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사 현장에 돼지머리를 두었다.ⓒ시사IN 신선영

공사장 바로 옆에 돼지머리가 놓인 풍경은 상상보다 더 기이했다. 대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에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짓는 현장이었다. 모스크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10월부터 이곳에 돼지머리를 두었다. 무슬림을 내쫓는 게 목적이다. 이슬람 교리는 돼지를 금기시한다. 모스크 건설을 추진 중인 무슬림 유학생들은 이런 행태가 ‘이슬람 혐오’라고 비판한다. 반면 반대하는 주민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반박한다.

이 갈등은 갑자기 불거진 게 아니다. 무슬림 주민들이 사원 건축허가를 받은 건 재작년 9월. 3개월 뒤 착공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듬해 2월 일부 주민들이 북구청에 공사중지 민원을 제기했다. 북구청은 주민들의 항의를 수용했다. 건축주에게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북구청은 갈등 중재 회의를 열었으나 둘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해 7월 건축주는 북구청을 상대로 공사중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다. 3심 모두 무슬림 승소였다. 코너에 몰린 반대파 주민들이 최후의 저항으로 돼지머리를 놓았다. 12월6일에는 3개로 늘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한 사람은 “아예 골목 따라 쭉 놓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없던 모스크가 생기는 게 아니다. ‘증축’이다. 이 자리에 있던 건물은 2014년부터 모스크였다. ‘다룰이만 경북 이슬라믹센터’라는 이름으로 대구 북구의 비영리법인 승인을 받았다.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은 이슬람 교리에 따라 매일 다섯 번 여기에 모여 기도해왔다. 무슬림들은 “지난 7년간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증축을 이유로 반발을 사는 게 이해할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무아즈 라작 씨(26)는 파키스탄 출신 유학생으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중이다. 그가 한국을 택한 것은 친구들의 추천 때문이다. 추천 사유는 여럿이었는데, 다름 아닌 종교적 이유도 있었다. 라작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학교와 가까운 곳에 기도할 공간이 있으니 공부하면서 종교적 의무를 이행하기도 편했다(이슬람 신자는 하루 다섯 번 예배 의무가 있다).” 모스크를 건축하면 이웃에게 위협이 된다는 일부 주민들의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그는 주장했다. “7년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우리(무슬림)가 누구를 위협하거나 공격한 적이 있나?”

주민들 입장은 다르다. 김정애(46) 이슬람사원 건축반대 비상대책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2014년 생긴 옛 모스크를 ‘기도 처소’라고 불렀다. 작고 임시적인 시설일 때와 “본격적으로 모스크를 올리는 것”은 다르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처음 건축업자가 양해를 구할 때에는 ‘단층으로 깨끗하게 집을 짓는다’고만 했다. 모스크라는 사실은 공사가 본격화된 후 인부들 입에서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착공 3개월 후 뒤늦게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속아서”였다.

무슬림들은 새 모스크가 들어서면 주민들에게도 이롭다고 주장한다. 모스크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소음과 냄새를 문제 삼는데 이게 줄어든다는 것. 라작 씨는 말했다. “새 모스크에는 방음벽을 설치하고 굴뚝을 높게 만들겠다고 했다. 주민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정애 부위원장은 모스크 내부의 소리와 냄새만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다니게 되면 자연히 큰 소리가 난다는 것. 김 부위원장의 말이다. “모스크 부지는 너무 비좁은 데에 있다. 사원이 증축되면 수십 명이 이쪽으로 드나들 텐데, 그 인원이 지나다닐 만한 골목이 못 된다.” 모스크가 아니라 “교회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반대했을 것이다”.

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설 현장 주변에 붙은 찬반 플래카드. ⓒ시사IN 이명익

구청 중재안도 ‘무슬림 떠나라’

그런데 ‘사람이 많이 몰려서 문제’라는 대목을 설명하는 김정애 부위원장의 말에는 묘한 뉘앙스가 담겼다. 그는 2014년 이후 지금까지도, 민원만 제기하지 않았을 뿐 소음 문제는 겪어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만을 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종교 행사에 30~40명씩 이슬람 남자들이 모이면 시끄럽다. 집에 혼자 있는 상황에 그네들한테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슬람’이 아니라 ‘남자’가 문제라고 김정애 부위원장은 말했지만, 무슬림들의 ‘낯선 외양’도 연이어 언급했다. “(무슬림) 여자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빨간 천(히잡)을 두르고 골목에서 불쑥 나타나면 이건 사실 두렵다. 익숙지 않잖나? 안 놀라려고 해도 몸이 자동 반응한다.”

김정애 부위원장은 ‘어떤 시설이라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지난 1년9개월간 공사장 인근에는 이슬람을 꼬집어 비난한 현수막이 다수 걸렸다. ‘이슬람 무서워서 마실도 못 다닌다’ ‘유럽처럼 무슬림 밀집지역이 되어 치안 불안·슬럼화된다’ 따위다. 무슬림 유학생이 사는 건물에는 이런 푯말이 영어로 붙었다.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참수하는 테러리스트 무슬림은 당장 여기서 나가라!’

북구청은 주민 탄원서를 받고 당일 수용했다. 건축주에게 보낸 건축공사장 공사중지 통보에, 중지 사유를 ‘주민들의 정서불안 및 재산권 침해, 슬럼화 우려 등’이라고 적었다. 무슬림 거주와 통행이 늘어나는 게 ‘슬럼화’라는 주장은 주민들이 구청에 보낸 탄원서에서 처음 등장한다. 여기서 주민들은 ‘정서불안과 동네의 피폐화’를 우려했다. 개별 무슬림의 구체적 비행이나 범죄는 이유로 들지 않았다. 북구청 관계자는 〈시사IN〉과 통화에서 “주민 민원이 ‘긴급한 상황’이라 보고 당일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반면 공사중지처분 취소 소송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렇게 썼다. “공사중지 명령은 엄격한 법적 근거를 요한다. (중략) 단순히 인근 주민의 집단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내릴 수는 없다.”

한쪽이 국외자임을 걷어내고 보면 건물 신축을 둘러싼 갈등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한쪽이 무슬림이었기에 사건은 흔치 않게 굴러갔다. 적법 절차에 따른 공사가 중단되고 위협적인 현수막이 걸렸다. 무슬림 한 사람이 한국 노인에게 폭행당한 적도 있다. 배광식 북구청장은 공개적으로 한쪽의 손을 들었다. 지난해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이 건이 “자국민이 역차별받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구청이 제시한 중재안은 북구의 모스크 부지 매입이었다. 무슬림은 ‘떠나라’는 것. 무아즈 라작 씨는 “갈 곳을 찾아주면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구청은 별다른 추가 제안을 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한쪽으로 심히 기울어진 분쟁 해결 과정은 끝내 법정 문을 세 번 오가고서야 시정된다. 라작 씨는 “우리도 인간이다. 겨울에 따뜻하게, 여름에 시원하게 지낼 새 건물이 필요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대구·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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