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승무원들의 격리가 빈발해 ‘항공대란’이 빚어졌다. ⓒAP Photo

오미크론은 다르다. 그 무섭다던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높다.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백신의 감염 예방효과를 피해가며 기존 코로나19 감염자가 재감염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현재 미국은 하루 최대 100만명 이상, 프랑스는 30만명 이상, 영국은 2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해 기존 최고 기록을 까마득히 앞질렀다. 반면 오미크론은 앞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 바이러스 자체가 약독화된 측면이 있고, 그동안 코로나19에 걸리거나 백신을 접종해 면역을 갖춘 사람들이 늘어나 중증이나 사망 위험이 낮아진 덕분이기도 하다. 오미크론의 급격한 확산에도 불구하고 부스터샷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선 기존 유행에 비해 더 적은 수의 중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낙관하기엔 이르다. 중환자와 사망자 비율은 낮아졌지만 확진자가 너무 많을 경우 절대적인 입원환자 수가 늘어나 각 국가의 의료 역량을 뛰어넘게 된다. 또한 무증상·경증 환자의 증가는 그 자체로도 문제를 일으킨다. 지금까지 해온 3T(검사-추적-격리) 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인구 상당수가 확진되거나 접촉자로 분류돼 격리에 들어가면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팬데믹 초기엔 봉쇄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이 문제였다면 오미크론 시대엔 격리로 인한 사회 기능 마비가 당면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감염 위험이 큰 승무원들의 격리가 빈발해 항공편이 대량으로 취소되기도 했다.

극대화된 전파력과 다소 낮아진 중증도는 각국이 정책을 달리할 여지를 마련해주었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오미크론이 발생한 나라 대부분이 확진자와 밀접접촉자의 격리 기간을 종전의 10~14일에서 5~7일로 단축하고 있다. 감염되더라도 위험이 크지 않은 사람 위주로 격리 기준을 완화하되, 그간 준비해온 의료체계 내에서 위중증 환자를 집중 관리하는 방향으로 대응을 바꾸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확진자를 감당하지 못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아래 내용은 1월19일 기준 각 나라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준해 작성됐다).

미국은 확진자 격리 기간을 증상 유무에 따라 5일까지 줄였다.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5일 후 격리가 해제되고 이후 5일간은 마스크를 상시 착용할 것을 권고받는다. 경증 감염자 역시 기본적인 격리 기간은 5일이지만 24시간 동안 발열 증상이 없는 경우에만 격리가 해제된다. 격리 해제 후 5일 동안은 역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중등증 감염자에 대한 격리 기간은 10일로 유지되며, 입원이 필요한 중환자의 경우 증상 발현 후 최소 10일, 최대 20일까지 격리를 해야 한다.

밀접접촉자가 따라야 하는 격리 기간 역시 대폭 축소됐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2차 접종 후 5개월이 지났으면 5일간의 격리 의무가 부과된다. 부스터샷 접종을 마쳤거나 직전 3개월 내 감염 이력이 있는 경우는 확진자와 접촉해도 격리 의무가 없다. 대신 접촉 5일 후에는 검사를 받아야 하며 10일간은 마스크 상시 착용을 권고한다.

영국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코로나19 검사 수요가 폭증하자 확진자를 가려내기 위한 진단검사 규정을 완화했다. 그동안 보건 당국은 신속항원키트로 자가 진단한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PCR 검사(유전자증폭 검사)로 추가 검사를 받아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오미크론이 유행한 이후로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 없이도 격리를 시작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첫 번째로는 PCR 검사 수요를 줄이려는 목적이다. 두 번째로는, 영국에서는 PCR 검사 결과를 1~2일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바로 결과가 나오는 신속항원검사도 양성 판정으로 인정해 빨리 격리에 들어가고 그만큼 조기에 격리를 해제해 격리 기간이 짧아지는 효과를 고려했다. 단, 확진자가 코로나19 치료제를 처방받거나 자가격리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가 PCR 검사 결과가 필요하다. 돈이 드는 부분에서는 정확도가 높은 검출법을 활용하려는 의도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2월22일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7일로 줄인 데 이어 지난 1월14일에는 7일에서 5일로 더 단축했다. 영국의 격리 의무는 발열 증상이 없으며 자가 진단검사(신속항원검사)에서 두 번 연속으로 음성이 나올 경우에만 해제된다.

