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형태의 콘텐츠다. 시장이 급성장하고 인식이 개선되면서 하나의 문화 콘텐츠 산업이라는 관점이 생겼다.ⓒ시사IN 조남진

이낙준 작가가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날 써야 할 분량은 연재작 세 편이다. 〈A.I. 닥터〉 〈포스트 팬데믹〉 〈검은 머리 영국 의사〉 각 1화씩. 목표 분량을 화면에 띄워놓고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키보드 소리가 멈추지 않자 실시간 댓글 창에는 그의 집필 속도에 대한 감탄이 흘러나왔다. 쓰면서 마시는 카페인 음료가 무엇인지, 연재 플랫폼 사이트에서 바로 쓰는 건지 질문이 나오자 작가가 타이핑을 멈추고 답변했다. 유튜브 채널 ‘작가친구들’에서 선보인 라이브 방송이었다.  

‘한산이가’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이낙준 작가는 웹소설을 쓴다. 회당 대략 5000자 분량이다. 세 편을 동시에 쓰면 하루 1만5000자, 연재작이 많을수록 분량이 늘어난다. 한 작품에 수백 회에서 수천 회까지 다양하다. 학생, 주부, 회사원, 방송작가, 의사 등 다양한 직업군이 웹소설을 쓴다고 알려져 있다. 이 작가도 의사로 일하며 틈틈이 웹소설을 쓰다가 전업 작가가 되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작 웹소설을 쓴 산경(필명) 작가도 대기업에서 수출 업무를 담당하다 우연한 계기로 웹소설을 썼고, 20년 넘는 직장 생활의 경험을 작품에 담아냈다.  

웹에 접속해 업로드된 소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웹소설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형태의 콘텐츠다. 2013년 1월15일 ‘네이버웹소설’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웹소설이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에 따르면 2013년 100억원대이던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8년 4000억원대로 커졌고 지난해에는 6000억원대 규모로 늘었다. 단행본 시장이 7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성장이다. 각종 공모전 규모도 커졌다. 지난 10월, 총 10억원 상금이 걸린 네이버웹소설의 ‘2022 지상최대공모전’에는 9100여 편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스낵을 먹듯 짧은 시간, 문화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뜻으로 ‘스낵컬처’라고도 불리는 웹소설은 읽는다기보다 ‘보는’ 행위에 가깝다. 과거 PC통신 소설이나 인터넷 소설의 계보를 잇는다는 해석도 있다. 웹소설이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판타지, 현대 판타지, 무협 등 주로 장르물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카카오페이지, 네이버웹소설, 네이버시리즈, 문피아(네이버웹툰 자회사) 등 플랫폼마다 주 장르가 있다.  

2006년 〈마왕성 앞 무기점〉을 시작으로 두 종의 판타지 소설을 낸 이융희 작가는 2017년부터 웹소설을 쓰고 있다. 도서 대여점이 성행하던 학창 시절, 장르문학을 읽고 쓰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그는 ‘웹소설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장르소설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한다. “2018~2019년 김보영·김초엽 등 SF 작가의 선전과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 유행을 계기로 장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식이 개선됐다. 그 시기 기존 웹소설 독자 외에도 문화 향유층이 유입되었다. 이전까지 웹소설을 폄훼하는 시선이 있었는데, 시장 상황이 좋아지고 인식이 개선되면서 웹소설이 콘텐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관점이 생겼다. 웹소설 작가 역시 하나의 직업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2020년 콘진원이 1년 이내 웹소설 이용 경험자 2008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웹소설을 처음 접하게 된 시기는 2013년 2.9%에서 2019년 15.6%로 증가했다. 이 밖에도 독자들은 주로 집(77.5%)이나 교통수단(14.9%)에서 매일(35.2%) 밤 10~12시에(53%), 스마트폰(84.6%)으로 웹소설을 읽는다. 월평균 지출 비용은 1만~3만원(34.3%)이고 주 이용 플랫폼은 카카오페이지(68.7%), 네이버시리즈(47.5%), 네이버웹소설(47.5%), 문피아(17.8%), 조아라(17.2%), 리디북스(14.7%) 순이었다.

