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단 콜렉티브에이(Collective A)의 차진엽 예술감독은 요즘 가장 핫한 무용가다. 여러 이유에서 그렇다. 일단 춤을 잘 춘다. 그녀가 출연한 〈아모레 아모레 미오〉(전미숙 안무)가 대한민국 무용대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가로 〈제5회 솔로이스트-여무(女舞)〉에서 김주원·장윤나와 함께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춤을 잘 만든다. 올해 초 그녀가 안무한 콜렉티브에이의 〈페이크 다이아몬드〉도 평단의 호평을 들었다. 각종 행사에서 섭외 1순위인 안무가다. 케이블 채널 엠넷의 〈댄싱9〉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대중적 인기가 높아서 더 많이 찾는다.

춤을 잘 추고 잘 만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춤을 대변하기도 한다. 얼마 전 탤런트 엄태웅씨의 아내 발레리나 윤혜진씨가 국립현대무용단 기획공연 〈춤이 말하다〉에 캐스팅되었다가 논란이 인 적이 있다. 3년 동안 활동을 하지 않은 윤씨가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특혜를 입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차 예술감독은 윤씨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이라는 점, 〈춤이 말하다〉의 공연 성격, 출산으로 인해 공백이 생겼다는 점 등을 들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누리꾼들은 차 예술감독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녀는 “사회에서 예술가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가끔 씁쓸할 때가 있다. 우리는 가족의 생계를 걸고 정말 목숨 걸고 예술에 임하는데 이를 유흥과 여가 정도로만 치부하는 것 같아 목소리를 냈다”라고 말했다.

ⓒ차지엽 제공현대무용단 콜렉티브에이의 차진엽 예술감독.

공연계가 검열 파동을 겪을 때도 자신의 판단에 따라 명확하게 처신했다. 국립국악원이 ‘금요공감’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정영두 안무가의 공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연극 〈개구리〉를 연출했던 박근형씨의 연극 부분을 빼라고 압력을 넣자 다른 안무가들도 공연을 취소했다. 이때 차 예술감독은 “국악원에서 박근형 연출가의 연극을 배제하며 내세운 이유가 극장 시스템 문제인데 이는 우리 팀에도 적용된다. 우리 팀도 풍류사랑방 극장에 부적합한 공연이기에 어쩔 수 없이 공연을 고사한다”라면서 공연을 취소했다.

그녀가 돋보이는 부분은 다른 예술 장르와 적극적으로 협업을 한다는 점이다. 〈제5회 솔로이스트-여무(女舞)〉에서는 현대미술 작가 빠키와 공동 작업을 했다. 이유는 작품세계가 자신과 상반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빠키의 작품은 패턴이 화려하지만 규칙이나 질서가 있다. 미니멀하고 단순한 규칙을 통해 화려한 패턴으로 순환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스스로 내 색깔을 깨고 싶었는데, 나랑 반대되는 아티스트여서 흥미롭게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연극·영화·미술까지…활동반경이 넓은 무용가

그녀는 협업을 적극적으로 즐긴다. 그래서 가장 활동반경이 넓은 무용가로 꼽힌다. 이윤택 연출가의 연극 〈피의 결혼〉(2007)을 시작으로 조광화 연출의 영상소리극 〈그림 손님〉(2007),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연출한 뮤지컬 〈오필리어〉(2014)의 안무에 참여했다. 최근에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 〈신과 함께-저승편〉의 안무를 맡았다. 그룹 시나위 출신 가수 김바다의 〈써칭(Searching)〉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춤을 주제로 한 영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차진엽 예술감독은 지적 호기심이 많은 무용가로 꼽힌다. 주목받는 현대미술 전시관이나 화제가 되고 있는 예술 행사장에 어김없이 나타난다. 예술의 융·복합에 관심이 많아서 융·복합 공연예술축제 파다프(PADAF) 홍보대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녀는 “동작을 만드는 안무가는 공간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외국에서는 시노그래피(공간 연출)가 정립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단순히 동작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와 조명, 음악 등 공간을 총체적으로 연출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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