밀접접촉자의 경우, 백신접종을 2회까지 완료했다면 격리를 면제받는다. 또한 18세 미만은 백신접종을 하지 않았더라도 증상이 없고 자가 진단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경우 격리하지 않아도 된다. 학생 접촉자의 학업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영국 런던의 한 교실. 18세 미만은 접촉자라도 자가 진단에서 음성이 나오면 격리하지 않아도 된다. ⓒREUTERS

스웨덴은 오미크론 확산 이전부터 코로나19 검사와 확진자·접촉자 격리에서 비교적 느슨한 기준을 따랐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뒤에 추가로 PCR 검사를 해서 감염을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확진이 되면 최소 7일간 격리가 요구된다. 7일 후 발열 증상이 없으면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스웨덴 보건 당국은 호흡기질환 증상이 있는 경우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나을 때까지 집에서 쉴 것을 권고한다. ‘아플 때 쉬기’는 코로나19를 비롯해 여러 질환의 전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확진자와 동거하는 사람은 증상이 없거나 백신을 맞았어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며 7일 동안 격리 의무가 부과된다. 확진자와 단순 접촉한 사람의 경우, 백신접종을 마쳤다면 코로나19 검사를 받거나 격리를 할 의무가 없으며 증상만 관찰하게 된다. 접촉자가 미접종자인 경우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음성이고 증상이 없다면 격리가 의무는 아니다. 다만 7일간 외출을 자제하고 되도록이면 재택근무를 하라는 권고를 받는다. 학생의 경우 본인이 원하면 등교를 지속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방역에 비교적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던 오스트레일리아도 최근 검사 기준과 격리 기간을 조정했다. 1월1일부터 유증상자와 밀접접촉자만 PCR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밀접접촉의 정의도 ‘확진자와 같이 사는 사람’ 혹은 ‘밀폐된 실내에서 4시간 이상 함께 있는 경우’로 바꿔서 검사 대상을 대폭 줄였다. 그 밖에 단순 접촉자는 증상이 없으면 무료 검사 대상이 아니며,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준수한 채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기간은 10일에서 7일로 단축되었다. 만약 격리 7일째에도 증상이 지속되면 격리를 유지해야 한다. 격리 해제 뒤에도 추가로 7일 동안은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사람들이 밀집한 장소에 방문하지 말 것을 권고받는다.

운송·의료·요양·교육·유통 등 필수업종 종사자에 대해선 특별 조치가 추가된다. 필수업종 종사자 가운데 단순 접촉자의 경우 증상이 없다는 전제하에 근무를 지속할 수 있다. 대신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주기적 검사 등의 추가 조치를 반드시 취해 감염 위험을 줄인다. 밀접접촉자에 해당하더라도 7일간 격리한 후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 이때 격리 해제된 밀접접촉자는 격일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것이 권고된다.

1월11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약국에 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 ‘매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EPA

이스라엘도 최근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격리 기준을 완화했다. 이스라엘 보건 당국은 1월11일부터 확진자 격리 기간을 7일로 단축했고 일주일 후 다시 이 기간을 5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단 5일 후 격리 해제를 위해선 증상이 없어야 하며 두 번의 자가 진단에서 음성이 나와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밀접접촉자는 백신접종 또는 감염 이력 여부에 따라 격리 기간에 차등을 둔다.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감염 이력이 없는 사람은 확진자 접촉 후 7일간 격리해야 한다. 반면 접종완료자나 코로나19 완치자는 격리가 면제된다. 접촉자는 격리 중 또는 격리 해제 시기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 연령과 기저질환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검사 종류가 달라진다. 60세 이상, 요양원 입소자 혹은 기저질환자(만성폐질환, 당뇨, 심장질환 등)의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는 즉시 PCR 검사를 받는다. 고위험군 외에는 PCR 검사가 제공되지 않으며 신속항원검사만 받을 수 있다. 자가 진단에서 양성이 나오면 의료기관에서 한 번 더 검사를 받는데, 이때도 역시 의료진이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할 뿐이지 PCR 검사를 받지는 않는다. 검사 수요 폭증에 대비한 조치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오미크론 확산에 대비해 격리 기간을 단축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나라들과 유사하지만 코로나19 검사 정책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대부분 나라들이 PCR 검사 역량을 아끼기 위해 검사 대상을 한정하는 데에 비해 일본은 검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올림픽을 전후로 급증했던 유행 규모가 10월부터 잦아들자 일본 정부는 무증상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비 지원을 중단했다. 그러나 11월 일상회복 단계로의 전환을 준비하면서 검사 무료화를 재도입했고,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됨에 따라 민간 검사소를 통해 무료 검사를 확대하고 있다. 무증상자를 조기에 발견해 감염 전파의 고리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반영한 정책이다.

