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1일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수출이 6개월째 감소세다.ⓒ연합뉴스

최근 통장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다 1년 치까지 훑어보았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계단처럼 늘어났다. 내 통장에서 ‘연준의 금리인상’을 체감했다. 매달 상환액에서 ‘자이언트 스텝’이니 ‘빅 스텝’이니 하는 단어의 위력을 느꼈다. 그것도 강하게.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수출도 불안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동향(잠정)’을 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3.6%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째 감소세다. 대중국 수출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33.4% 감소). 무역수지는 13개월 연속 적자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고,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3월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어서 올해 3월의 경우 ‘기저효과’(기준 시점의 위치에 따라 경제지표가 실제 상태보다 위축돼 보이는 현상)가 있다고는 하지만, 6개월째 감소는 나쁜 신호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5개월 연속 감소), 일본(10개월 연속 감소) 등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지만, ‘우리만 그런 게 아니군’ 하며 낙관할 수는 없다. 일본 같은 경우, 세계에서 무역의존도가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라고 하지 않나.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르다. 일본은 12~13%이지만, 한국은 30~40%다.

조세를 징수해 얻는 정부 수입을 뜻하는 ‘세수’도 올해 두 달(1~2월)간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를 보였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월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1∼2월 국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조7000억원이 줄었다. 자산시장 침체, 경기둔화 등을 이유로 꼽는다. 역시 지난해 1∼2월에 평소보다 많은 세수가 들어온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지만, 이 정부 들어 법인세 감세,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호 ‘외교·안보 안내자’에 이어 ‘세계 경제·한국 경제 안내자’를 지면으로 초대했다. 이종태 기자가 장하준 교수(런던 대학·경제학)를 만났다. 장하준 교수가 보는 세계 경제·한국 경제. 그 이야기를 이번 호 커버스토리로 내보낸다. 장하준 교수의 인터뷰를 보면서 자유시장·자유무역이 어떤 허구가 아닐까 싶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우리와 밀접한 국가들이 겉으로는 싸우는 척하지만 물밑에선 무언가를 주고받는데 우리만 ‘자유’를 부르짖으며 이데올로기적 접근을 하는 것은 아닌지. 세계 경제를 내 통장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거꾸로 세계 경제 흐름을 읽어야 내 호주머니를 지킬 수 있다.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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