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8일 아침,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이 아파트에서 경비반장으로 일하던 A 씨(74)는 지난 3월14일 이 아파트 단지 안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A 씨 사망 나흘 전, 신임 관리소장은 신입 경비원의 실수를 묻겠다는 사유로 A 씨를 경비반장에서 경비원으로 강등했다. A 씨가 동료들에게 전송한 유서엔 복명복창 요구와 염색 여부 확인 등 신임 관리소장의 ‘갑질’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이 아파트 경비대장과 경비원들은 관리소장의 사과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경비대장 해고통지서였다. 결국 3월29일 경비원 74명 중 71명이 경비대장 해고에 항의하며 자진 사퇴서를 썼다.
동료 경비원 B 씨(74)는 이렇게 말했다. “잠자리도 불편하지, 편한 데가 어디 있을라고요. 여기 경비실 잠자리 폭이 한 70㎝ 돼요, 관이 60㎝라니까 비슷할 거예요. 나이 70이 넘으면요, ‘자존심’ 같은 건 많이 죽이고 살아요. 자존심 상하고 사는 게 인생인데… 그런데 ‘모멸감’은 좀 달라요. 그건 견딜 수가 없지, 세세한 이야기는 필요 없어요. 오죽했으면 죽었겠어요, 그게 증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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