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길
탁재형 지음, 넥서스BOOKS 펴냄

“히말라야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코스의 선정과 안내를 맡아주었으면 한다.”

6년 전 여행기가 이제야 세상에 나왔다. 여행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2016년 5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과의 네팔 여행이 그렇게 시작됐다. 여행에서 돌아온 1년 뒤, 동반자는 대통령이 됐다. 2022년 5월 그가 청와대에서 고향으로 내리막길에 서자, 저자는 비로소 ‘오르막길’을 펴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 비를 맞으며 걷고, 빨래를 하고, 포터에게 술을 따르는 사진이, 평화로운 백두산 트레킹 모습으로 현실이 되기를 바라본다.

 

 

 

 

 

천공의 섬 아저씨
정윤섭 지음, 핌 펴냄

“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아싸.”

자기 세계에 빠져들다 스스로 미화하는 데 이른 수필도 있다. 이 책은 그렇지 않다. 평범함을 넘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아재’의 모습을 내보인다. 글만으로 솔직함이 부족하다고 여기는지 적나라한 그림도 곁들였다. 배가 나오고 수염이 덥수룩한 자화상이다. 재미있었던 농담과 갑자기 든 생각들, 감추고 싶을 법한 일화를 짧게 적었다. 이 책이 창의적 통찰이나 고차원적 사유를 내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솔하다. 결혼 10년 차에 소변을 앉아서 누게 된 이야기, 딸에게 이유 없이 화내고 후회한 일 등을 읽으면 저자와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저자는 시나리오 작가다. 시청자에게 다가오는 글쓰기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하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
정회옥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아시아인치고는 눈이 참 크시네요.”

아시아인치고 눈이 크다는 건 칭찬일까 조롱일까. 인종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일상에서 접하는 사소한 모욕과 경멸을 마이크로어그레션이라고 한다. 코로나19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주의를 다시 일깨웠다. 대학에서 소수자 정치론, 혐오와 차별의 정치학 등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아시아인 혐오의 원인과 역사를 살폈다. 모범 소수민족 신화의 허상, 한국에서의 아시아인 혐오 현상까지 짚었다.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애틀랜타 스파 총기 난사 사건의 피해자는 아시아인이자 여성이다. 저자는 교차성을 지닌 존재에 대한 미국 사회의 편견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진단한다.

 

 

 

 

 

아이들이 묻고 노벨상 수상자들이 답하다
베티나 슈티켈 엮음, 아이세 로미 그림, 함미라 옮김, 보물창고 펴냄

“나는 지금까지 여기 살던 나일까?”

왜 푸딩은 부드럽고 돌멩이는 딱딱한지, 사랑은 무엇인지, 공기는 무엇인지, 엄마 아빠는 왜 일하러 가야 하는지, 왜 어떤 일은 잊어버리고 어떤 일은 기억하는지 선뜻 시원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어른’이 몇이나 있을까?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이 질문들에 노벨상 수상자들이 접근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전쟁은 왜 사라지지 않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1984년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는 이렇게 답변을 마무리한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데 왜 전쟁을 막지 못하는지 궁금할 것 같구나. 약속하마. 앞으로도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성소수자 지지자를 위한 동료 시민 안내서
지니 게인스버그 지음, 허원 옮김, 현암사 펴냄

“이 책은 완벽한 앨라이가 되는 법이 아니라 꽤 그럴듯한 앨라이가 되는 법에 관한 책이다.”

당신 주변에 성소수자가 한 명도 없는가. 그렇다면 스스로를 돌아보자. 어떤 존재에 대한 무지는 우연이 아니다. 당신은 어떤 이유로든 무지를 선택한 사람이며, 당사자는 ‘당신에게만’ 말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당신에게 성소수자 동료, 친구, 가족이 있다면 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당신이 앨라이(ally)가 되고 싶다면 더욱더. 앨라이는 소수자 집단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을 뜻한다. 성소수자에게 커밍아웃 아니면 거짓말 둘 중 하나만을 강요하고 있는 이 ‘문제적’ 사회를 함께 헤쳐 나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한승혜 지음, 바틀비 펴냄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꼭 맞는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믿음과 함께.”

서평의 재미는 서평을 통해 양서를 알게 되는 것만이 아니다. 서평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책을 고르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삶과 접목시키는지 타인의 독서 태도를 엿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기쁠 때, 슬플 때, 즐거울 때, 고독할 때, 화가 날 때 ‘소설’을 읽는다. 살면서 마주하는 어려움이나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을 대부분 소설에서 익혔다. 이런 식이다. 층간소음에 못 이겨 범인을 찾겠노라 윗집 현관문마다 귀를 대고 돌아다니던 어느 날, 소설 〈가해자들〉 속 주인공의 모습에 자신이 포개진다.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부터 거부할 것인가’라는 주인공의 질문은 순간 그의 것이 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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