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리터러시(literacy)는 일반적으로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며 우리말로는 ‘문해력’이라고 번역한다. 단순히 문자를 알아보고 읽는 능력을 넘어, 개별 문자로 이루어진 문장과 글 전체를 읽고 내용을 파악해 자신의 의견을 글로 써낼 수 있는 능력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자, 글을 읽고 쓰는 방식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한다. 문자가 없던 시절에는 듣는 것이 읽기였으며, 글자를 읽는 시기를 지나 지금은 영상을 듣고 보는 것이 읽기다. 동굴 벽 속에 온 힘을 기울여 새기던 쓰기 방식은 붓, 펜, 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 있을까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챗지피티’로 촉발된 생성AI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구글, MS, 메타 등 거대 기술기업들의 관련 기술 경쟁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으며, 하루만 지나도 이 기술을 이용한 새 서비스가 여러 개씩 나온다. 이렇듯 치열한 경쟁 한편으로는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기술을 제어하기 위해 잠깐 개발을 멈추자는 제안이 나오고, 이탈리아 등 몇몇 국가는 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해 챗지피티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대학 과제에서 학생들의 챗지피티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우려해 사용을 금지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했다. 그런데 이용을 금지하거나 개발을 중 통계와 데이터, 모두에게 똑같이 보일거라는 착각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웹툰 〈송곳〉을 본 사람들이 명대사로 꼽는 것이 있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이 달라진다.” 우리 대부분은 어디엔가 위치하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고, 목표한 곳에 이르면 그 자리에서 보는 풍경을 원래 보던 것처럼 생각한다. 그 전의 자리에서 보던 풍경은 금세 잊어버린다.통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 같은 지지율 통계에 대해서도 각자 지지하는 성향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의 난방비 폭등과 관련해서는 도시가스 이용자 중심의 통계만 기사에 주로 담기고, 지하철 무임승차와 관련해서는 지하철을 이용할 수 저널리즘 윤리를 ‘코드화’할 수 있을까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6년 전 바둑 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화제가 됐을 때 유행했던 단어 중 하나는 ‘로봇 저널리즘’이다. 로봇 저널리즘은 자동으로 기사를 생성하는 기술을 이르는 용어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던 시점이라, ‘알고리즘에 의한 자동 생성 기사에 대한 신뢰도가 사람이 작성한 기사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고임금인 기자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까지 받아서 언론사 경영진들의 관심도 높았다.하지만 어느 순간 로봇 저널리즘이라는 용어가 언급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었다. 자동 생성 기사를 앞 ‘챗 지피티’를 제대로 활용하는 인간의 자세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지난 12월1일 ‘오픈 에이아이(OpenAI)’가 공개한 ‘챗 지피티(chat GPT)’와 관련해 수많은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수학 문제 풀이, 프로그래밍 코드 작성, 기사 작성 등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챗 지피티’의 결과물은 놀라왔고, 그동안 ‘신’이라 불려왔던 구글마저 이제 필요 없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챗 지피티의 성과에 대해 여기서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개인적으로 챗 지피티를 사용해보면서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다. 어떤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쓰려는 주제에 대해 챗 지피티에 먼저 물어보게 된 것이다. ‘따옴표 저널리즘’ 실태 숫자로 확인해보니…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언론은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은 굉장히 어렵다. 사실의 대부분은 보이지 않고, 우리는 약간만 보이는 사실의 조각들을 수집해 그 전체적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이 ‘사실’을 쉽게 확인해 전달하는 방법이 있다. ‘사실에 대한 주장이 있었다는 사실’만 전달하는 것이다. 정치인·논객·각 분야 전문가 등의 발언을 ‘이렇게 발언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을 명분으로 그대로 전달한다.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 ‘받아쓰기’식 보도로 불리는 행태다. SNS 등에 올라온 글, 일방적 주장이 있었음은 사실이기 포털에서 뉴스를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으로 장거리 운전을 해서 간 곳은 안면도였다. 고속도로까지는 괜찮았지만, 고속도로를 벗어난 이후부터는 25만 분의 1로 축소된 ‘전국 도로지도책’을 옆에 놓고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 표지판과 주변 풍경 등을 비교하며 끊임없이 확인해야 했다. 