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비 작가.ⓒ시사IN 신선영

중학교 1학년 때 무용실에 들어간 적이 있다. 토슈즈를 신고 발레 동작을 하고 있던 선배와 우연히 마주쳤다. 아직 뇌리에 남아 있을 정도로 강렬한 모습에 압도됐다. 이단비 작가는 “어쩌면 발레에 대한 책은 이때부터 써온 것인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20여 년간 본업과 부업을 병행하면서 취미로 발레를 하고 있다.

이단비 작가는 여러 해 동안 두 가지 일을 병행해왔다. 낮에는 시사 교양·문화예술 프로그램 작가로 일했고, 밤에는 공연 리뷰를 쓰고 무대연출을 했다. 6월 나온 〈발레, 무도에의 권유〉를 펴내기 위해 최근 직장을 그만뒀다. 5년 동안 쓰다 엎다를 반복해온 책이다. 어린 시절 자신과 같은 독자가 대상이다. “무용에 관심이 있고, 궁금증을 해결할 만한 책, 너무 얕거나 깊지 않은 입문서”를 찾는 이들이다.

이 작가는 책에서 ‘발레’ 하면 으레 떠올리는 고전발레만을 다루지 않는다. 〈백조의 호수〉 등 러시아의 고전발레와 더불어, 먼저 생겨난 이탈리아·프랑스 발레를 조명한다. 근현대 들어 발레는 점차 영역을 확장해왔다. ‘춤’의 범위 안에 있는 다른 장르를 접목해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책은 지역별·시대별로 다른 발레 동작과 의상을 삽화로 보여준다. 춤을 악보로 만든 고금의 ‘무보’ 자료 사진도 곁들였다. 국내외 학술자료를 뒤져서 얻은 결과물이다.

‘누구나 발레를 즐길 수 있다’고 이단비 작가는 말한다. 그러나 전문 무용수로 무대에 서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선천적으로 고관절이 말린 사람은 완벽한 자세를 취할 수 없다. 마른 체형에 얼굴이 작고 팔다리가 길어야 아름다워 보인다. 아이 진로를 발레로 정하는 것은 큰 결정이다. 체격 조건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어린 나이에 시작해야 몸이 만들어진다. 신체 조건이 무용수로서 부족하다고 판명됐을 때 겪는 고통은 무척 크다. 이단비 작가는 “발레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부모가 나서서 억지로 시킬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단비 작가는 관객으로서 발레를 즐기는 팁을 알려줬다. 자본이 많이 들어가고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대작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점차 관람 범위를 넓히면서 안목을 키운다. 쉽게 몰입하는 방법은 무용수 개인에게 주목하는 것이다. 작품에서 유독 돋보이는 무용수가 있다면 그가 출연한 공연을 여럿 보면 된다. 각자의 동기로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눈이 뜨이고, 어느덧 발레 애호가가 되어 있으리라고 이 작가는 말했다.

이단비 작가.ⓒ시사IN 신선영
토슈즈를 신은 이단비 작가.ⓒ시사IN 신선영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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