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7일 채널A 이 아무개 기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가운데). ⓒ연합뉴스

2020년 3월31일,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채널A 사건’을 보도했다. 당시 채널A 소속이었던 이 아무개 기자가 사기 등 혐의로 수감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여권 인사들의 비리를 제보하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이었다. MBC는 이 기자의 이런 행위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최측근 검사’가 연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최측근 검사’로 지목된 검사는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 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였다. 이철 전 대표 측은 채널A 이 기자가(2020년 6월 해고되었으나, 이 기사에서는 당시 시점에서 ‘이 기자’로 표기) 제보를 이끌어내려는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우며 그와 주고받은 통화 내용 일부를 근거로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둘러싼 시선은 기자와 검찰총장 최측근 검사장 사이의 공모 여부에 쏠렸다. 사건은 ‘검언 유착 의혹’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의혹은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당시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하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MBC 보도 다음 날 이 사건에 대한 감찰을 예고했다. 총선(2020년 4월15일)을 약 보름 앞둔 시기였던 만큼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팀은 채널A 이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간 공모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 기자는 검찰 수사 착수 전 사용하던 휴대전화 두 대와 노트북 PC 한 대를 초기화해 데이터를 삭제했다.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지만 비밀번호를 풀지 못했다. 당시 검찰은 이 기자(구속) 및 같은 회사 소속으로 함께 취재했던 백 아무개 기자(불구속)만 강요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기자와 백 기자는 2021년 7월16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핵심 당사자인 이 기자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확인하지 못한 만큼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다는 것이다. 반대 측에선 ‘검언 유착 의혹’ 자체가 조작, 창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다가 몸싸움을 벌여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부장검사 사건, 윤석열 후보가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소송, 사건 관계자들이 제기한 각종 명예훼손 소송 등 검언 유착 의혹에서 파생된 사건들도 가지를 뻗어 나갔다. 2년여가 지났지만 의혹을 둘러싼 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월27일 한동훈 검사가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시사IN〉은 최근 채널A 사건기록을 입수했다. 검찰 수사기록과 재판기록,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문서 등이다. 특히 이 기자가 당시 소속되어 있었던 채널A 법조팀의 팀장 배 아무개 기자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엔, 당시 채널A의 이철 전 대표 취재 과정, MBC 보도 전후 상황, 이 기자가 한 검사장과 주고받았다고 보고한 메시지 등이 담겨 있다. 채널A 사건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인 셈이다.

수사기록에 담긴 3개월 치 카톡 대화 내역

수사기록에 담긴 배 기자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은 2020년 1월8일부터 4월8일까지 3개월 치다. 이 기간 배 기자가 채널A 법조팀원이 모인 단체 대화방, 개별 기자, 회사 관계자, 타사 기자 등과 만든 채팅방에서 나눈 대화가 담겨 있다. 기록에서 일반적인 취재 관련 대화와 사적 대화는 제외하고, 대화 맥락을 흩트리지 않는 선에서 주요 내용을 발췌했다(전문은 18쪽 인포그래픽 참조).

2020년 1월28일 19시36분
(배 기자가 법조팀 단체 채팅방에서 이 기자로부터 보고받은 내용)
수신: @한동훈: (법무부 풀문자 관련) 이게 뭔 말이야. 문자 풀이 아니라 아예 기사를 써서 주네. 결국 “의사과정에 문제 있다”는 말을 강조하면서 “외부 위원회를 적극 활용하라”는 건데. 감찰도 잘 안 될 듯싶으니까 이런 식으로도 플레이를 하네.

2020년 1월28일 20시56분
수신: @한: 내가 알아보니까 이거 밑밥이야. 오늘 이성윤이 버텼잖아. 이거 이성윤이 낼 법무부 보도자료 내용 들이밀면서 “외부위원회 회의해야 한다”고 하면서 시간 벌려고 한다는 거야. 급조한 보도자료의 이유가 이거래.

‘@한동훈’과 ‘@한’은 ‘한동훈이 한 말’이란 뜻이다. 이 기자가 한동훈으로부터 들은 말을 법조팀 채팅방에 옮겨 적는 형식이다. 당시 한 검사장은 부산고등검찰청 소속이었다. 검찰총장이 관련된 현안 등에 대해 알아봐주고 의견도 내는, 이 기자의 주요 취재원이었던 셈이다. 배 기자는 단체 채팅방에, 이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 의견’으로 올린 보고를 읽고 “한동훈 아저씨 정말 오른팔답네ㅎㅎ”(2020년 2월17일)라고 답하기도 했다.

