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한 시간이 어느새 11년이 넘었다. 우리는 충만한 평화와 애정 속에 서로를 길들이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따금 개를 키우는 사람이 부러울 때가 있다. 반려인의 얼굴만 봐도 펄쩍 뛰어오르며 한없이 반가움을 표현하는 개를 볼 때면 그 투명한 감정에 놀라고 약간은 감동까지 받는다. 물론,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귀를 까딱하는 걸 보면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음이 분명한데도 끝내 못 들은 척을 하는 고양이와 살다 보면 말이다.
그런데 가장 부러운 건 따로 있다. 함께 야외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때다. 언젠가 개를 키우는 지인을 따라 개 놀이터에 가본 적이 있다. 울타리 안에서 목줄을 풀어주자 처음 만나는 개들끼리도 킁킁 인사를 몇 번 주고받고는 단숨에 친구가 되어 함께 뛰어다녔다.
또 한 번은 개를 동반한 산행에 따라갔다. 개들은 경쾌한 속도로 내달려 눈앞에 펼쳐진 숲길을 멀리까지 훑고는 다시 돌아와 신나게 짖으며 인간의 걸음을 재촉했다. 길섶의 덤불 잎사귀와 바위 틈새로 동분서주하며 만물의 냄새와 촉감을 나보다 열 배는 더 제대로 만끽하는 개들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일은 멋진 경험이었다.
그런 자유를 나의 고양이들도 느꼈으면 했다. 하지만 반려인이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물론 집 안팎을 드나들며 ‘외출냥이’로 살아가는 고양이도 있고, 산책 훈련이 가능한 집고양이도 드물게 있지만, 도시에서 반려묘가 자유롭게 야외 활동을 하도록 이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집고양이 대부분은 따뜻하고 먹이가 끊이지 않는 안전한 서식지를 떠나지 않다가 억지로 병원에 갈 때나 바깥바람을 쐬며 집 밖 공간에 대한 경계심을 축적하게 된다. 집 안에서는 작고 귀엽고 보살핌을 받아야 할 존재로 여겨지지만 자연의 공간에서는 다른 동물을 해칠 수 있는 포식자의 정체성을 갖는 고양이이기에, 이상적인 활동 거처를 고민하는 일은 한층 더 복잡한 질문이 되고 만다.
자유와 안전 사이에서
집에만 갇혀 산 고양이가 나이 먹을수록 운동량이 떨어지고 몸이 비대해지는 것은 반려인의 큰 근심 중 하나다. 인간의 입장에서도 고양이와 상호 합의하에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행위는 껴안고 늘어져 낮잠을 즐기는 일이다 보니, 반려동물과의 삶이 인간의 건강에 유익하다는 각종 연구 결과에서 고양이가 예외적인 표본이 되더라도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고단한 일과를 마친 내가 고양이의 보드라운 등을 쓰다듬으며 받는 위로는 어떻게 셈해야 할까? 애비게일 터커는 우리 시대의 반려동물을 새로이 규정하면서, 봇짐이 아닌 ‘마음의 짐’을 나르게 되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집 안의 삶에 길든 고양이들이 나의 마음을 편안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대가로 성인병을 얻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덜컥 겁이 나곤 한다.
며칠 전에는 한 지인이 반려묘의 몸에 안전하게 몸줄을 채우고 인적이 드문 숲길에서 고양이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이도록 기다려주는 장면을 보았다. 그는 오랜 세월 그런 방식으로 산책을 해왔다고 한다. 고양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반응을 찬찬히 살피면서. 사랑하는 고양이에게 더 넓은 세상과 자연을 누리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안전한 경계를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인내하며 타협점을 찾아나가는 일은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평생 안고 갈 어려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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