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잼버리 사태’다. 폭염 대비는 엉망이었고, 세계에서 온 청소년들은 조기 철수를 해야 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폭염, 폭우, 먼지, 해충 방역, 편의시설에 대한 점검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잼버리 대회 주무 부처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라고 장담했다. 그런 그가 8월8일 ‘조기 철수 사태’에 대해 “위기 대응을 통해 저희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외신도 ‘준비 부족’을 질타하는 상황에서 주무 부처장이 구설을 자초했다.
1991년 8월 강원도 고성에서 열렸던 제17회 세계잼버리 대회는 어땠나. 옛날 신문을 뒤져보았다. 국가 동원 체제로 국제행사를 치를 때에 있을 법한 일들이 있었다. 행사를 앞두고 인제, 원통, 고성 등 도로 옆에 몇천 평 크기의 ‘새 공장’들이 들어섰다. 군인과 군 시설을 대회에 참가하는 외국 청소년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만든 ‘위장 시설’이었다. 정부가 도로 옆에 대형 외부 광고판을 설치해놓은 기업들에게 기존 광고판을 잼버리 대회 행사 홍보용 광고로 대체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광고판 하나를 변경하는 데 당시 돈으로 2000만원이 들었다. 정부의 ‘지시’에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협조해야 했다. 또 현역 군인을 투입해 M16 소총 실탄사격 과정을 프로그램에 넣으려다 논란이 되기도 했다. 행사장 주변의 환경 훼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불과 두세 달 전에 대규모 시위가 연이어 있었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 대규모 국제행사를 잘 치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성공의 ‘이면’이다.
김동인 기자가 새만금 잼버리 유치부터 ‘잼버리 사태’ 수습에서 나타난 문제점까지 살펴보았다. 전북은 왜 잼버리를 원했을까. 그리고 왜 장소를 새만금으로 택했을까.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유치부터 개최까지 세 정권에 걸쳐 있고, 중앙·지방 정부가 각각 관여되어 있기 때문에 실패의 ‘이면’을 찬찬히 복기할 필요가 있다. 대회 실무 준비를 허술하게 하고, 수습 단계에서도 무능을 드러낸 현 정부의 잘못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8월7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은 태풍 대비 잼버리 ‘컨틴전시 플랜(긴급 대체 계획)'을 보고받고 점검했다”라고 밝혔지만, 그 말이 참 무색하게 되었다. 예멘 참가자 175명을 배정받아 음식까지 준비했다가 밤늦게 ‘입국을 안 했다’고 통보받은 한 대학의 사례는 한 편의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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