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도 더운데 밤에도 더워요. 씻는 것도 힘들고요. 샤워장에 물이 안 빠져서 사람들 씻던 물이 여기까지 차요.” 까맣게 탄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린 박서현 양(가명·16)은 발목 위를 손으로 가리켰다. 8월2일 오후 전북 부안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 기자들에게 공개된 델타 구역 편의점 앞에서 만난 박서현 양은 연방 땀을 닦아냈다. 친구들과 잠시나마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잼버리장에 하나밖에 없는 편의점. 그것도 참가자들로 들어찬 셔틀버스를 한 대 보내고 나서야 겨우 그다음 버스에 몸을 싣고 올 수 있었다. 박 양은 더위를 식힐 곳이 없다며 “기사에 이 말을 꼭 실어주세요”라고 말했다.
지난 8월1일 개막해 사흘간(8월3일 기준) 발생한 온열질환자만 수백 명. 8월12일 폐막까지 이대로 운영되면 온열질환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의 환경단체들은 잼버리가 개최되기 전부터 이런 상황을 지적했다. 8월2일 오후 잼버리 공원에서 만난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의 나희 홍보국장은 "8월 초 한국에서 가장 더울 때 전 세계 청소년들을 밀어넣고, 이런 과시형 행사를 하는 게 너무 화가 난다. 이곳은 갯벌을 매립해 물이 빠지지도 않고 찬바람이 닿지도 않는 땅이다. 또한 이곳은 2003년 새만금 갯벌 보존을 위해 삼보일배를 시작한 해창갯벌이기도 하다. 보존해야 할 갯벌을 매립한 땅에서 열리는 대회에 정말 잼버리 정신이 있는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취재진에 공개된 델타 구역은 연이은 폭염에도 곳곳이 침수되어 있었다. 한쪽에서는 펌프로 물을 퍼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배수로를 만들어 물길을 내고 있었다. 34℃가 넘는 온도에 잼버리장은 거대한 한증막처럼 변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최창행 새만금 잼버리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개영식에서 케이팝 행사가 있었다. 청소년들이 에너지를 분출하고 활동하다 보니 체력을 소진해 환자가 많이 발생한 걸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미국·싱가포르의 참가자들은 ‘안전 미비’를 이유로 중도 퇴소했다. 전북 지역 스카우트는 ‘영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했으나 대회 조직위원회가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며 조기 퇴소하기도 했다. 준비 부족 및 운영 미숙으로 정부 책임 논란이 일고 있다. 스카우트 표어는 세계 공통으로 ‘준비(Be Prepared)’이다.
세계에서 모인 청소년 참가자들은 훗날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어떻게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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