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씨(가운데)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이다.ⓒ시사IN 신선영

유우성씨에게 연락이 왔다. 어려운 부탁을 하나 해도 되느냐고 했다. 편하게 얘기하시라고 답했다. 그의 성정상 어려운 부탁을 할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혹여 정말 어려운 부탁이라 해도 그를 도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유우성씨는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계기로 10년 가까이 알고 지내는 취재원이다.

그는 내게 탄원서를 부탁했다. 아직도 남은 재판이 있다는 게 의아할 텐데, 유우성씨는 여전히 재판 중이다. 국정원과 검찰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재판을 받았고 2015년 최종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자 검찰은 이미 2010년 기소유예한 사건을 다시 들고나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또한 2021년 대법원은 검찰이 ‘보복 기소’했다고 판결(공소기각)했다(〈시사IN〉 제736호 ‘유우성 무죄 받으니 보복 기소, 검사가 깡패?’ 기사 참조). 다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가 인정돼 벌금 700만원 전력이 남았다.

지금 하는 재판은 행정심판청구다. 유우성씨는 귀화 신청을 했다. 국적법에는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한국에 2년 이상 계속 주소가 있는 사람’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해 3년이 지나고 혼인한 상태로 한국에 1년 이상 계속 주소가 있는 사람’은 귀화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2004년 한국에 들어온 재북화교 유우성씨는 2015년 ‘한국인’과 결혼했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한국인’ 두 자녀의 등하원을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법무부가 이를 불허했다. ‘벌금 700만원’을 이유(범죄수사 및 처벌 경력)로 들었다. 형사처벌 기록이 남게 된 까닭 자체가 법원이 공인한 검찰의 ‘보복 기소’인 데다, 국적법은 예외를 인정해 귀화를 허가하게 한다. “법무부 장관이 관련 경위나 그로 인한 공익 침해 정도, 한국 사회 기여 정도, 인도적 사정 및 국익 등을 고려해 품행이 단정한 것으로 인정하는 경우(국적법 시행규칙 제5조 2의 2호)”이다. 법무부가 이러한 ‘예외 경우’를 적용하지 않았다. ‘한국인으로 살고 싶다’는 유우성씨의 평범한 바람을 위해, 탄원서의 첫 문장을 생각하는 중이다. 그의 ‘어려운 부탁’에 동참해줄 이들이 있다면 더욱 좋겠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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