재벌 총수 일가 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가 재벌가 막내아들로 다시 태어나 인생 2회 차를 사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왼쪽부터 웹소설, 웹툰, 드라마.

‘읽는 글’이 아닌 ‘보는 이야기’

독자뿐만 아니라 작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도 있었다. 웹소설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읽고 쓰는 게 가능해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이융희 작가는 “기존 직업이 많이 붕괴되었고 재택으로 작업하는 사람도 늘었다. 이 시기 온라인 강연 플랫폼에서 웹소설 창작 과정이 개설되면서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플랫폼 강사이기도 한 웹소설 작가들이 작법서를 출간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억대 연봉을 버는 작가가 되었다는 식의 성공기가 공유되고 웹소설 작법서가 늘어난 시기와 맞물린다.  

웹소설과 기존 소설의 차이는 무엇일까. 산경 작가는 〈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에서 “일반 소설 작가는 글을 다루지만 웹소설 작가는 이야기를 다룬다”라고 표현했다. 일반 소설을 두 시간짜리 영화에, 웹소설을 24부작 드라마에 비유했다. 2005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데뷔한 이하 작가는 2019년 쌍매당이라는 필명으로 문피아에 대체역사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는 단행본 〈나도 웹소설 한번 써볼까〉에서 웹소설이 웹툰보다 게임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주인공을 통해 공상이 실현되고 충족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그렇다.

단행본 시장에 익숙했던 작가들은 웹소설을 쓰며 새로운 문법에 적응해야 했다. 이융희 작가도 마찬가지다.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완독에 140분 내외가 걸린다. 복선이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게 누적되고 한 방에 터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쪽에서 새롭거나 신선한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 웹소설은 편당 결제이기 때문에 100원짜리 한 회 안에서 독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한 편 한 편 끊임없이 매혹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라고 말했다. 산경 작가도 그런 구조 때문에 “재미있는 내용을 1화부터 5화까지 초반에 완전히 쏟아부어라” 하고 조언한다. 아예 낯선 시도보다는 비슷한 코드나 문법 안에서 디테일하게 변형하는 방식의 작법이 권장된다.

웹소설 강의나 작법서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창작의 법칙이 있다. ‘쓰고 싶은 게 아니라 읽고 싶은 것을 써야 한다.’ 2014년 네이버웹소설 공모전으로 데뷔해 〈황녀님이 사악하셔〉 등 작품 15편을 쓴 차소희 작가도 마찬가지다. 그는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것(리딩 니즈)은 따로 있다. 독자들은 콘텐츠, 즉 가상세계를 담은 스낵컬처에서까지 힘든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모든 에너지를 쓰고 지쳐 있는데 이야기까지 힘든 걸 보고 싶어 할까? ‘사이다’ 전개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현실에서는 해결되지 않는 갈등을 빠르게 해결해나가는 주인공이나 지치지 않는 먼치킨(강한 주인공)이 유행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회빙환’ 코드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회빙환은 회귀·빙의·환생의 줄임말로 현재 웹소설 분야에서 흔히 쓰이는 기법이다. 차소희 작가는 3가지 요소의 공통점으로 ‘다른 세계의 새로운 나’라는 점을 꼽았다. “누구나 삶의 리셋 버튼을 한 번씩은 누르고 싶어 할 것이다. 리셋을 누른 후, 과거로 돌아가 내 잘못된 행동을 고치거나 새로운 세계의 새로운 나로 재탄생해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지 않나. 이렇듯 웹소설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채워주는, 혹은 그들의 상상을 펼쳐내주는 콘텐츠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에 대한 갈등과 고찰을 써 내려가기보다, 대중들의 ‘욕망’을 해석한 글을 써야 한다고 차 작가는 말한다.

2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동명 원작이 대표적이다.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 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가 재벌가의 아들로 ‘인생 2회 차’를 사는 이야기다.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남성향(남성 독자들이 선호하는 작품 위주의) 사이트인 문피아에서 2017년 2월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그해 최대 히트작이다.

