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스카우트연맹이 태풍 ‘카눈’의 영향을 우려해 잼버리 대회장인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에서 조기 철수를 결정한 다음 날인 2023년 8월8일,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이 대회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세계스카우트연맹이 태풍 ‘카눈’의 영향을 우려해 잼버리 대회장인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에서 조기 철수를 결정한 다음 날인 2023년 8월8일,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이 대회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잼버리라는 이름에서 내가 떠올리는 건 많지 않았다. 젊음, 초록색 혹은 모래색의 스카우트 유니폼, 스카프, 배지, 챙이 둥근 모자, 텐트, 모닥불, 그리고… 마시멜로? 2023년 8월 이전까지는 그랬다는 말이다. 이제 나는 잼버리라는 이름에서 폭염과 습기와 벌레 물린 자국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다리와 곰팡이 핀 달걀과 밥과 두부 두 조각이 전부이던 자원봉사자용 비건 식단과 바가지요금을 떠올린다. 나는 그게 단순한 무능함이나 무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모든 불편과 불쾌를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아이들에게, 그래도 너무 나쁜 기억만은 아니었기를, 반짝이는 좋은 추억도 몇 개쯤은 남아 있기를 바라본다. 염치없지만.

기자명 사진 이명익·글 금정연(작가)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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