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경복궁
양승렬 지음, 시대의창 펴냄

“왕이 도망가고, 나라가 망하고, 이념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죽이는 전쟁까지 지켜봤다.”

경복궁 안쪽 건천궁. 1895년 명성황후가 이곳에서 시해된다. 이 범죄로 히로시마 재판부에 회부된 일본인은 시해를 주도한 미우라 고로 공사를 포함해 48명.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로 풀려난다.
건축물이나 문화재 소개서가 아니다. 경복궁을 무대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왕과 왕비 등 주연뿐 아니라 내시, 궁녀, 기생 등 조연을 조명한다. 경복궁에 얽힌 역사적인 사건도 풀어낸다.
저자는 16년 동안 경복궁 궁궐길라잡이 해설가였다. 평소 해설하면서 관람객들이 흥미로워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담았다. 시간에 쫓겨 하지 못한 이야기도 풀어냈다. 야사를 풀어낸 건 아니다. 문헌 고증을 통해 정사를 충실히 담았다.

 

 

 

 

아이폰을 위해 죽다
제니 챈·마크 셀던·푼 응아이 지음, 정규식 외 옮김, 나름북스 펴냄

“애플의 소비자들은 그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지 궁금해한 적 있을까?”

중국 폭스콘 공장을 중심으로 모두가 연루된 자본주의의 풍경을 담은 책이다. 아이폰의 독점적인 최종 제조업체인 폭스콘은 경제 대국이 되려는 중국 정부의 목표와 부합해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 안에서만 40곳 이상의 제조단지를 운영하며 노동자 100만명을 고용한 거대 고용주다. 세 저자는 폭스콘에서 노동자 자살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자, 중국 각지의 폭스콘 제조 현장에 잠입했다. 수년간 노동자들을 인터뷰해 공장 안 실상을 파헤쳤다. 인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최고의 기술을 구현하겠다는 애플의 열망은 저임금과 장시간, 억압적인 노동환경으로 노동자들을 몰아넣었다.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윤주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이따 집에 가서 글을 쓰면 돼.”

저자는 고등학교에서 국어와 문학을 가르쳤고 그다음엔 신문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출판사에서 책을 만든다. 직업은 몇 차례 바뀌었지만 ‘글 쓰는 삶’은 지속되었다. 삶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을 ‘쓰는 태도’로 해석하게 됐다.
출판사 투고란에 글 쓰는 엄마들의 글이 많다는 일화가 인상적이다. 아이라는 귀한 존재를 얻은 대신 자신의 일부가 훼손되고 있다고 느낀 여성들이 글쓰기를 선택한 것이다. 글을 썼다기보다 똥을 쌌다고 느껴질 때 마음을 붙잡는 법은 나름 요긴하다. 글쓰기가 두려워질 때마다 저자가 외우는 한마디도 기억하면 좋겠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글은 결국 누구에게도 필요 없는 글이다.’

 

 

 

 

마음의 문법
이승욱 지음, 돌베개 펴냄

“세상의 모든 연대에 앞서 먼저 자기와 연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를 칭찬하지 않는 부모. 그저 미숙해서일까? 정신분석가인 저자는 말한다. 인간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바로 주지 않는다고. 그래야 상대를 더 손쉽게 통제하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을 모르면 휘둘리기 쉽다. 가족, 연인, 국가, 자본…. 그 무엇과 맺는 관계건 예외란 없다. “마음의 증상은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하는 저자는 메시지를 읽는 마음의 문법을 스스로 익혀갈 것을 권한다. 무기력증, 신경증, 공황으로 개인을 내몰고 청년, 난민, 노동자처럼 ‘가장 나중에 온 존재’를 모욕하는 사회에서 나 자신 그리고 우리를 지키는 법에 대한 실천적 방법론이 담겼다.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김예원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결국 세상을 변하게 하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변화다.”

아동학대 사건을 취재해본 사회팀 기자라면 한 번쯤 김예원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봤을 것이다.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조목조목 짚어주는 ‘족집게 강의’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듣다 보니 치미는 답답함에 함께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낸 책은 첫 장 제목부터 따뜻하고 화끈하다. ‘함께 싸워드립니다.’ 읽다 보면 마치 김예원 변호사와 통화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건을 통해 만나는 피해자들은 그냥 거쳐가는 누군가가 아니라 같은 시간을 살아내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에게 중요한 일은 나에게도 중요한 일이 된다. 그래서 어쩔 때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정은정 지음, 한티재 펴냄

“사람과 자연 모두가 상처받은 밥상을 무람없이 받아들고 배만 두둑해진 것은 아닐까.”

저자는 오래 남의 식탁을 기웃거리며 누군가의 마른 밥상으로 밥 벌어먹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 책에는 유품이 된 청년 노동자의 컵라면이 있다. 끝내 스러진 택배 노동자가 운반했던 신선한 식자재도 있다. 너무 짧은 행장을 읽다 보면 목구멍이 막힌다. 농민과 노인들의 귀한 한 끼도 있다. 그 밥상을 차린 작고 여린 손, 고단하고 성실한 시간을 상상해보자면 저자의 말대로 음식은 “2인칭이자 타자 지향적”이다. 식탁 위에 올라온 게 모두 나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는 것이 곧 사람 꼴을 갖추며 크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의 입으로 쓸려 들어가는 지상의 모든 음식들이 무겁고 복잡하며 귀하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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