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을 공익신고 사건으로 접수해 진상조사를 벌였던 대검찰청 감찰부가 최근 손준성 검사 등에 대해 “비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뒤늦게 종결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발 사주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인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손준성 검사 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들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정치인·언론인 등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손 검사는 현재 이 사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처분으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손 검사 측 주장에 대검찰청이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시사IN〉이 입수한 ‘대검찰청 공익신고 사건 처분 결과 통지서’를 보면, 지난 3월31일 대검찰청 감찰부는 고발 사주 의혹 공익신고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2021년 9월7일 공익신고가 접수된 지 1년7개월 만이다. 감찰3과는 처분 사유에 대해 “사건 조사와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심의 결과, 비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라고만 밝혔다.

대검찰청 감찰부가 3월31일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 손준성 검사에 대해 '감찰 결과 무혐의 처분'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IN 이명익
대검찰청 감찰부가 3월31일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 손준성 검사에 대해 '감찰 결과 무혐의 처분'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IN 이명익

2021년 9월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진 직후 제보자 조성은씨는 대검찰청 감찰부에 자진 출석했다. 공익신고서를 작성하고 문제의 고발장이 미래통합당에 전달된 시기 김웅 의원과 전화·메시지를 주고받았던 휴대전화, ‘손준성 보냄’으로 전달된 고발장과 판결문 등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 사진을 제출했다. 대검 감찰부는 다음 날 조성은씨에 대해 “공익신고자 요건을 충족했다”라며 본격적인 진상조사를 벌였다. 대검 내부에서 고발장 등의 자료가 실제 외부로 유출됐는지에 대한 자체 감찰과 함께 조씨로부터 제출받은 휴대전화 포렌식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각종 고소·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 감찰부는 조사 결과와 기록 등을 각 기관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은 손준성 검사 등 현직 검사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 연루 사실을 확인하고 공수처로 이첩했다. 고발 사주 의혹 전반을 수사한 공수처는 손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23년 4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20년 고발장 전달 당시 민간인 신분이라 공수처 기소 대상이 아니었던 김웅 의원은 다시 검찰이 수사했다.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김웅 의원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전부 ‘혐의 없음’이라며 불기소 처분했다. 김웅 의원을 고발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대표 김한메)은 항고했다(〈시사IN〉 제787호 '검찰과 공수처의 같은 사건, 다른 판단' 기사 참조).

서울중앙지검의 김웅 의원 불기소 처분은 손준성 검사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관심을 끌었다. 공수처가 김웅 의원과 손준성 검사를 ‘공범’으로 지목한 만큼, 김 의원에 대한 ‘무혐의' 처분은 혐의를 부인하는 손 검사 측 주장에 유리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법조계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대검찰청 ‘비위 없음’ 처분은 손 검사 본인에 대한 처분이다.

대검찰청의 처분은 손준성 검사 재판 과정에서 나온 증언 및 사건 초기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과와도 배치된다. 2021년 9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조성은씨의 휴대전화에 있는 ‘손준성 보냄’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 '손 검사가 최초로 발신했다'고 결론 내렸다. 수사팀은 조씨와 수사정보정책담당관실(수정관실) 소속 임홍석 검사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손준성 보냄’으로 전달된 고발장 등 파일 생성자의 텔레그램 아이디가 손 검사의 아이디와 일치한다고 파악했다. 텔레그램 시연 과정에서 ‘손준성 보냄’ 메시지를 누르면 손 검사의 텔레그램 프로필이 연동되는 점도 확인했다.

텔레그램 메시지 속 첨부파일이 검찰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다수의 정황도 확인했다. 우선 수사팀은 임 검사와 당시 수사정보2담당관 성상욱 검사가 2020년 4월3일 오전 9∼10시 문제의 고발장에 첨부된 실명 판결문을 조회한 점을 확인했다. 손 검사가 실명 판결문 3건을 김웅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전송하기 10분 전이었다. 고발장과 함께 전달된 각종 캡처 사진과 일치하거나 유사한 사진이 2020년 7월 대검 형사부가 만든 자료에 담겨 있었던 점도 확인됐다. 이 같은 내용은 2022년 11월21일 손준성 검사 재판에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대검 감찰과의 자체 감찰 중 실시한 포렌식 과정에 참여한 대검 포렌식 전문가의 증언으로도 확인됐다.

2022년 12월19일 재판에서는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 손준성 검사가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온 당일, 손 검사가 속한 대검 수정관실 소속 검사가 업무용 PC의 하드를 포맷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 초기 수사를 맡았던 검찰 수사관에게 “2021년 8월20일 대검 수정관실이 노후 PC 25대 교체를 정보통신과에 요구해 새 PC로 교체했는데, 불과 10여 일도 지나지 않아(2021년 9월2일)에 이 PC들을 또 포맷했다고 보고서에 기재했다”라며 “다른 PC에 연결해서 포맷했다는 내용인데 사실 확인을 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수사관은 “수정관실 소속 검사가 직접 PC를 분해해서 작업을 했다. 드문 케이스다. 검찰에 정보통신과도 있다. 밤 8시가 넘은 시각에 검사가 PC를 분해하는 건 이례적이라 보고했다”라고 했다. 2023년 1월12일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증거를 인멸했다며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들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사건 배당까지 마쳤지만 아직까지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시사IN〉 제800호 ‘제3자 개입 가능성 “답한 사실 없다”' 기사 참조).

조성은씨는 2022년 10월 대검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2021년 9월 당시 조씨가 대검 감찰부에 자진 출석해 진술한 내용을 확인하고 싶다며 자신의 조서 일체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대검은 ‘조서가 없다’고 밝혔다가, 조씨가 항의하자 이후 날인과 서명도 없는 편집된 조서를 보냈다. 공수처와 중앙지검 등에서도 조사를 받았던 조씨는 공수처, 중앙지검 작성 조서와 비교해 대검에 재차 항의했다. 이후 조씨는 공수처에 대검 감찰부를 고발했다. 이는 공수처 수사3부에 배당됐다.

〈시사IN〉은 이번 처분의 구체적 사유에 대해 대검찰청에 문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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