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오성

독일의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아고라)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에너지 기후보호 싱크탱크다. 120여 명 인력이 독일,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 관련 연구를 내놓는다. 독일의 현직 경제기후보호부 차관이 아고라의 전임 책임자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염광희 박사도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디미트리 페시아 아고라 동남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사진)은 〈시사IN〉과 인터뷰하면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한국은 독일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비싸다고 여겨진다. 독일에서는 어떻게 재생에너지가 지금처럼 싸졌을까.

재생에너지 확대가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전기료를 올린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지금은 매우 저렴하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태양광, 풍력 등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는 ㎾h당 2유로센트 이하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건설 기간이 오래 걸리는 신규 원전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다. 천연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이미 경제성을 상실했다. 화석연료는 쓸수록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에너지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 과정은 어땠나.

1986년 체르노빌 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원전 폐지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생겼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전기료를 더 내는 것에도 동의했다. 재생에너지 투자로 수익을 얻는 시민도 많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전해 대비 탄소를 2배씩 감축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 이후 독일이 탈원전 기조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원전 폐지를 내년 4월까지 유보한 것은 단기 정책일 뿐이다. 독일의 장기적인 기후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탈원전, 탈석탄은 계속된다. 특히 2023년 원전의 셧다운은 무조건 진행되리라고 예상한다.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2021년 한국 전력소비량은 553TWh(테라와트시)로, 독일(565TWh)과 비슷한 수준이다. 피크타임에는 오히려 한국의 전력소비량이 더 많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독일과 같은 ‘탈동조화(경제가 성장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드는 것)’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한국은 독일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베트남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빠르게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있다.

많은 한국인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면서도 과거 탄소배출로 경제성장을 이룩한 선진국이 후발 추격국을 과도하게 압박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온실가스 감축은 인류 최대의 과제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 현상이 저개발국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선진국과 후진국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파리협정에서 개도국에 대한 기후위기 관련 기술 이전 및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신속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개도국 지원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기자명 베를린·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