‘법무부 풀문자’는 2020년 1월28일, 법무부가 대검찰청을 비롯한 전국 66개 검찰청에 보낸 공문이다. 법무부는 이날 각 검찰청에 중요 사건 처리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해, 내부 의사결정 협의체와 외부 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공문은 당시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갈등 상황과 맥이 닿아 있다. 양측은 최강욱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는 문제로 마찰을 빚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 비서관 기소를 지시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거부했다. 이후 송경호 당시 3차장검사가 이성윤 지검장 승인 없이 최 비서관을 기소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날치기 기소’라며 이 과정에 대한 감찰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검은 적법한 절차라며 맞섰다.

다음 날(1월29일) 대검에서 윤 총장과 이 지검장,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등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다른 참석자들은 최강욱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 지검장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수사자문단, 부장검사 회의 등 회의체에 사건을 올리자는 의견도 냈다. 윤 총장은 다른 참석자들의 의견에 따라 기소를 지시했다.

2020년 1월8일부터 3월29일까지, 배 기자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 대부분은, 한동훈 검사장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고된 정보 및 이철 전 대표 취재 과정으로 채워진다. 채널A 기자들은 이철 전 대표 본인은 물론 가족과 측근,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회사 관계자들 접촉 계획과 과정, 방법, 취재 결과 및 신라젠 사건 검찰 수사 동향 등을 보고했다.

2020년 3월31일,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채널A 사건’을 보도했다. 당시 채널A 소속이었던 이 아무개 기자가 사기 등 혐의로 수감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여권 인사들의 비리를 제보하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이었다. ⓒMBC 화면 갈무리

향후 논란이 되는, 이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이철 전 대표를 압박하는 정황(3월13일 14시55분), 그리고 이 기자가 배 기자에게 한동훈 검사장의 발언이라고 보고한 “제보해. 그 내용을 가지고 (대검) 범정을 접촉해. 필요하면 내가 범정을 연결해줄 수도 있어(3월23일 오전 11시37분)” 같은 내용도 이 기간의 대화 내역에 포함돼 있다. 채널A는 이철 전 대표 측을 취재한 끝에 원하는 내용을 얻지 못했다. 보도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배 기자가 취재를 마무리 짓자는 대화로 이철 전 대표 측을 상대로 한 채널A의 취재는 종료됐다.

2020년 3월30일부터 배 기자의 카카오톡 분위기가 달라졌다. MBC가 3월31일 첫 보도를 앞두고 채널A에 연락을 해오면서부터다. MBC 기자는 이날 “(MBC의) 취재 내용은 한 종편 기자가 형을 받고 살고 있는 사건 관계자에게 접근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검찰에서 취재한 내용을 들려주고 이를 압박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이라며 보도 예정 날짜를 밝히고 반론을 요청했다.

배 기자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은 MBC 보도에 대처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회사 관계자와 나눈 대화에서 배 기자는 MBC에 보낼 입장문 내용을 논의하면서도 “재승인 어떡해ㅜㅠ(2020년 3월30일 22시35분)”라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채널A 재승인 심사를 걱정하기도 했다.

“절대 내부에 공유하지 말라” 카톡 문자

보도 당일인 3월31일 오후까지 대응 대책 논의가 이어졌다. 앞서 법조팀 단체 채팅방에서 이 기자가 이철 전 대표를 압박하는 정황이 담긴 보고 내용을, 다시 회사 관계자와 공유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이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 등을 점검하는 한편 MBC에는 “타 언론사 기자와 취재원이 만나는 장소를 뒤따라 다니면서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고 몰래 녹음한 내용을 제공받는 등 사안의 본류에서 벗어난 취재에 집착한 것에 대해 어떤 의도와 배경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만들기도 했다.

