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를 따고 처음으로 장거리 운전을 해서 간 곳은 안면도였다. 고속도로까지는 괜찮았지만, 고속도로를 벗어난 이후부터는 25만 분의 1로 축소된 ‘전국 도로지도책’을 옆에 놓고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 표지판과 주변 풍경 등을 비교하며 끊임없이 확인해야 했다. 지금은 다 알다시피 내비게이션의 지시에 따르면 전국, 아니 전 세계 어디든 쉽게 운전해서 찾아갈 수 있다. 전국 지도책을 옆에 놓고 운전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운전하기 편한 시대다.
지도책을 옆에 두고 운전할 때는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이 다 기억에 남았는데, 내비게이션의 지시에 따라 운전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목적지까지 어떻게 찾아갔는지 그 과정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 화면과 눈앞의 도로 상황만 확인하다 보니 주변 풍경이 어떤지, 이 길은 무슨 길인지 등을 전혀 살피지 않게 됐다. 지도책을 보며 운전할 때에는 주변 풍경과 도로명을 확인해야 해서 불편했지만, 가는 길의 경치와 경로를 빠짐없이 알 수 있었다. 편해진 만큼 잃어버리는 것들이 항상 존재한다.
최근 한 강의에서 “포털에서 뉴스를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한 나의 답은 “가급적 포털에서 뉴스를 보지 마세요”였다. 질문한 분을 비롯하여 강의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웃었다. 포털에서 뉴스 보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 현명한 이용 방법을 알려달라는데 거기서 뉴스를 보지 말라니 당연한 반응이다. 뉴스를 소비하는 입장에서 포털 뉴스를 보는 건 정말 편하다. 여러 언론사가 작성한 뉴스를 비교해서 한 번에 볼 수 있고, 그날의 이슈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어떤 뉴스에 관심 있는지도 알 수 있다.
포털 뉴스 편리함이 ‘다른 풍경’ 가려
포털 뉴스는 마치 운전할 때의 내비게이션과 같다. 포털에서 뉴스를 이용함으로써 편해진 만큼 잃어버리는 것들도 존재한다. 내비게이션 지시에만 충실하다 풍경을 놓치는 것처럼,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다 보면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뉴스를 한데 모아 보는 편리함 때문에 소수의 의미 있는 목소리가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내비게이션을 끄고 운전한다. 조금 불편해지면 보이는 게 많아진다. 그 강의에서 웃음 뒤에 이어간 나의 부연 설명은 이렇다. “포털에서 아예 뉴스를 보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나와 성향이 비슷한 언론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그날 정리된 기사들의 제목이라도 보세요. 그리고 나와 성향이 다르다고 생각되는 언론사의 홈페이지도 방문해서 그날 정리된 기사들의 제목이라도 보세요. 그 뒤에 포털에서 뉴스를 보세요.”
물론 불편한 방식이다. 가뜩이나 바쁜 세상에서 뉴스 좀 보겠다고 시간을 더 들이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 봤자 10분도 안 되는 시간일 것이다. 조금은 불편해질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편한 만큼 잃어버리는 것이 뭔지도 모르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뉴스는 우리 공동체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기술이 주는 편리함은 항상 그만큼의 대가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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