포퓰리즘으로 인한 걸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철저히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내린 결정이다. 그 계산이란 단순히 투입한 원가 비용과 돌아올 예상 수익을 더하고 빼는 정량적 평가가 아니다. 대중교통 요금 지원 정책이 가져오는 사회경제적 편익과 가치를 따져보는 정성적 평가다. 득실을 따져보면서 대중교통 요금 지원 정책을 시행한 국가와 도시들은 크게 세 가지 정책 목표를 내세웠다. 고물가 대응(물가안정, 취약계층 지원), 탄소 감축(기후위기 대응) 그리고 이동의 공공성 확보와 지속가능성이다.

첫 번째 ‘고물가 대응’은 한국 정부도 자주 설정하는 교통정책 목표다. 다만 우리나라는 고물가 시대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대중교통 요금을 인하·통제하는 대신 자동차 유류세, 개별소비세, 취득세, 톨게이트 통행료 등을 깎았다. 자동차(개인 교통수단)는 고소득층일수록 이용하는 비율이 높다. 소득이 낮을수록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고, 거기에 드는 비용이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높다(〈그림 2〉 참조). 대중교통 요금의 소득 역진성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서민경제 정책은, 유류세는 낮추고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는 지금 방향과 정확히 반대쪽에 있다.

뒤집어 말하면 대중교통 요금의 인하와 통제는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한 해 9조원에 달하는 유류세 인하 혜택이 주로 고소득층에 돌아갔듯, 대중교통 요금 통제로 인한 혜택은 저소득층에 더 많이 돌아간다. 따로 예산을 들여 저소득층 소득 지원 정책을 신설하지 않아도 소득재분배 효과가 발생한다.

대중교통 요금 정책은 청년 정책, 젠더 정책이기도 하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대중교통 요금 부담을 성별·연령별로 비교해보기 위해 2019년부터 2023년 1분기까지 가계동향조사 결과에서 1인가구 통계를 따로 추출했다. 개인교통(자가용)과 대중교통 비용이 각각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연령별로 비교해보았을 때, 대중교통 지출 비중이 가장 큰 연령대는 35세 미만 청년층이었다(〈그림 3〉 참조). 그 가운데서도 35세 미만 여성 청년이 대중교통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장 컸다(〈그림 4〉 참조). 대중교통 요금이 오르면 가장 크게 타격받는 계층이 ‘여성 청년’임을 확인한 것이다.

〈그림 3〉과 〈그림 4〉에 나타난, 노년층의 상대적으로 낮은 대중교통 요금 지출 비중도 점점 위태로워지는 상황이다.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축소하자는 여론이 높아졌고 실제 몇몇 지자체에서 적용 연령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노년내과 전문의이자 도시 이동성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이런 방향에 대해 “이동의 한계선에 있던 사람들을 조금씩 밀어 떨어뜨리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노년기 가난할수록 신체 기능, 인지 기능이 나쁘고 독거일 확률이 높다. 이런 분들이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집에서 나와 걷고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면 그 자체로 건강 증진, 치매와 노쇠 예방 효과로 이어진다. 국가의 노인 돌봄 비용도 감소할 수 있다. 대중교통 가격이 인상되면 노인 등 신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사회에서 가장 먼저 밀려나게 될 것이다.”

2월14일 서울역 지하철 탑승구 앞을 한 노인이 지나가고 있다. ⓒ김흥구

대중교통 요금 지원의 두 번째 정책 효과는 탄소 감축, 기후위기 대응이다. 도로운송 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13.9%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1㎞ 이동 시 배출되는 탄소량은 승용차가 210g, 버스는 27.7g, 지하철은 1.53g이다. 그린피스가 지난 5월 발간한 ‘유럽의 기후와 대중교통 티켓’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자동차 이동의 5%만 대중교통으로 전환해도 연간 석유 수요 약 790만t, 이산화탄소 배출 2500만t을 줄일 수 있다. 실제 독일에서 9유로 티켓을 도입한 3개월 동안 탄소 배출 180만t을 추가로 저감했다는 분석 결과를 독일 운송협회가 내놓기도 했다.