1월13일 일본 도쿄에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주의하라’는 내용의 공공 안내판이 걸려 있다. ⓒAP Photo

확진자 및 밀접접촉자의 격리 기간은 14일에서 10일로 단축했다. 특히 의료·경찰·운수업 등 필수업종 종사자의 경우 밀접접촉 시 격리 기간이 6일로 줄었다. 6일 차 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경우 즉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 엄격했던 입국제한도 일부 완화했다. 본래 입국자의 의무 격리 기간은 14일이었으나 백신접종 여부, 코로나19 검사 결과에 따라 3~10일로 단축했다.

‘감염 통제’와 ‘사회 기능 유지’ 사이에서

앞서 말한 일련의 조치는 득과 실이 존재한다. 코로나19 검사 수단을 다양화하고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자의 격리 의무를 완화하는 조치는 감염 급증 시기에도 사회 기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신속항원검사까지 폭넓게 활용하면 PCR 검사를 받으려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코로나19에 걸렸지만 별 증상도 없는 사람이 10~14일간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을 필요도 없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는 약점도 존재한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검사를, 그것도 숙련되지 않은 개인이 집에서 시행할 경우, 감염된 사람을 음성으로 판정(위음성)해 적기에 격리하지 못하고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격리 기간 단축 역시 추가 확산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감염 후 5일이 지나면 감염력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과학적 근거 아래 격리 기간이 단축되었지만, 여전히 감염력이 남아 있는 5~10%의 확진자에 의한 추가 감염 전파는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일련의 완화 조치를 시행한 주요국들은 감염 확산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감염 규모를 의료체계 수용능력 아래로 통제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1월29일부터 ‘오미크론 대응 단계’로 전략이 달라진다. 감염 전파를 일부 용인하면서 중증 예방에 집중하는 구상이다. 검사 수요 급증에 대비해 PCR 검사는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에 우선 제공하고 일반 의료기관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감염자를 선별할 수 있게 한다. 확진자 격리 기간도 7일로 단축한다. 역학조사는 대상을 고위험군과 감염 취약 시설로 한정해 집중 실시하고 그 외에는 접촉자 스스로 조심하도록 권고한다. 필수업종 종사자에 대한 조기 업무복귀 계획도 1월14일 함께 발표됐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오미크론의 급격한 확산에 대비해 꼭 필요한 조치이지만, 자칫 감염의 폭발적 증가를 견인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행 규모가 작아서 쓰나미급 유행에 대한 경험과 준비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선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낮아졌다고 하지만 너무 큰 유행을 허용할 경우 의료체계 역량으로 감당이 안 될 뿐 아니라 사회 기능이 마비될 위험이 있다. 감염 통제를 위해 지금까지 해온 노력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략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종전의 3T 시스템은 델타 변이에 대응하는 데에도 한계를 보였으며 오미크론 변이에는 더더욱 적합하지 않다. 다행히 예전에 비해 우리가 갖추고 있는 무기도 많다. 고위험군 상당수가 3차 접종을 마쳤으며 치료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도입한 편이다.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의 실패를 딛고 중환자 병상도 2000개 이상 확보했다. 걸려도 이겨낼 수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이겨내되,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의료자원이 배분되도록 감염병 상시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미크론 시대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감염 통제와 사회 기능 유지 사이의 ‘좁은 회랑’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정확한 위험평가의 기반 위에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시민은 시민의 역할을 다한다면 이번 위기도 최소한의 상처로 극복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기자명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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