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지. 만 나이 스물넷. 1998년에 태어나 별다른 투정도 없이 잘 자라준 딸이었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힘든 게 많았을 테지만, 엄마 아빠에게 내색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성실하던 막내딸은 10월29일 이태원에 갔다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아버지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딸의 죽음이 남긴 숙제를 풀기 위해 기자들의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은지씨 아버지는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왜 딸이 집에서 한참 먼 평택의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었는지, 어째서 딸의 신원 파악이 그토록 늦어졌는지, 딸의 휴대전화는 어디로 간 건지 말입니다. 무엇보다 왜, 서울 한복판 이태원의 길 위에서 자신의 딸을 비롯해 158명의 목숨이 희생돼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유족들은 일관되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과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은지씨 아버지는 말합니다. “경찰과 소방을 관할하는 행안부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성역 없는 수사가 어떻게 가능합니까.”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음으로써 딸의 죽음을 이해하고 싶은 아버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를 지적합니다. 여야가 합의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활동기한은 45일입니다. 훌쩍 지나버린 시간 앞에서 유족들은 애가 탑니다.
12월14일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이 놓인 시민 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참사가 일어난 지 47일 만입니다. 유가족협의회는 “정부가 설치한 합동분향소는 유가족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영정과 위패 없이 시민을 맞았다”며 “이제부터라도 진짜 추모와 애도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12월16일 금요일 저녁 6시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는 이태원 참사 49일째를 맞아 추모제가 열립니다. 추모제 명칭은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입니다.
※이태원 참사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이 기사의 댓글 창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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