배 기자는 같은 날 오후 4시, MBC가 당일 보도할 예정인 기사를 카카오톡으로 공유받았다. 이 카카오톡 메시지 상단에는 “절대 외부 유출 금지. 데스킹 전 버전이라. 해당 내용으로 작성된 시점의 열람자가 특정될 수 있다고 함”이라고 적혀 있다. 이 메시지에 담긴 내용은 이날 8시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된 내용과 같았다. MBC 내부의 누군가가 채널A 측 관계자에게 보도 예정 기사를 보냈고, 이 관계자는 다시 배 기자에게 전달하면서 다음과 같은 카카오톡 문자를 보냈다. “절대 내부에 공유하지 말라. … 한동훈한테 제가 보내드린 거 카톡으로 걍 보내드리세요(3월31일 17시53분).”

이 채널A 관계자는 이 기자가 녹음한 한동훈 검사장과의 통화 내용을 두고 배 기자에게 “근데 한동훈이 취약한 워딩도 있긴 해서 ‘검찰과 한 배를 타는 건데’ 이런 워딩ㅋㅋㅋㅋ” 같은 문자도 보냈다. 녹취로 알려진 내용에 나오는 “얘기 들어봐 그리고 다시 나한테 알려줘” 같은 대목에 대해서는 “누가 봐도 한동 융성지우너(‘한동훈 음성지원’의 오타로 보임-편집자 주)”라고 쓰기도 했다. 배 기자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눈 이 회사 관계자는 MBC 보도 이후 구성된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에 참여했다.

채널A와 한동훈 검사장, 대검 대변인이 함께 대응하기도 했다. 한동훈 검사장은 3월31일 오전 배 기자에게 “녹취록은 있을 수 없다. 목소리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할 경우 부득이 법적 대응할 수밖에 없다”라는 취지로 MBC에 대응하겠다고 알렸다. 오후 배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채널A가 MBC에 녹취록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해줘야 한다”라고 요청했다. 배 기자는 “보도 내용을 확인한 후 녹취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회사 관계자와 나눈 대화와는 결이 다른 답이었다.

한동훈 검사는 배 기자에게 채널A 간부와 직접 통화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배 기자와 한 검사는 MBC가 이날 보도할 예정인 기사를 주고받기도 했다.

2021년 11월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공수처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같은 날 대검 대변인은 채널A에 “한동훈 검사장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자신이 정리한 것”이라며 대검의 취재 대응 내용을 알렸다. 전화 통화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할 때 동일한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한동훈 검사장은 배 기자에게 “대검이 법무부에 채널A 공식 입장을 반영해 보고한 것 들었나”라고 물었다.

4월2일엔 대검 대변인이 채널A에 대검의 입장을 내기도 전에 해당 내용을 미리 전달했다. 대검 대변인은 “법무부가 감찰 대신 진상조사로 발표할 것으로 안다. 이후 대검이 낼 반응 문구를 미리 보내주겠다”라고 했다.

4월3일에는 이철 전 대표를 대신해 이 기자를 만났던 지 아무개씨의 신원이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공개되었다("‘윤석열 대검’의 언론 플레이" 기사 참조). 채널A는 〈조선일보〉의 보도 계획 역시 미리 알았다.

배 기자는 이날 오전 10시35분에는 카카오톡으로 지씨가 과거 재판을 받은 이후 나온 판결문 3건을 전송받았다. 사건번호를 확인한 결과, 공교롭게도 〈시사IN〉이 ‘고발 사주 의혹’ 공익제보자 조성은씨로부터 제공받은 판결문과 동일했다. 조씨는 같은 날(4월3일) 오후 1시47분, 김웅 당시 후보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손준성 보냄’이라고 적힌 메시지로 문제의 고발 사주 의혹 고발장과 앞서의 지씨 실명이 담긴 판결문 등을 넘겨받았다.

채널A는 MBC 보도 이후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외부위원을 포함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진상조사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문제의 이 기자-한동훈 검사장 간의 녹취가 조작된 것인지, 녹취 당사자가 한동훈 검사장이 맞는지는 검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가 휴대전화 두 대를 초기화해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시사IN〉은 2월17일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측에 배 기자의 카카오톡 내역이 포함된 수사기록과 그 내용에 대한 입장을 전화, 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해 물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2020년 2~4월 당시 채널A 사회부 법조팀장이었던 배 아무개 기자가 법조팀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나눈 메시지를 재구성하였다.
※오타 수정 없이 그대로 옮김, 빨간색 글자는 편집자 주.

 

 

기자명 문상현·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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