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족들이 사는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연을 날리고 있는 아프간 아이. ⓒ시사IN 신선영

〈시사IN〉은 목요일 오전이나 금요일 낮에 편집국 기획회의를 한다. 취재·사진 기자들이 기사 아이템을 발제한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쓴 김영화 기자가 ‘울산에 온 아프간 특별기여자 아이들’을 취재해보고 싶다고 세 차례 발제를 한 듯하다.

첫 발제는 2021년 8월 말이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장악했고, 주아프간 한국 대사관, 한국 병원·직업훈련원 등에서 일했던 아프간 사람들과 그 가족의 신변이 위태로울 때였다. 정부는 공군 항공기를 투입해 아프간 직원과 가족 390여 명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이 구출 작전 이름이 ‘미라클 작전’이었다. 정부는 이들을 ‘특별기여자’라 명명하고, 난민과 같은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이들이 한국에 도착했을 때, 취재 아이템 발제를 했지만 그때는 취재가 여의치 않았다. 접촉 자체가 불가능했다.

두 번째는 2022년 3월이었다. 한국에 온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은 충북 진천, 전남 여수에 있는 시설에서 6개월을 지냈다. 그러다 2022년 2월, 경기도, 울산 등지에 정착했다. 지난해 3월, 당시 노옥희 울산교육감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한 장이 인상적이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의 한국 첫 등교. 교육감이 아이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아이템 발제가 올라왔지만 취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교육청 등에서는 언론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족들도 낯선 환경에, 울산 시민들과 학부모들도 낯선 조우에 당황했을 성싶다. 서로를 잘 모르니, 언제 터져 나올지 모르는 갈등이 두려웠으리라. 그런 갈등의 모습을 전하기보다, 이 아이들의 1년 후의 모습을 담아보자는 이야기가 편집국 회의에서 오갔다.

이번이 세 번째 발제였다. 교육청, 다문화센터, 현대중공업 등 관계된 곳에 취재 요청을 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족들도 흔쾌히 카메라 앞에 섰다. 김영화 기자가 쓴 기사를 읽자 마자, 이번 호 커버스토리로 결정했다. 취재 내용이 구체적이었고, 이들의 현재 모습이 생생했다. 정착에 도움을 준 사람들의 이야기도 뭉클했다.

“울산 사람들은 ‘다가올 미래를 먼저 경험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울산 동구만의 것이 아니다. 시작은 외지인이었지만, 그 끝은 한국인들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김영화 기자가 쓴 문장이다. 독자들도 기사를 통해 ‘울산 동구에서의 1년’을 경험해보길 권한다. 먼저 읽은 나는, 마음이 환해졌다.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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