웹소설 시장의 성장은 ‘글로 먹고살 수 있다’는 감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대학에 관련 전공도 개설되었다. 4년 전 개설된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웹소설 창작전공 과정은 첫해 정원이 30명 미만이었다가 이듬해 50명 규모로 늘어났다. 2023년에는 92명으로 늘었다. 이 학과의 김선민 교수는 웹소설 작가이기도 하다. 2013년 콘진원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철혈검신〉 같은 웹소설을 썼다. 그는 “(데뷔) 당시만 해도 장르문학을 배울 만한 곳이 없었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 말고는 글 써서 먹고사는 길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을 지나 후배에게 전업 작가를 권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웹소설 〈화산귀환〉〈전지적 독자 시점〉〈김비서가 왜 그럴까〉.

‘매출’ 올리는 ‘이야기 판매자’

그는 웹소설의 경우 수익 면에서 중위권 작가층이 두껍다고 설명한다. “종이책은 소수 작가를 빼고는 책을 쓰는 수입만으로 생활을 감당하기 힘들다. 웹소설은 이름이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도 성실하게 쓴다면 (전업으로) 어느 정도 벌이가 가능하다.” 무료 연재도 있지만 웹소설은 주로 회당 결제라는 수익모델 안에서 소비된다. 출판보다는 웹상에서의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드라마 작가 출신으로 미디어 생산자 연구에 천착해온 김미숙 교수(가톨릭관동대학교 산학협력단 콘텐츠 전공)도 요즘 학생들에게 유사 이래 지금처럼 스토리를 써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시대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 드라마가 웹툰에 이어 웹소설 원작에 의존하는 흐름을 주목했다. K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웹소설이 모든 콘텐츠의 원천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드라마 작가들은 공익적인 정체성을 가진 편이다. 방송이 지상파에서 시작됐고 전파는 국민의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다. 반면 웹소설은 불특정 다수의 아마추어가 돈을 벌기 위해 뛰어드는 시장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는 지난 1월부터 웹소설 작가 지망생 5만5000명이 가입한 온라인 카페에서 참여관찰을 했다. 작가 또는 작가 지망생이 참여하는 오프라인 소규모 모임에도 들어갔다. 화제가 된 작품에 대해 토론하거나 웹소설 쓰는 어려움을 공유했다. 집필하는 날을 정해 스터디카페에 모여 같이 쓰기도 했다. 김 교수는 “30년 정도 방송 글을 써왔는데 그쪽 업계는 아무리 친해도 자신이 쓸 작품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웹소설계는 누구나 도전해서 성공할 수 있는 아마추어 작가의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이런 방식이 가능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가 인터뷰한 웹소설 작가들은 거침없이 ‘매출’이란 단어를 썼다. 공통적으로 소비자인 수용자들에게 이야기를 제공하고 수익 또는 매출을 올리는 사람, 즉 ‘이야기 판매자’라는 의식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문화상품으로서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 관점이다.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지난 9월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에 ‘미디어 콘텐츠 생산자로서 웹소설 작가의 정체성 연구’라는 글을 실었다.

상업 작가가 되는 길은 세 가지다. 웹소설 에이전시(출판사)와 계약한 후 에이전시가 플랫폼에 작품을 내고 심사를 통해 유료 연재를 시작하는 경우가 첫 번째다. 각 플랫폼에 마련된 무료 연재 카테고리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플랫폼이나 에이전시의 제안을 통해 유료 연재로 전환할 수 있다. 공모전에 당선되는 케이스도 있다. 독자층이 늘면서 좋은 작가를 확보하려는 에이전시 간 경쟁이 심해졌다. 이름 있는 단행본 출판사들도 웹소설 출간에 이어 플랫폼에 작품을 유통하고 홍보하는 매니지먼트에 도전하고 있다.

