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노동운동사
이광수 지음, 앨피 펴냄

“짐승의 시간을 헤쳐 나온 그들을 위해, ‘노동 밖에서’ 지금의 노동운동을 본다.”

한국 노동운동은 한때 눈물겹고 뜨거운 운동이었다. 노동자들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짐승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노동운동은 부활한다. 이후 민주노총이 합법화되고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역시 높아졌지만, 노동자 계급의 정치세력화는 실패했고 고용불안이 심화되었다. 저자는 노동운동의 공과를 차분히 혹은 열정적으로 되짚으며 “그들이 꿈꾸던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이 온 것일까? 과연 지금의 노동은 어떤 역사를 거쳐 이리로 왔는가?”라고 묻는다. 이 책은, 운동 당사자들의 구술로 부산지역 노동운동 역사를 확인하고 재구성하는, 4년에 걸친 작업의 결실이다.

 

 

 

 

 

역사 삼국지
최진열 지음, 미지북스 펴냄

“실제 역사에서 화웅의 목을 벤 이는 관우가 아니라 손견이었다.”

후한의 붕괴 이후 위·촉·오 삼국이 정립하며 쟁투한 시대를 다룬 ‘이야기’들은 동아시아의 문화적 전통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해왔다. 가장 유명한 작품이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와 진수의 정사 〈삼국지〉다. 일반적으론 정사 〈삼국지〉를 기준으로 소설 〈삼국지연의〉의 어떤 부분들이 사실이고 허구인지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진수 또한 위나라의 정통성을 옹호한다는 시각에서 서술하거나 왜곡했기 때문에 정사 〈삼국지〉를 사실의 기록으로 보긴 힘들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를 연구해온 저자 최진열 박사는 사료를 분석하고 종합하여 ‘통사 삼국지’를 새롭게 구성했다.

 

 

 

 

 

생리용품의 사회사
다나카 히카루 지음, 류영진 옮김, 호밀밭 펴냄

“생리용품은 여성의 가장 가까운 서포터로서 이후에도 계속해서 활약할 것이다.”

1909년 일본의 〈부인위생잡지〉에는 ‘고무 재질 반바지형 월경대’ 광고가 났다. 캐치프레이즈가 눈에 띈다. ‘부인들은 가랑이의 미를 어떻게 유지하는가?’ 당시 여공들은 업무 중 소변을 보러 가는 횟수가 엄격히 제한돼 있었다. 그런 탓에 월경을 할 때는 종이나 탈지면을 질에 넣어 버티곤 했다. 그러자 이런 삽입형 생리용품이 ‘자위를 익히게 하기 때문에’ 사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거대한 ‘반바지형 월경대’가 등장한 배경이다.
이 책은 여전히 금기로 여겨지는 생리혈과 생리용품을 실컷 말하고 떠든다. 흥미로운 생활사이자 유쾌한 해방서로 읽히는 이유다.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미카엘라 르 뫼르 지음, 구영옥 옮김, 풀빛 펴냄

“우리가 손에서 무심코 떨어뜨린 플라스틱 조각처럼 민주주의는 흩어져버렸다.”

이 책은 소비 과정에서 간과하기 쉬운 ‘질문’을 돌려준다. 제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었는가. 재활용을 위해 쓰레기를 분류하고 세척한 사람은 누구인가. 재활용은 그 과정에서 가난한 사람의 너무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저자가 8년간 현장 연구를 한 베트남 하노이 외곽 지역 민카이가 대표적 사례다. 민카이에는 전 세계 쓰레기가 모이고, 주민 대다수는 쓰레기 재활용 관련 일에 종사하며, 마을은 환경오염의 수렁에 빠져 있다. ‘쓰레기 마피아’가 재활용 사업으로 부와 권력을 챙기는 동안 ‘재활용 프롤레타리아’는 위험에 처한다. 전 세계 가난한 지역으로 흘러가는 쓰레기가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안톤 숄츠 지음, 문학수첩 펴냄

“놀랍도록 전 세계에 떠오른 대한민국의 위상과 이미지는 어찌 된 일인지 성형된 듯하다.”

저자는 20년 이상 한국에서 살아온 독일인이다. 한국 문화에 빠져 독일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이주까지 결심했다. 한국 음식과 전통을 사랑해 한국에 왔지만 독일과 너무 다른 현실에 의문도 들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가장 이상한 것은 “아침부터 밤까지 피곤한 사람들”이었다. 긴 업무 시간에 그들은 지쳐 있었고,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에는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 있었다. 독일과 달리 수능 하루에 인생이 결정되는 제도는 ‘몸서리’가 쳐진다고 적었다. 부지런한 민족, 한의 민족이라는 이미지 역시 정권이 씌운 덫 아닌지 의심한다. 권력이 조종하기 쉬운 자아상이라는 것이다. 그간 생각지 못했던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일하는 마음과 앓는 마음
임진아 외 지음, 이봄 펴냄

“사랑하지만 꼴도 보기 싫고, 전부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다. 혼란하다. 혼란해.”

자신의 일에 관해 솔직하게 말하기란 쉽지 않다. 일이 가져다준 성취감을 들여다보면 불안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고, 지나친 몰입은 때로 허탈함과 소외감을 몰고 올 때가 있다. 가끔은 돈을 번다는 사실 자체가 뜬금없는 위로를 준다. 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수필가부터 일러스트레이터, 과학자, 창업가 등 작가 7명이 일이 가져오는 시시각각의 마음에 대해 썼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어쩌다 날 괴롭히게 되었는지, 불안할 줄 아는 사람임을 인정하는 것은 왜 중요한지 이들의 솔직담백한 고백 덕분에 스스로 ‘앓는 마음’을 용기 있게 마주할 수 있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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