세 번째는 ‘대중교통의 공공성 확보와 지속가능성’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운영 적자가 누적돼 대중교통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이 흔들리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요금을 올린다는데, 해외 국가는 왜 같은 이유로 요금을 지원해줄까? 지속가능성의 열쇠를 ‘수요(이용객) 증대’로 보기 때문이다.

8월18일 서울시내를 달리는 버스 안에 한 시민이 앉아 있다. ⓒ시사IN 박미소

사실 요금 인상은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다. 몇백 원씩 올리는 현재 인상 폭으로는 어차피 지금껏 쌓인 운영 적자를 메울 수도 없다. 당장 적자 폭이 조금 줄지라도 이는 다시 ‘수요 감소’ 그리고 ‘수요 감소로 인한 수익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해외 국가들은 바로 이 점을 알고 수요 증대, 즉 ‘대중교통 수송분담률 확대’를 정책 목표로 잡고 요금 지원 정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6~9월 시행된 독일 9유로 티켓 도입 기간 나타난 운송수단 이용 변화 그래프는 대중교통 요금 지원 정책과 수요 증대 간 인과관계를 입증한다(〈그림 5〉 참조).

이영수 선임연구위원은 “독일 9유로 티켓 시행 이후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변화는, 시민들의 대중교통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티켓을 사용하게 해달라, 우리 동네에도 노선을 놓아달라, 서비스를 좀 더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이는 좀 더 장기적으로 시행되는 49유로 티켓 그리고 대중교통의 공공성 증대에 관한 논쟁과 토론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더 많은 사람이 의견을 내는 공공서비스는 그 반대 경우보다 훨씬 큰 발전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을 지닌다. 또 대중교통이 활성화되면 자가용 이용이 줄고 그에 따라 미세먼지가 줄고 탄소 배출이 저감되고 자동차 사고 위험이 낮아지고 (주차·주행에 쓰이는) 도시 공간도 절약된다. 대중교통 요금 지원 정책은 바로 그 선순환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요금 지원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저렴한 티켓’ 자체가 아닌 ‘매력적인 대중교통’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삶의 공간’이다.

이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초기 투자금은 대부분 시민의 지갑이 아닌 국가 재정에서 나왔다. 독일은 지난해 9유로 티켓을 위해 정부 예산 25억 유로(약 3조6000억원)를 투입했다. 스페인은 한시적으로 도입한 국영철도 무료화를 1년 추가 유지하는 사업을 위해 올해 초 7억 유로(약 1조142억원)를 추가 투자했다. 오스트리아 연방정부는 기후 티켓을 위해 연간 1억5000만 유로(약 2173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출했으며, 영국 정부는 ‘2파운드 캡’ 가격 유지를 위해 올해 상반기 7500만 파운드(약 1269억원)를 지원했다.

우리나라는 2019년 도입된 알뜰교통카드가 전국에서 폭넓게 적용되는(미시행 지자체도 있다) 유일한 요금 지원 정책이다. 정부 투입 예산은 그나마 늘어 올해 290억원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연회비를 내고 전용 신용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신청해 예산이 소진됐다는 이유로 그해 사업을 종료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알뜰교통카드로 절감한 교통비는 2021년 기준 월평균 1만4172원으로 나타났다.

3월16일 국회에서 정의당의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 도입 운동본부 발대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3월16일 국회에서 정의당의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 도입 운동본부 발대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최근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하철·버스 통합 정기권 ‘K패스’를 내년 7월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K패스라는 명칭의 아이디어는 윤석열 정부의 ‘국민제안’에 올라와 지난해 7월 ‘국민제안 톱 10'에 포함되기도 했다. 독일의 9유로 티켓을 본떠 월 9900원으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는 티켓을 만들자는 게 제안 내용이었다. 당시 정부가 대중교통 이용액 50% 환급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내년 도입 계획이 발표된 K패스는 월 21회 이상 이용할 경우 월 60회 한도 내에서 연간 이용액의 최대 20%가량을 환급해주는 데 그친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K패스의 구체적인 사업 형태와 예산 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지자체마다도 대중교통 요금을 깎아주거나 아예 없애는 정책이 속속 도입되고는 있다(〈그림 1〉 참조). 어린이·청소년·노인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할인과 무상 지원이 대부분이다. 복지정책의 효과는 있으나, 정책의 대상이 캡티브 라이더(captive rider, 대중교통 외 대체 수단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에 머무는 것은 한계다. 특정 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으로가 아닌 기후위기 대응 정책, 대중교통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정책이 되려면 더 많은 초이스 라이더(choice rider, 대중교통과 승용차 이용의 비용을 따져보고 더 적은 쪽을 택하는 사람)를 끌어들여야 하는데 지금 요금 지원 정책은 아직 그 수준까지 가지 못했고 그럴 계획도 없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유럽에서 도입한 무제한 정기권 같은) 정책을 계획하거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대중교통의 매력을 높여라