각 플랫폼은 경쟁적으로 큰 상금을 내건다. 웹소설이 원천 지식재산(IP)으로 주목받으며 ‘원소스 멀티유스(OSMU)’ 기능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웹소설이 흥행하면 웹툰으로 만들어지고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으로 제작되는 흐름이 자리 잡았다. 웹소설계 대표적인 성공작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웹툰화 이후 웹소설 누적 거래액이 100억원을 돌파했고 영화로도 제작 중이다. 〈화산귀환〉도 웹툰 연재 연매출 200억 원, 누적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웹툰으로 만들어지고 드라마화된 경우다.  

지난해 2월 만들어진 노벨피아는 웹소설 플랫폼계의 후발 주자다. 정액제로 운영되는 이 플랫폼은 2년도 안 되어 회원 수가 130만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1억원 상금이 걸린 첫 공모전에는 2500편이 출품되었고 2억원을 내건 두 번째에는 4000편, 3억원 상금을 앞세운 올해는 5000편이 들어왔다. 지난 8월, 라이트노벨이 강세인 일본을 겨냥한 해외 사이트도 열었다. 김희경 노벨피아 본부장은 “10년 사이 업계가 웹소설에 주목하는 이유는 모든 창작에서 이야기가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위험부담이 적다. 웹툰, 영상, 게임은 그것만을 위해 제작할 경우, 잘 안 되었을 때 타격이 크다. 독자들에게 어필이 되는 이야기인지 웹소설을 통해 확인하고 이후 웹툰, 영상, 게임 등을 협업으로 이어가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들은 이미 ‘콘텐츠 밸류체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급격한 성장의 이면도 존재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누구나 다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작가들의 수익도 천차만별이다. 전국여성노조가 2020년 웹툰·웹소설·일러스트 작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웹소설 작가의 한 해 총소득은 평균 1906만원으로, 웹툰 작가(3020만원)와 일러스트 작가(2258만원)보다 낮았다. 이수경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장은 “독자층이 넓어졌고 작가들도 많아졌지만 차기작을 이어가는 작가는 줄고 있다. 데뷔는 많이 하는데 몇 년 이상 길게 가는 작가는 적은 것 같다. 이어가더라도 생활을 영위할 만큼의 수익을 얻지는 못해 대부분 겸업을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웹소설계의 억대 연봉에 대해 ‘코인 투자해서 돈 벌었다’는 말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코인이나 주식투자로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돈을 끌어모아 투자했지만 손해를 보지 않았나.”

2013년 1월15일 네이버 만화서비스팀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웹소설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연합뉴스

그 역시 오전에 다른 일을 하고 오후에 글을 쓴다. 하루 5000자를 매일 쓸 여건이 되지 않아 연재보다 전자책 위주로 작업한다. 웹소설로 벌어들인 수입이 다른 직업의 수입을 앞선 적이 한 번도 없다. “글쓰기 자체는 재밌고 행복한 일이지만 상업 작가이다 보니 수입이 성적이다. 실적이 낮으니 자존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장기화되다 보면 어느 순간 인기 작품의 내용을 따라 쓴다든지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연재해오던 플랫폼이 적자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종료한 일도 있었다. 하루아침에 연재처를 잃은 것이다. 플랫폼과 에이전시의 과도한 수수료와 불투명한 정산 과정 등도 웹소설 시장의 그늘이다. 불법 유통의 위험도 도사린다.

이수경 지회장은 웹소설 지망생들에게 전업 작가를 추천하지 않는다. 생계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내가 만든 세계를 완성시키는 데 의의를 두면서 차근차근 한 작품씩 쌓아나가는 선에서 해볼 만하다. 이 정도의 시간을 들였는데 왜 알아주지 않는지 생각하기보다 본인 스스로 만족하는지 여부를 많이 생각했으면 한다. 반응이 적다고 해서 스스로 쓸모없다거나, 못 쓴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장르 독자’는 독법을 익힌 순간 빠져 나가거나 사라지지 않고 누적되는 속성이 있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급격히 저변이 확장되고 있는 지금이 건강한 생태계를 마련할 적기일 수 있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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