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잼버리 대회가 케이팝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언론은 전 정부, 현 정부, 여성가족부, 전라북도 등 다양한 실패의 책임에 미묘한 차이를 담아 비판하곤 했다. 그러나 나름 합의된 실패의 원인도 있다. 바로 ‘역대급 더위’이다. 일부 언론은 ‘사상 최악의 폭염’이라며 잼버리 실패의 책임을 예측할 수 없었던 최악의 폭염 탓으로 돌린다.

그런데 이는 다소 어폐가 있다. 물론 올해 7월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전 세계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달이다. 그러나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잼버리 기간이었던(8월1~8일로 잡았다) 전북 부안은 말 그대로 ‘역대급 폭염’을 기록한 2018년보다는 덜 더웠다. 엄밀히 말해 잼버리 기간에 해당하는 날짜의 부안 최고기온 자체는 2018년 또는 2019년이 올해보다 높은 날이 더 많았다. 다만, 잼버리가 열린 간척지는 나무 그늘을 찾기 어려운 갯벌이었던 땅의 한가운데다. 잼버리 대원들이 견디기 어려운 폭염에 시달린 것은 ‘역대급 더위’ 그 자체보다는 간척지라는 독특한 환경이 그늘을 제공하지 못하고 습도를 높여 체감온도를 더 올렸기 때문이다. 언론의 과장된 표현은 다른 중요한 문제를 덮어버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올해 잼버리 기간에 전북 부안은 2018년보다 더 덥지는 않았다. 더위 자체보다 간척지라는 환경이 문제였다. ⓒ시사IN 이명익
올해 잼버리 기간에 전북 부안은 2018년보다 더 덥지는 않았다. 더위 자체보다 간척지라는 환경이 문제였다. ⓒ시사IN 이명익

‘역대급’ ‘사상 최대’ ‘사상 최초’라는 표현은 언론에서 대단히 많이 등장한다. 문제는 이런 표현이 잘못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년 정부 예산서가 나오거나 국가부채가 발표될 때마다 언론은 ‘사상 최대’ ‘사상 최초’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매년 물가가 상승하고 경제 규모도 해마다 커진다. 국가지출 이나 국가부채 규모는 매년 사상 최대를 달성하는 것이 정상이다. 만일 국가지출이나 국가부채 규모가 사상 최대가 아니라면, 그것이 오히려 뉴스거리다. 그래서 국가지출 규모가 사상 최초로 600조원을 넘었다는 언론의 뉴스는 ‘올해는 사상 최초로 2023년이 되었다’는 말만큼 공허하다.

국가부채 비율이 ‘사상 최초’로 GDP 대비 50%를 넘었다는 말도 다소 어색하다. 국가부채 전체 규모야 매년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쳐도, 국가부채를 GDP로 나눈 국가부채 비율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정상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국가부채 비율의 분자는 누적(stock)되지만, 분모인 GDP는 누적되지 않는 그해 발생분(flow)이다. 쉽게 말해서 올해 국가부채가 1000조원인 이유는 올해 발생한 국가부채가 1000조원이기 때문이 아니다. 작년, 재작년, 재재작년 등 그동안 발행한 국가부채가 모두 누적된 액수다. 반면 올해 GDP 2000조원이란 의미는 작년 부가가치, 재작년 부가가치가 누적되는 것이 아니다. 올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발생한 부가가치의 합을 의미한다.

진짜 문제를 희석하고 가짜 문제에 관심 돌릴 수도

즉 누적되는 국가부채를 그해 발생한 부가가치(GDP)로 나누면 국가부채 비율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증가하는 것은 개념적으로는 당연하다. 물론 국가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한국 부채비율이 OECD 국가보다 낮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논리도 도출 가능하다. 유럽 등 OECD 국가는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벌써 40년이 되었다. 고령사회가 지속되고 40년 동안 복지국가의 역할을 하는 동안 국가부채가 누적되며 증가했다. 한국은 이제 고령사회와 복지국가 초입에 돌입했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겨우 5년밖에 안 되어서 아직 누적된 국가부채 규모가 작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이 다른 OECD 국가보다 매우 낮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논리도 된다.

언론은 자극적 표현을 통해 단정적 논리를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국가지출 규모나 국가부채 규모가 늘어나면 일단 ‘역대 최대’라는 표현을 통해 부정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역대급’ ‘사상 최대’라는 과장된 표현은, 진짜 문제를 희석하고 가짜 문제에 관심을 돌리는 등 악영향을 끼친다.

기자명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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