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로 일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외서를 번역 출간할 수 있도록 저작권 계약을 대행하는 일이죠. 해외의 저작권 에이전트들과 업무상 자주 연락하는데, 이런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고 합니다. “한국 출판사들은 왜 북핵 문제를 다룬 논픽션들에 관심이 없나? 한국 문제인데….” 북핵 문제를 다룬 외서 판권 계약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출판시장에서 반응도 적은 편이고요. 우리 문제라서, 너무 잘 알아서일까요? 출판시장만 그럴까요? 체감상 남북관계·국제관계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국제관계에 시선이 갑니다. 이 정부 들어 외교 관련 뉴스가 많습니다. 얼마 전 한·일 정상회담은 ‘빈손 외교’ ‘굴욕 외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이 ‘해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일 관계뿐만 아닙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기시다 일본 총리를 만나고 시진핑 주석을 초청했습니다. 타이완의 전현직 총통이 각각 중국과 미국을 방문했고요. 이 와중에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지원법 등으로 중국을 겨냥하면서 동맹국 사정도 봐주지 않고 있습니다. ‘한·미·일 vs 북·중·러’의 도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외교 안보 라인을 ‘물갈이’했습니다. ‘블랙핑크, 레이디 가가’ 합동 공연 보고 누락이 경질의 배경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경질(사퇴)’했다는 게 납득이 되십니까? 4월 방미, 5월 G7 히로시마 정상회의 참석 등 외교 일정이 줄지어 있는데 말이죠.
시야가 넓은 ‘안내자’가 필요했습니다. 김은지 기자가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를 인터뷰해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 담았습니다. 문정인 교수는 이전 정부에서 ‘햇볕정책’ ‘동북아 균형자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여했습니다. 해외 교류도 많은 남북관계·국제관계 전문가입니다. 지금 세계를 어떻게 봐야 할지 지혜를 얻는 데 이 인터뷰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커버스토리로 했어도 좋았겠다’고 생각한 기사가 있습니다. 변진경·김연희 기자가 3년 동안의 학폭위 처분 취소 행정소송 판결문 406건을 입수해 분석한 기사입니다. 학교폭력 문제가 법정으로 이어진다는 말을 들어보셨겠지요. 학교폭력과 관련해 법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꼼꼼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세계든, 학교든 ‘평화’에 이르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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