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지난 11월24일 다음 뉴스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알고리즘 추천 기사 배열을 중단하고 언론사의 기사들을 다른 일반 개인의 콘텐츠들과 동등하게 다루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존 제휴 언론사들의 콘텐츠만을 모아주는 뉴스 섹션을 신설하겠다고 했지만, 다른 섹션들에 비해 후순위로 밀릴 예정이다. 실제로 적용되면, 제휴 언론사들의 ‘기사’가 독점적으로 차지했던 모바일과 PC 첫 화면에서 기사의 비중이 현격히 떨어질 것이다. 전례에 비춰봤을 때, 카카오의 뉴스 개편 방향을 뒤따라온 경향이 있는 네이버도 비슷한 방식의 개편을 추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 행태에도 큰 변화가 찾아올 전망이다. 〈디지털뉴스리포트 2021〉에 따르면 네이버·다음 등 검색엔진 및 뉴스 수집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한국은 72%로, 조사 대상 46개국 중 1위였다.
그동안 포털이 감춰준 언론사의 디지털 경쟁력
언론사들은 다음 뉴스 개편안을 포털의 ‘뉴스 포기’가 본격화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이전까지 언론사들은 디지털 영역에서 포털의 뉴스 독점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불만을 자주 제기했다. 어떠한 새로운 시도도 포털 때문에 먹히지 않으며 포털이 언론사를 좌지우지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포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다양한 법안을 제출했다. 포털의 뉴스 포기가 본격화한다면 이들이 바라는 대로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환영보다 걱정이 더 앞서는 듯하다. 언론사들은 트래픽 감소, 영향력 저하, 수익성 악화 등을 걱정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환영해야 하는데 왜 걱정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볼 때, 포털의 뉴스 유통 독점이 가져온 가장 큰 폐해는 디지털에 투자하지 않는 언론사도 디지털 공간에서 기사를 제공하게 해줬다는 점이다. 포털과 콘텐츠 제휴를 맺으면 포털이 제공하는 양질의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기사를 제공할 수 있었다. 자신들의 기사를 디지털 영역에서 1차적으로 공급하는 자사 홈페이지의 경쟁력이 아무리 낮아도 이용자들은 이를 인지할 수 없었다.
이용자에게는 뉴스도 콘텐츠의 하나일 뿐이다. 다음 뉴스 개편안은 이용자 처지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방안이다. 언론사가 작성해야만 뉴스인 세상이 아니다. 특정 성향의 보도자료를 더 빨리 전달하는 개인이 언론사보다 나을 수 있다. 이용자들은 그동안 언론사가 독점했던 포털 첫 화면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우선해서 볼 수 있는 권리를 마침내 획득했다. 연합뉴스가 포털 콘텐츠 제휴에서 사라졌다고 유력 대선후보들이 비판했지만, 이용자들이 어떤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다.
언론사는 이제 포털 탓이 아니라 자기 탓을 해야 한다. 이용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이용 경험을 주기 위한 시스템부터 콘텐츠의 질적 개선까지 두루두루 연구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동안 포털이 감춰준 각 언론사의 디지털 경쟁력이 점차 드러나게 될 것이다. 당장의 수익성 악화를 걱정할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 공동체 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저널리즘의 역할은 여전할 것이다. 하지만 뉴스도 선택받아야 하는 상품의 하나라는 점도 인정하자. 포털 체제에서 언론사는 다른 언론사와 경쟁했지만 앞으로는 모두가 경쟁 상대다. 이용자들은 생각보다 현명하고 냉정하다. 사실 포털은 관문이었을 뿐이다. 그 관문을 종착역으로 만들어준 것은 한국의 언론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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