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9일 부산신항 국제터미널 풍경. 수출 화물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시사IN 이명익

한국의 7월 수출이 554억 달러로 역대 최대 금액을 경신했다. 2017년 9월(551억 달러) 이후 3년10개월 만이다. 글로벌 제조업 수요 회복과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2분기 전체로는 전년 동기 대비 42.1% 늘어났다. 8월은 통상적으로 휴가 등의 영향으로 수출 금액이 감소하는 달인데도, 일평균 수출액이 21.5억 달러로 고공 행진 중이다.

그런데 국제물류주선업 분야에서 일하는 최 아무개씨는 이런 뉴스가 반갑지만은 않다. 수출은 호황이라고 하는데, 최씨가 하는 일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에 몇 배는 늘어난 느낌이 들어서다. 최씨는 수출 중개 업무를 한다. 업계에서는 ‘포워더’라고 부른다. 중소 수출업자가 수출을 하려면, 먼저 포워더에게 연락을 한다(어느 나라로 수출을 하려고 하니, 수출 선박을 잡아달라). 이런 주문이 오면 최씨는 선사(해운업체)에 수출 선박에 컨테이너를 실을 만한 ‘스페이스’가 있는지 문의한다. 선사는 부산 항만터미널 등의 상황을 확인하고, 언제 배가 들어오는지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은 어느 정도인지를 최씨에게 알려준다. 최씨가 다시 수출업자에게 연락을 하면 수출업자는 컨테이너 운송사에 ‘배차’를 해달라고 한다. 빈 컨테이너는 주로 항만 터미널에 있다. 컨테이너 운송사는 터미널에서 빈 컨테이너를 수출업자에게 가져온다. 컨테이너에는 고유번호가 적혀 있다. 수출업자가 그 고유번호를 포워더에게 알려주면, 포워더가 수출하는 데 필요한 ‘선하증권(B/L) 발행’을 선사에 요청한다(선하증권은 해상 운송에서 화물의 인도 청구권을 표시한 서류를 말한다. 해상 운송인이 운송물을 수령하거나 선적하였음을 인증하고, 이를 운송하여 도착 항구에서 증권의 소지자에게 그 운송물을 인도할 것을 약속하는 증표이다). 수출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는 항만터미널로 향한다. 터미널에 머물다가 배가 들어오면, 드디어 수출 국가로 향하게 된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이런 업무 진행이 수월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해상운임 상승이다. 중소 수출업자 유 아무개씨는 “지역에 따라서는 최대 8배까지 해상운임이 올랐다. 수출에 부담을 느낄 정도다”라고 말했다. 해상운임 상승뿐만 아니라 중소 수출업체는 수출 선박을 잡기도 어려워졌다. ‘포워더’ 최씨는 “선사에서 한 주에 배정받는 스페이스가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게 또 있다. 항만터미널에서 ‘반입 제한’을 걸기 시작했다. 배가 항구에 들어오기 전 7일·5일·3일 이후부터만 수출 화물 컨테이너를 터미널에 가져오라고 제한한 것이다. 더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수출 컨테이너가 터미널에 쌓여 있어서다. 최씨는 “선사에서는 실제로 수출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빈 컨테이너 번호를 요구하고, 수출업자는 컨테이너를 받아서 물건을 싣는다. 그런데 터미널에서 ‘반입 제한’을 하는 데다 배 입항 날짜가 계속 미루어지면, 운송사가 수출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를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게 된다”라고 말했다. 한 중소 화물운송회사의 박 아무개 이사는 “최근 부산에 있는 모든 터미널에서 반입 제한을 5일에서 3일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터미널에서 반입 제한을 하고 배가 ‘딜레이’되면 항구 인근의 창고에 보관하는데 그조차도 포화 상태다. 컨테이너를 쌓아두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에즈 운하 사고의 영향도

중소 수출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출 선박을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빈 컨테이너’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최씨는 “수출 관련 업무가 무척 불안정해졌다. 일정이 자주 변경되니까 서류 작업을 여러 번 하느라 업무량이 3~4배는 늘어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해상운임 상승, 항만 적체, 컨테이너 부족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코로나19 탓이다. 팬데믹 직후, 전 세계 물동량이 확 줄어들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운 물류 수요가 늘어났다. 미국을 중심으로 개인 소비지출에서 재화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한국·중국 등에서 미국으로 가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산망이 불안정해지면서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도 늘어났다. 해상 물동량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이르렀다. 선사들은 코로나19 유행으로 물동량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배를 세워두거나 서비스를 줄였다. 배를 찾는 사람은 많은데, 운항하는 배가 적은 상황이 되면서 해상운임이 오르기 시작했다.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8월20일 4340.1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초만 해도 이 지수가 대략 1000 언저리에 있었다.

항만에서도 적체 현상이 벌어졌다. 항구의 노동자 중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항구가 일시적으로 폐쇄되고, 업무 효율이 떨어졌다. 과거에는 컨테이너를 2~4단으로 쌓아놓고 화물을 내리고 싣는 양하·선적 작업을 했는데, 항만에 컨테이너가 5~6단으로 쌓이면서 작업 시간까지 길어졌다. 항만에 컨테이너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항만터미널에서 수출 화물 컨테이너가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지난 3월 발생한 수에즈 운하 사고도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12%가 드나드는 길목이 일주일 동안 막히면서 물류 적체가 발생했다. 교통사고가 나면 교통 흐름이 늦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글로벌 해운사들의 운항 일정이 얼마나 지켜지는지 보여주는 ‘정시성(Schedule Reliavility)’이 5월에 38.8% 수준으로 파악되었다. 지난해 5월 74.8%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5월에 선박이 예정보다 며칠 지연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도 5.86일 수준으로 평년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선박 운항이 지체되고 항만에서의 양하·선적 작업이 적체되면서 컨테이너의 ‘회전율’이 떨어졌다. 항만 적체와 컨테이너 부족 현상으로 선복(배에 싣는 짐) 증가는 원활하지 못하게 되었다.

수출 물류의 어려움은 올해 내내 지속되리라 보인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수급 불일치 현상이 언제 끝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임시 선박을 배치하고, 중소기업에 일정 ‘스페이스’를 확보하게 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수출은 잘되고 있다는데, 수출기업은 ‘수출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수출업계의 양면이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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