지금은 다 알다시피 내비게이션의 지시에 따르면 전국, 아니 전 세계 어디든 쉽게 운전해서 찾아갈 수 있다. 전국 지도책을 옆에 놓고 운전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운전하기 편한 시대다.지도책을 옆에 두고 운전할 때는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이 다 기억에 남았는데, 내비게이션의 로봇 기자가 못하는 인간 기자 본연의 일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의 툰스트룀(Thunström) 연구원은 〈HAL〉이라는 과학 저널에 “GPT-3가 자신에 대한 학술논문을 최소한의 사람 도움 없이도 작성할 수 있을까?”라는 논문을 제출했다. 자동으로 글을 써주는 언어 모델 중 하나인 ‘GPT-3’를 활용하여 학술논문을 작성한 결과에 대해 논의한 글이었다. GPT-3에게 “GPT-3에 대한 500단어 분량의 학술논문을 쓰고 과학적 근거와 인용을 그 내용에 포함시켜라”는 명령을 내린 뒤 GPT-3가 자동으로 생성해낸 내용에 대해 평가한 글이다.해당 논문에 따르면 GPT-3가 작성 “우리 모두 ‘뉴스 안식일’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지난 주말, 원고 마감을 해야 한다는 점도 까먹고 미친 듯이 게임을 했다. 한때 나를 지배했던 〈디아블로〉가 모바일 버전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고, 예상대로 주말은 그대로 사라졌다. 체력이 안 되기 때문에 중간중간 게임을 쉬면서 그동안 못 챙긴 드라마들도 몰아서 봤다.정신을 차려보니 월요일 새벽이었다. 그때 문득 지난 주말 내내 뉴스 한 꼭지도 보지 않았다는 점이 생각났다.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언론 전공으로 학위까지 받은 연구자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한 글자의 뉴스도 보지 않고 며칠을 보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투명성 보고서, 한국 언론에 적용하면?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매 분기 두 SNS와 관련한 투명성 보고서(transparency reports)를 발행한다. 이 투명성 보고서는 2017년 4분기부터 매 분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정책을 위반한 수치를 항목별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혐오 표현(hate speech)의 경우, 2017년 4분기에는 페이스북 게시물 160만 개가량이 적발됐다. 2021년 2분기에는 3150만 개가 적발돼 공개된 기간 데이터 중 가장 많았으며, 가장 최근인 2022년 1분기에는 혐오 표현 1510만 개가 적발됐다.이렇듯 실제로 뉴스 뒤덮은 ‘검수완박’, ‘박탈’이 아니라 ‘분리’인데요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정치에는 가급적 개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살기에 기사 정도만 읽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검수완박’, 이른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단어를 기사를 통해 접했을 때 솔직히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처음에는 줄임말이 유행이니 그중 하나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서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탈’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 때문이었다. 기사를 검색하면서 좀 이상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5월1일 기준으로 통과된 법안의 내용은 ‘검수완박’이 아니었다. 언론이여, 스스로 공정하다고 주장하지 말라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선거가 진행되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 떠오를 경우 언론이 편향돼 있다는 반응을 쉽게 접하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를 듣다 보면 언론이 편향돼 있는지, 그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편향돼 있는지 헷갈리는 경우도 자주 있다. 편향이라는 것이 사실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이러한 문제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차원에서 언론의 편향성을 측정해 발표하는 곳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언론 감시 기관인 올사이즈(AllSides)와 애드폰테스미디어(Ad Fontes Media)이다. 이들은 언론의 편향 때문에 정보를 잘못 해석하 기자가 스스로를 ‘작가’로 칭하면 벌어지는 일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유시민·진중권 등 우리 사회에서 논객이라 불리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직책을 ‘작가’라고 불러달라는 경우를 많이 본다. 특별한 직책을 앞세우는 것보다 직업군으로서 작가로 불리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 있을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서도 자신을 ‘작가(storyteller)’라고 명명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신시내티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트위터상에서 자신을 ‘작가’라고 명명한 사람 중 약 80%가 현직 기자이거나 과거에 기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들이 자신을 스스로 작가라 부르는 이 〈지금 우리 학교는〉이 주는 뜻밖의 교훈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미국의 컨설팅 회사 에델만은 2001년부터 세계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사회 전반의 ‘신뢰 지표(Trust Barometer)’를 조사해 공개하고 있다. 