문제는 늘 돈이다. 이영수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은 대중교통 운영에서 국가재정 대 요금 수입이 5대 5 수준이고 그것이 법으로도 보장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용자의 요금 수입에 의존하거나 공채 발행으로 돌려막기를 해왔다”라고 말했다. 올 초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노인 무임승차 손실 보전을 두고 벌인 싸움도 정부·지자체가 대중교통에 투자하는 비용에 얼마나 책임 지기 싫어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서로 떠넘기다 비용은 결국 시민들이 요금 인상으로 지게 되었다. ‘내가 타는 버스·지하철 비용을 내가 내는 게 무슨 문제인가’라는 수익자부담원칙 관점에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불평등과 기후위기 개선, 이동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적정하게 공적 재원이 들어가야 한다’는 국가 책임론 관점에서 대중교통을 바라볼 수도 있다.

지난 2월3일 서울역 앞에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반대하고 1만원 교통패스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1만원 교통패스연대 제공
지난 2월3일 서울역 앞에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반대하고 1만원 교통패스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1만원 교통패스연대 제공

후자의 관점으로 진보정당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파격적인 대중교통 요금 지원책이 제안되고 있다. 정의당은 올해 초부터 ‘3만원 프리패스’ 정책안을 만들어 캠페인과 입법·조례 제정 활동 등을 벌여오고 있다. 월 3만원 정기권으로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 이용하고 알뜰교통카드의 할인 폭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4월 발의했다. 여러 노동·환경 단체 등이 참여한 ‘1만원 교통패스 연대’는 이보다 가격이 낮은 ‘1만원 교통패스’를 제안했다.

정의당은 월 3만원 프리패스를 시행하기 위한 연간 소요 예산을 4조632억원으로 계산했다. 무슨 돈으로 하자는 걸까? 정의당은 지금 대부분이 도로 건설에 쓰이고 있는 교통시설특별회계를 대중교통 운영 및 유지보수에 사용하도록 ‘공공교통특별회계’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2017~2021년 동안 불용 처리돼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예탁된 교통시설특별회계 예산만 20조원이니 이미 재원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현우 교통·철학 연구자는 “대중교통 지원 재원을 장기적으로 채울 수 있으려면 자동차 구입이나 도시개발처럼 사람들이 계속 안정적으로 원하리라 예상되는 분야의 세수를 잡고 20~30년을 내다보고 입법해야 한다. 그중 제일 쉽게 정당화할 수 있는 세원이 자동차 유류세다. 대부분이 도로 인프라 건설에 쓰이는 유류세 재원을 대중교통 운영과 지원에 투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지방세의 여러 세목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세 중 주행거리에 비례해 늘어나는 주행분 자동차세라는 게 있다. 지금 유가보조금 재원으로 쓰고 있다. 지방정부가 걷는 부담금 중 혼잡통행료, 교통유발부담금 같은 재원도 도로교통 시설 개선에 주로 사용된다. 적어도 이런 세입들은 대중교통 운영 투자로 돌려야 한다.” 부동산 관련 조세도 이용 가능하다.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일부 도시는 교통 인프라가 깔리면서 증가한 만큼의 재산세나 부동산 양도세 재원을 대중교통 지원에 전용하기도 한다. 정책적 의지가 있다면 지자체장 결단으로도 지금 당장 시행 가능한 예산 확보 방안이다(김상철 위원장).”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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