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췄던 ‘헬로 루키’가 재개됐다. 심사를 맡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뮤지션·밴드의 라이브 중 음원으로 정식 발매된 음악을 소개한다. ‘헬로 루키’를 통해 이후 스타가 된 뮤지션·밴드는 부지기수다. 나중에 누군가 ‘떴을’ 때 “후후, 나는 진작에 알고 있었지”로 정리할 수 있을 뿌듯함.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음악을 부지런히 찾아 듣는 주요한 이유들 중 하나다. 부디 이 뿌듯함, 당신도 마음껏 누리기를 기원한다.
도깨비 / 화노
록 밴드다. 그것도 정통 록 밴드다. 아니다. 정확히 표현할 필요가 있다. ‘도깨비’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화노는 묘하게 우리 것이라는 인상을 던져주는 음악을 추구한다. 그러면서도 힘이 넘친다. 단지 파워만 있는 게 아니다. 쾌속으로 질주하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록 밴드가 아닐까 싶다. 음원이 라이브의 에너지를 다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Margarine / 모스크바서핑클럽
뭐랄까. 듣는 맛이 쏠쏠한 밴드다. 여러 장르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연주력 역시 탁월한 덕이 크다. 크게 봐서는 즉흥 연주에 기반한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한데 그래서인지 러닝타임이 긴 경우가 많다. 이 곡 역시 그렇다. 아마 당신은 염려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긴 곡의 시대가 끝장나버린 탓이 아닐까. 그 걱정, 살포시 내려놓기 바란다. 유려한 동시에 변화무쌍한 곡 전개가 조금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을 테니까.
입춘 / 한로로
뻔한 구성이다. 정형화된 스타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묘하다. 계속 듣게 된다. 왜 그런지를 곱씹어본다. 어쩌면 ‘뻔하다’는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익숙함 속에서 약간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게 음악 듣는 재미일 때도 있는 법이니까. 하나 더 있다. 한로로의 목소리는 꽤 앳된데 기타에는 디스토션(변형·왜곡)이 잔뜩 걸려 있다. 그리하여 기타가 사납게 폭주하는 가운데 쉬이 잊히지 않을 서정미를 획득한다. 이 곡이 이미 반응을 얻고 있는 가장 큰 바탕일 것이다.
Water / 숨비
첫 음이 울리자마자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나는 이런 곡을 매우 ‘애정’한다. 장르(이 곡에서는 포크)에 기반하고 있지만 장르의 컨벤션 따위 여유롭게, 훌쩍 뛰어넘어버리는 노래. 감수성의 탱크를 순식간에 꽉 채워주는 것 같은 노래. 숨비에 따르면, ‘Water’는 자유를 뜻한다. 장담할 수 있다. 이런 곡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표한다면 그는 더 큰 이름이 되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이 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뮤지션은 여럿이다. 간단히 적는다. 휴식 같은 음악을 선호한다면 지소쿠리(Jisokury)의 ‘Falling Down’을, 신스 팝을 좋아한다면 로우행잉프루츠(Low Hanging Fruits)의 ‘You Are My Universe’를 검색해보기 바란다. 싱어송라이터 임세모의 ‘청춘은 무슨’, 알앤비·솔 뮤지션 르손의 ‘Bad Day’도 현재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꾸준히 재생되고 있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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