지난 1월25일 발표한 에델만의 ‘2022 신뢰 지표’ 내용을 보면 한국뿐 아니라 주요국 대부분에서 사회 전반의 신뢰가 하락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매년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며, 미디어와 기업 경영자들이 자신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고 답하는 비중이 높았다. 구체적으로 조사 대상인 28개국에서 ‘저널리스트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평균 응답률은 67%, ‘ 삼프로TV에는 있고 기존 언론에는 없는 것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이재명, 윤석열 후보를 각각 인터뷰한 ‘삼프로TV’의 대선 특집이 화제가 되었다. 내용보다 주목한 것은 각 인터뷰에 달린 댓글이었다. 2021년 12월31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이재명 후보 인터뷰 영상의 조회수는 약 404만 회, 댓글 수는 4만8474개이며, 윤석열 후보 인터뷰 영상의 조회수는 약 233만 회, 댓글 수는 5만5151개다.지지 성향에 따라 각 후보에 대한 댓글들의 내용이 갈리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두 인터뷰 댓글에는 성향과 상관없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방송과 함께 전통 미디어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내용이 대표적 카카오는 뉴스 서비스에 작별을 고하나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카카오가 지난 11월24일 다음 뉴스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알고리즘 추천 기사 배열을 중단하고 언론사의 기사들을 다른 일반 개인의 콘텐츠들과 동등하게 다루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존 제휴 언론사들의 콘텐츠만을 모아주는 뉴스 섹션을 신설하겠다고 했지만, 다른 섹션들에 비해 후순위로 밀릴 예정이다. 실제로 적용되면, 제휴 언론사들의 ‘기사’가 독점적으로 차지했던 모바일과 PC 첫 화면에서 기사의 비중이 현격히 떨어질 것이다. 전례에 비춰봤을 때, 카카오의 뉴스 개편 방향을 뒤따라온 경향이 있는 네이버도 비슷한 방식의 개편을 추진할 수 내가 지지하는 정당, 페이스북은 어떻게 알았을까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페이스북이 지난 10월28일 사명을 ‘메타’로 변경한다고 공식 발표한 뒤 그 이유에 대한 수많은 설명과 분석이 쏟아졌다. 내부 직원의 폭로 이후 비윤리적 기업으로 낙인찍히며 주가가 폭락한 것이 결정적 이유겠지만, 여기서 그 내용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바꾼다고 밝힌 다음 날,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9월26일 치러진 독일 총선 이전에 어떤 메시지들이 각 정당 지지자들의 페이스북 뉴스 피드에 전달됐는지 분석해 보도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극우 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자들에게는 기 저널리즘과 ‘처널리즘’ 한 끗 차이가 크네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기사는 ‘사실(fact)’을 전달한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사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말한다. 그런데 이 사실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실제로 벌어진 일을 전달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인지는 전달하는 그 사람만이 안다. 현장에 없었던 기자는 그 목격자의 발언을 믿을 수밖에 없다. 어떤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는 기사의 경우도 추후 숨겨진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로 유명한 칼 번스타인이 “기사는 최선을 다해 얻을 감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사라질 수 있을까?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2007년 상영된 영국 영화 〈페이스리스(Faceless:Chasing Data Shadow)〉는 영화 속 주인공이 실제로 찍힌 CCTV 영상으로만 만들어졌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마누 룩쉬는 지하철·버스·직장·거리·공원·백화점 등에 설치된 수많은 CCTV가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들만 편집해 영화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들이 CCTV에 기록돼 있는 것을 확인한다. 영화는 “2007년 현재 런던에만 총 450만여 대의 CCTV가 설치돼 있으며, 런던은 전 세계에서 감시용 CC “제가 올린 영상이 왜 삭제됐는지 알려주세요”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구글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을 이유로 삭제된 영상은 956만9641개였다. 이 중 47만8326개는 신고를 받아 전 세계 유튜브 검토 팀이 직접 삭제했고, 나머지 909만1315개(95%)는 유튜브의 인공지능이 가이드 위반을 식별해 자동으로 삭제한 것이다. 자동으로 삭제된 영상 중 29.2%는 조회수가 0으로 영상 약 265만4664개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지워졌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사람이 일일이 보거나 신고를 통해 가이드 준수 여부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