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씨와 변호인의 뒷모습. ⓒ시사IN 신선영

사실, 이것에 대해 쓰겠다고 생각하자마자 걱정부터 되었다. 누군가는 ‘또?’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지겹다’는 ‘피곤하다’ ‘그만해라’와 같은 말로 쉽게 변주된다. 그럼에도 2023년 새해 다시 유우성 사건을 꺼내 든다. 2013년 불거진 사건은 여전히, 끈질기게, 혹은 놀랍게도 현재진행형이다.

유우성 사건의 본류인 간첩 조작은 무죄로 마무리됐지만, 지류는 여기저기 퍼져 있다. 검찰은 그를 불법 송금 혐의로 다시 기소했다. 이 또한 ‘보복 기소’라는 오명만 남기고 끝났다. 유씨가 해당 검사들을 공수처에 고소했지만, 무혐의였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재정신청(검찰·공수처의 불기소를 법원에 다시 묻는 것)을 한 상태다.

이뿐이 아니다. 유우성씨의 동생 유가려씨를 조사했던 국정원 직원 둘도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원법 위반, 위증 혐의다. 2019년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밝힌 이들의 가혹행위에 대해 2020년 검찰이 기소했고, 2023년 1월 현재 1심 재판 중이다.

공판 초기 언론의 관심을 제법 끌었던 이 재판의 법정은 요즘 썰렁한 편이다. 서울중앙지법 522호 소법정 방청석을 채우는 사람은 피해자 유우성씨와 피해자 대리인 장경욱·양승봉·김진형 변호사가 전부다. 나 또한 ‘현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취재 우선순위에서 제쳐놓을 때가 많았다.

그러다 종종 뒤늦게 법정 문을 밀고 들어가서 진행되는 재판을 참관했다. 2년 반이 넘는 동안 딱히 변한 장면은 없다. 피고인들은 시종일관 유가려씨에 대한 폭행·협박·회유를 부인했다. 불리한 사실은 곧잘 기억하지 못했다. 한결같은 상황이 답답했다. 어쩜 나조차 이 사건이 지겨워진 건가, 자문한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522호 법정을 들어서면 늘 마주하는 유우성씨와 변호인들의 뒷모습이다. 자기 재판도 아니고, 지켜본다고 딱히 뭐 하나 얻는 게 없으면서 매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들의 등을 보는 순간, 오늘도 이 재판에서 ‘기사 되는’ 뉴스가 안 나오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저 영악하지 못한 사람들의 묵묵함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희망 비슷한 걸 발견한 느낌이 들어서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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